남아공과 중국 정부가 북한이 핵무기 제조 필수 장비를 불법 수입하는 데 연루됐다는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수출 통제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페인에서 북한으로 핵무기 제조 장비가 불법 수출되는 과정에서 경유국으로 지목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사전에 어떠한 정보나 첩보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남아공 외무부] “It is widely recognised that the effectiveness of the implementation and enforcement of controls depends on proper risk analysis and reliable information regarding potential transgressions, including through the sharing of relevant information between States. South Africa has neither been informed nor does it have any knowledge of the alleged incident referred to in this case study.”
크리스핀 피어리 남아공 외무부 대변인은 27일 VOA 관련 질의에 “통제의 이행과 집행의 효과는 국가 간 정보 공유를 포함한 잠재적 위반에 대한 적절한 위험 분석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례 연구에서 언급된 사건에 대해 통보 받은 바 없으며,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핵공급 국제 지침 이행에 전념”
이어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 수단의 확산과 관련 물질, 장비, 기술을 다루는 다국적 공급자 그룹의 유일한 아프리카 회원국으로서 남아공은 관련 이전 지침의 이행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남아공 외무부] “As the only African member of multinational supplier groups covering materials, equipment and technology relevant to the proliferation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their means of delivery, South Africa remains fully committed to the implementation of the respective guidelines on transfers."
“국제사회와 협력”
피어리 대변인은 남아공이 주요 국제 조약과 협약의 당사국이자 유엔 회원국으로서 비확산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모든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물질, 장비, 기술의 전용을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다자 체제 내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아공 외무부] “As State Party to all the major international treaties and conventions and UN Member State bound by the UN Charter, South Africa remains committed to the consistent implementation of all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including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on non-proliferation. South Africa will continue to work collectively with other countries globally and within multilateral structures to prevent the diversion of relevant materials, equipment and technology towards weapons programmes.”
남아공은 현재 핵공급국그룹(NSG)의 의장국으로 활동 중이며, 올해 말 NSG 총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앞서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수출입 상품 확인에 사용되는 'HS 코드'를 위조해 스페인에서 북한으로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인 진공로가 불법 수출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2년경 스페인에서 선적된 진공로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반입됐다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진공로를 처음 선적한 스페인 무역업자는 정상적인 HS 코드와 관련 설명을 부착했으나 멕시코에서 누군가 이를 수령한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무역 서류의 HS 코드와 설명이 '기계류'로 변경됐습니다. 이후 남아공에서 선적되는 과정에서 다시 '금속 폐기물'로 둔갑해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보고서는 “멕시코나 남아공이 이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며,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 운영 중인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남아공, 적극 통제 조치…선적 검열은 개선해야”
보고서의 저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27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아공 정부의 반박에 대해 이번 사건을 공개한 목적은 특정 국가의 제재 이행 미흡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 wanted to report on it and use it as to improve controls and surveillance. South Africa does cooperate if they get a tip, they're well known that they will try to intervene and block the shipment. And I think in the case of Mexico and South Africa, they do need to improve their screening of shipments. And it's a resource issue fundamentally of just having enough people to do it and having the screening mechanisms that are sophisticated enough to do it.”
올브라이트 소장은 남아공 당국이 제보를 받을 경우 적극적으로 통제 조치에 협력하고 선적 차단을 실시해왔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러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선적 검열 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중용도 물품 엄격 통제…선택적 제재 강조 반대”
해당 보고서에서 진공로가 북한으로 이전되기 전 마지막 경유지로 지목된 중국 정부는 “보고서에 언급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주미 중국대사관] “I am not aware of the specific situation. China has always strictly controlled dual-use items in accordance with China's export control laws and regulations and international obligations. China has always been committed to maintaining peace and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and has always conscientiously implemented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t the same time, China advocates the comprehensive and balanced implementation of relevant resolutions and opposes selectively emphasizing sanctions while ignoring the promotion of the dialogue process.”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27일 VOA의 논평 요청에 대해 “중국은 우리의 수출 통제 법규와 국제 의무에 따라 이중용도 물품을 항상 엄격히 통제해왔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은 항상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관련 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해 왔다”며, “중국은 관련 결의를 포괄적이고 균형 있게 이행할 것을 지지하며, 대화 촉진 과정을 무시하고 제재만을 선택적으로 강조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자국 수출 통제법도 미집행”
올브라이트 소장은 중국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진공로는 분명히 중국의 수출 통제 법률에 따라 통제 대상 품목”이라며, “중국은 자국의 수출 통제 법률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t doesn't even enforce its own export control laws. This is clearly a controlled item under Chinese export control laws. And it should have been subjected to a licensing process if it was going to North Korea and it didn't.”
해당 품목이 북한으로 향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허가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효과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진공로를 북한으로 불법 수출하기 위해 처음 선적한 곳으로 지목된 스페인과 스페인에서 온 물품을 수령해 무역 서류의 HS 코드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의 관련 당국은 현재까지 VOA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불법으로 수입한 것으로 알려진 ‘진공로’는 내부를 진공 상태로 유지하며 고온에서 재료를 열처리하거나 가공할 수 있는 핵심 장비입니다. 이 장비는 핵무기의 핵심 재료인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제작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앞서 VOA와의 인터뷰에서 진공로가 핵무기 제조의 정밀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필수 장비로,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진공로가 국제사회에서 매우 엄격한 수출 통제 대상 품목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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