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탈북민들 “김정은, 자국민 총알받이로 내몰아…분노 치밀어”


북한 내에서 훈련 중인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 내에서 훈련 중인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북한군 병사들이 타국의 전쟁터에서 희생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김정은 정권이 정권 유지와 안위를 위해 자국민을 총알받이로 내몰았다며 분노를 표했습니다. 이들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더욱 힘써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들 “김정은, 자국민 총알받이로 내몰아…분노 치밀어”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6:46 0:00

러시아 전쟁터에 동원된 북한 병사들의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에 탈북민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마태 씨는 2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 정권이 병사들 목숨의 가치를 너무 무시하는 데 분노가 치솟는다”면서 “자기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에서 자신들 정권의 안위와 영속을 위해 자국민을 총알받이로 내모는 김 씨 일가가 가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북한 주민들을 하다 하다못해 이제 남의 나라 총알받이로까지 내보내니 참∙∙∙. 북한 정권이 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강력히 규탄합니다.”

김 씨는 “북한군 파병은 돈이나 물자가 나가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사람 목숨을 너무나도 우습게 본 것으로, 북한 사회에서는 인권이란 걸 찾아볼 수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인 북한군에서 전 주에만 1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연말에 300여 명의 전쟁 포로를 교환했지만, 북한군 포로가 포함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무책임하고 지도자 자격 없는 김정은”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출신인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새해를 맞아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할 병사들이 외국 땅에서 희생되고 있는 상황이 비통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가족과 함께 명절 전통처럼 떡국도 먹고 해야 되는데, 제가 보면 이 병사들이 외지에서 죽어 나가면서 뭐 제대로 된 음식도 못 먹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또 그 가족들, 부모들이 아직은 북한 병사들이, 자기들의 아들들이 외국 땅에서 쓰러지고 있다는 것을 모를 가능성이 크단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갈라진 가족들, 생이별한 가족들, 그리고 앞으로 그 자식들이 죽었을 때 부모들이 받게 될 고통이, 정말 새해를 맞으면서 착잡합니다.”

이 연구원은 “김정은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면서 “무책임하게 자국 청년들을 남의 나라 전쟁에 보내 1천 명이나 희생됐는데 아무런 책임감도 없고 국민에 대한 아무런 (죄)의식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과 함께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신년 경축 공연에 참석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과 함께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신년 경축 공연에 참석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람 죽음 앞에서 웃음, 유례없는 야만”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딸 주애,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과 함께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신년 경축 공연에 참석했다고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습니다.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는 2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에서 수많은 자국의 젊은 병사들이 죽어나가는데 신년 행사에서 웃고 즐기는 이런 야만인은 없을 것”이라며 “전 세계인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 대표] “(21)세기상 이런 야만인은 없을 거예요. 사람의 죽음을 앞에 놓고 웃고 있는, 그런 야만인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도 아마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을 거예요.”

김마태 씨는 김정은 정권이 자국민을 희생시키면서도 자신의 가족은 사치와 특권을 누린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제 자식이나 제 동생부터 (전쟁터에) 보내야죠. 앞장서서 보내야 되는 거죠. 자기 자식들은 항상 외국에 유학이나 오고, 외국 생활, 호화스러운 사치에 물젖고 북한 병사들은 그렇게 남의 나라에 가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나라에 가서 대우도 못 받으면서 지내니 어디 그런 나라가 있나요?”

“북한 주민은 그냥 ‘숫자’가 아니다”

박 대표는 러시아가 북한군 병사의 신원을 숨기기 위해 시체를 소각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지만 세계가 이런 데 대해 무관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람이 죽어가는데 숫자로만 얘기한다”면서 “다른 나라 문제에서는 한 명이 죽어도 이것이 인류애에 반하는지 죄를 묻고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는데 북한에 대해서만은 숫자로만 얘기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군 사상자가 1천 명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 300만 명이 죽었다, 작년에 강제 북송된 사람이 600명이다’ 이런 식으로 숫자로만 얘기를 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 가슴 아파하는 인류애를 지금까지 찾아보지 못했다”면서 “그러니까 김정은 같은 야만인들이 웃으면서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고, 이는 우리 인류가 잘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은 한 명 한 명의 인격체이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병사 희생은 일상∙∙∙국제사회가 관심 갖길”

텍사스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탈북민 해리 김 씨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병사들의 희생은 사실 일상”이라면서 “북한에서는 이런 일이 늘 일어나는데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파병된 병사들의 희생에만 관심을 갖고 보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리 김 씨] “건설 현장에서도 보게 되게 되면 아파트 한 채가 다 무너져 가지고 그 안에 있던 1개 중대, 1개 대대 병력이 싹 다 죽는 경우도 대개 빈번치 않게 일어났었고요. 그러니까 사실은 이렇게 군인들이 죽어 나가는 거는 북한에서는 거의 일상이거든요.”

김 씨는 전쟁터뿐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도 아파트나 발전소 건설 등에 동원된 병사들의 대규모 희생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항상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북한 주민이 러 파병 소식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탈북민들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희생을 더 많은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 김정은 정권의 실체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는 “아직까지 북한은 정보가 차단된 곳이기 때문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지금은 과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앉아서 굶어죽던 북한 주민들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파병에 대한 얘기가 은밀하게 오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 대표] “지금은 정보를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저는 봐요. 그 힘이 이제 폭발해서 나오려면 저희가 이제 많이 도와야 되는 거잖아요.”

아직까지는 북한 당국이 정보를 제한해 북한 주민들 중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희생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과거와는 달리 북중 접경지역 밀무역 등을 통해 외부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외부 세계의 소식이 북한 내에 은밀히 유입∙유통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