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 들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보다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새 행정부의 대중 정책 방향과 강도가 한중 관계에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미한 간 긴밀한 안보 경제 관계 때문에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한중 관계의 변화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한동맹과 미한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면서 한중 관계가 멀어졌다가 지난해부터 회복 조짐을 보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중 관계는 지난해 5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기점으로 고위급 소통이 활발해지고 이어 11월엔 중국 정부가 한국 국민에 대한 단기비자 면제 조치를 취하면서 회복 조짐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미한동맹이 강화되고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을 겨냥한 미한일 안보협력 또한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악화됐던 한중 관계가 지난해 초부터 주로 중국 측의 태도 변화에 힘입어 호전 조짐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는 북러 신조약,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 밀착이 강화되면서 북중 관계가 틀어졌고 중국은 이런 북한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 접근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북중 양국은 지난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우호의 해’를 선언했지만 북러 밀착이 군사동맹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관계가 한층 소원해졌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올해도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올해 한중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 방향과 강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현 행정부보다 반중 기조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중국은 한국을 가능한 자기 쪽으로 끌어들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관측입니다.
중국은 특히 높은 청년실업률과 부진한 경제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고관세 폭탄까지 맞게 되면 내부 위기가 한층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한국을 강하게 자기편으로 견인하는 진영주의 성격을 얼마만큼 가질지가 한중 간 서로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트럼프가 일종의 진영주의, 몰락한 공산주의 패권정치다 그런 식의 이데올로기 전쟁을 걸어가면 이건 진영주의가 훨씬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의) 한국과의 관계도 여전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거래 비용적으로 트럼프가 관세를 때리면서 무역적자 줄이고 중국이 미국 상품을 더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그런 식으로 간다면 오히려 한국을 좀 더 끌어올 가능성이 있는 거죠.”
진행자)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정책은 동맹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미한 간 갈등을 중국이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기자)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공약했고 바이든 행정부처럼 핵 기반 동맹이나 미한 연합훈련을 중시할지도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기술과 상품 공급망 등 한국 경제의 서방과의 높은 일체화 수준 등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갈등 요인보다는 협력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장용석 박사] “미국의 확장억제가 없으면 실제로 북한이 전면적인 공격을 해서 남쪽을 점령할 거다 아닐 거다 이런 군사적 측면을 떠나서 한국 정치가 견디질 못하잖아요. 확장억제가 약화되거나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한국의 어떤 정부도 정치적으로 견뎌내질 못할 겁니다.”
장 박사는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도 미한일 안보협력의 틀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미중 간 균형외교를 추구해 온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과거 노무현, 문재인 정부 시절 같은 수준의 중국과의 관계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그런데 한국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은 한국의 현 정국을 어떻게 활용하려고 할까요?
기자) 중국 정부는 한국의 탄핵 국면과 관련해 내정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있고 한국 국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이런 신중한 태도와는 달리 중국 매체들은 한국 탄핵 정국을 연일 신속하고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박병광 박사는 중국 매체들의 이런 큰 관심은 자신들이 친미, 친일 정부로 여기는 윤석열 정부의 조기 교체 가능성과 이에 따른 한중 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박 박사는 중국이 내년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을 두 나라 관계의 변곡점으로 삼으려 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APEC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고 때문에 중국 입장에선 윤석열 정부가 다시 오더라도 사전에 계획한 대로 시진핑 방한을 통해서 한중 관계 개선 모멘텀을 밀고 나가는 게 그들이 의도하는 데 맞는 것이고 만약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고 하면 새로운 정권 지도부와 새로운 관계 개선의 계기가 형성되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사실 잃을 게 없는 것이죠.”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한중 관계가 설사 변하더라도 상당 기간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질 경우 탄핵심판까지의 과정과 대통령 선거, 그리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라인 인선과 대외정책 수립 등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중국이 한국의 리더십 공백을 감안한 수준에서의 인적 교류 등을 통해 관계를 관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새 지도부 출범에 대비한 전략적 포석을 놓으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한국의 정치적 변동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최고위급 수준에서 한반도 관계를 급변화시키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고 다만 한국의 차기 지도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전략적 포석들을 놓을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고 봅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왕이 외교부장이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과 통화했고,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계속 추진할 것을 확인했다”며 “중요한 이웃국가이자 협력 동반자로서 한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심화를 위해 적극적 노력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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