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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과기대 외국인 교수진 일부 복귀 허용…팬데믹 이후 4년만


평양과학기술대학 학생들이 강의 후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자료화면)
평양과학기술대학 학생들이 강의 후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자료화면)

북한 유일의 국제 사립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의 외국인 교수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북한을 떠난 지 4년 만에 복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서방 공관이나 국제기구보다 먼저 이들의 복귀를 허용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관련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평양과기대 외국인 교수진 일부 복귀 허용…팬데믹 이후 4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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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북한을 떠났던 평양과기대 일부 외국 국적 교수들이 북한에 다시 들어간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평양과기대 외국인 교수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북한을 떠난 지 4년 만에 평양에 복귀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관련 동향을 잘 알고 있다”며 “방북 예정자는 모두 외국 국적으로 한국 국적자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구 대변인은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해 비자가 발급된 인원수 등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으로부터 비자가 나왔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며 “정말 북한에 들어가도 되겠느냐는 지인의 문의에 비자가 나온 것은 안전을 담보한다는 의미이니 들어가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평양 국제공항 (자료화면)
북한 평양 국제공항 (자료화면)

태 사무처장은 “지난달 말 제네바 쪽 소식통을 통해 북한이 평양과기대 교수진에 입국비자를 발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평양과기대는 어떤 곳인가요?

기자) 평양과기대는 지난 2010년 한국 내 민간단체와 북한 교육성이 합작해 북한에 개교한 이공계 특화 국제 사립대학입니다.

교수진은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해 주로 미국이나 유럽 국적자로 구성됐으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영어수업 광경. (자료사진)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영어수업 광경. (자료사진)

2020년 신종 코로나 팬데믹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이 대학 교수진도 모두 북한을 떠났고 이후 학사 일정은 온라인 화상수업으로 진행돼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들 교수들의 복귀 허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요?

기자) 북한이 신종 코로나 완화로 작년 하반기 국경을 제한적으로 개방한 후 서방 국적 외국인에게 상주비자를 내준 것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과학 인재 육성을 일관되게 중시해 왔고 신종 코로나 봉쇄 완화 이후 평양과기대 정상화를 고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수진 일부가 학교로 복귀하면 수업 재개를 위한 사전점검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그러나 지난 4년 간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북러 군사 밀착, 국제사회 대북 제재 강화 등 변화된 환경 탓에 연구와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 반입이나 과학 지식 전수에 이전에 없던 통제가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에서 열린 갈라 콘서트에 참석했다.
지난 6월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에서 열린 갈라 콘서트에 참석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북한이 가상화폐 탈취와 같은 불법 행위들을 많이 감행해왔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무형의 관련된 과학기술 이전을 지금 통제하는 것이 국제사회가 견지하고 있는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평양과기대가 다시 문을 열고 교육이 정상화되더라도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을 우선 봐야 될 것 같고요.”

임 교수는 또 신종 코로나 기간 중 북한 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만들어 외부 사상과 문화 유입 차단에 열을 올렸다며, 그런 차원에서 평양과기대 교수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은 그러나 자신들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서방국가들의 공관이나 상주했던 국제기구 요원들의 복귀는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구병삼 대변인의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코로나 이후에 서방 공관과 국제기구가 북한을 나온 이후에 서방측 공관이라든지 국제기구가 아직 복귀한 사례는 없습니다.”

지난 2020년 북한 당국의 코로나 방역 조치로 평양의 여러 대사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평양 공항에 모인 외교관 직원과 가족들.
지난 2020년 북한 당국의 코로나 방역 조치로 평양의 여러 대사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평양 공항에 모인 외교관 직원과 가족들.

지난 2월 말 영국과 독일 등 북한에 공관을 둔 유럽 국가의 대표단이 방북했으나 이는 공관 재가동에 필요한 기술적 점검을 위한 일시적 방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신종 코로나 봉쇄 완화 이후 비사회주의권에 대해서도 문을 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지난달 27일에는 일본의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방북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관 재가동도 잠정 결정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서방에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6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생긴 김정은 국무위원장 나름의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며, 다만 서방 사람들의 북한 입국 허용이 김 위원장의 국가 위상 목표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홍수 복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특별 열차 안에서 긴급 확대 회의를 열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월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홍수 복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특별 열차 안에서 긴급 확대 회의를 열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월 보도했다.

[녹취: 장용석 박사] “국제기구 특히 원조와 관련된 기구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수해 지원 포함해서 이런 어떤 지원의 개념은 사실 전략국가 컨셉하고 안 맞죠. 그런 의미에서 선택적으로 전략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좀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이런 맥락에서 1차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김정은 심리 차원에서 보면 자신감이 좀 보이는 이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진행자) 김 기자, 평양과기대 교수진 복귀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북한의 대미 정책과 연결지은 해석도 나온다고요? 어떤 얘긴가요?

기자) 일각에선 미국과 한국이 최근 실시한 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실드 연습 기간 중 북한이 이례적으로 위협적 언사나 군사적 대응을 거의 하지 않았고 이번에 평양과기대 교수진을 다시 평양으로 불러들인 것도 11월 대선 이후 미 새 행정부와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국 내 일각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면서 비핵화 보다는 동결과 비확산에 초점을 맞춘 협상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다는 걸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새 대통령이 누가 되든 대화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이려는 게 그들의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국에선 현실론적 접근이 고개를 들고 있어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북한 입장에선 한국은 완전히 고립시켰지만 그러나 대선 이후 미국과 대화를 준비하는 것 같다 그게 김정은 위원장의 신냉전 외교의 또 다른 면이라고 저는 보거든요.”

진행자) 이런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다음 달 유엔총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고요? 이에 대해선 어떤 전망이 나오는지요?

기자)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북한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최선희 외무상을 파견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지난달 30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최 외무상은 이달 하순 유엔총회에서 각국 정상 등이 연설하는 일반토의에 참석해 28일 또는 30일에 연설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
최선희 북한 외무상

만일 성사될 경우 북한이 리용호 전 외무상을 파견했던 2018년 이후 6년 만에 현직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참여하게 되는 겁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미 대선을 앞두고 향후 미국이 대북정책을 선택할 때 어떤 면이 고려돼야 하는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최 외무상의 유엔 무대 연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대선을 앞두고 별도로 담화를 내서 주목을 받는 것보다는 연설을 통해서 직접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주목 효과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고 여기에 대해서 해리스나 캠프 진영에서 이것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북한 자체와 아예 대화를 안 하겠다 이렇게 가긴 어렵거든요. 어떻든 북한 입장 메시지를 발신하는 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홍 박사는 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등장할 경우 “미한일 협력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비난하고 자신들의 핵무기 고도화의 정당성을 강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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