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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정상회담 계기로 분수령 맞은 북러 관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보스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보스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5개월만에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 관계는 지난 30년 간 계속된 ‘무거래’ 시대를 뒤로 하고 전략적 관계로 바뀔 전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러시아 극동 지역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러시아와 함께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앞으로도 언제나 반제국주의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을 이 자리를 빌어 확언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러시아와 북한의 역사적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푸틴 대통령] “(러시아어)

푸틴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설립을 최초로 승인한 우방국이 바로 소련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 관계가 군사 협력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관계로 바뀔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거 러시아와 한국 주재 미국대사로 일했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번 정상회담이 북러 두 나라의 “전략적 관계를 공고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전 대사] “Russia is gaining some relief from its increasing shortages of things like artillery munitions, short range missile systems, by tapping into these large stockpiles that Pyongyang has maintained for many decades..”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전략적 관계로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기 거래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회담은 확대회담 1시간 30분, 단독회담 30분에 이어 2시간에 걸친 공식 만찬까지 약 4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두 정상은 회담 뒤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았고, 공동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관심을 모았던 무기 거래와 관련해 두 정상이 어떤 논의와 합의를 했는지는 안개에 휩싸여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무기 거래를 논의했지만 세부 내용까지 모두 마무리짓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They still under negotiation, they haven’t completely reached deal with final number.”

분명한 것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러 관계가 지난 30년 간 계속된 ‘무거래’ 관계를 뒤로 하고 군사와 외교, 경제를 아우르는 실질 협력 시대로 바뀐 것입니다.

우선 북한과 러시아는 앞으로 상호 군사 협력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은 16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핵추진 잠수함(SSN)을 운용하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박사는 북한과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 거래와 첨단무기 기술, 그리고 해상연합훈련 등 군사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박사] ”미그-29라던가 신형 타이거 전차부터 시작해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정찰위성, 핵잠수함 기술 그리고 해상훈련…”

양국 간 외교관계도 활기를 띌 전망입니다.

4년5개월만에 정상회담이 열린 데 이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다음달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며,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북에 관해 논의할 전망입니다.

북러 양국은 또 무기와 식량, 석유 등 합의된 물자 교역은 물론 북한 노동자의 우크라이나 파견 등 경제협력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전문가인 한국 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김선래 교수는 북러 관계가 새로운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선래 교수] ”1991년 소련이 붕괴된 이후 북러 관계는 유의미한 내용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러시아에 접근해 협력관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러 관계는 1945년부터 78년 간 크게 4단계를 거치면서 전개됐습니다.

제1기는 북한 건국 기간입니다.

1945년 8월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일제를 패망시키고 친소 정권을 세우려 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소련군은 연해주 극동전선군 산하 88독립보병여단 대위였던 김일성을 내세워 친소 정권을 수립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 소련은 북한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2기는 6.25 한국전쟁 시기입니다.

당시 소련은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직접 전쟁에 참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련의 최고 지도자 스탈린은 김일성 주석의 남침 계획을 승인하고 인민군 10개 사단을 무장할 수 있는 무기를 북한에 제공했습니다.

1960-80년대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던 시기입니다.

김일성 주석은 1961년 7월 6일 소련을 방문해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있는 ‘조소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합니다. 이어 김 주석은 베이징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와 ‘조중우호조약’을 맺습니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는 ‘스탈린 격하 운동’ ‘문화대혁명’ ’국경분쟁’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주체’와 ‘자주’를 내세우며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여 상당한 실리를 챙겼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고려대학교 남성욱 교수입니다.

[녹취:남성욱 교수] ”북한의 실리가 작용한 거죠. 베이징이 잘해주면 베이징으로 갔다가 모스크바가 관심을 보이면 모스크바에 감으로써 양측 사이에 줄타기를 하는 것이 북한의 전통적인 외교죠.”

1990년대는 소련이 붕괴된 시기입니다.

1990년 6월 한국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정상회담을 갖고 국교 수립에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됐습니다.

이어 1995년 러시아는 북한과의 ‘조소우호조약’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2000년 9월 러시아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조러우호선린협력조약’을 맺습니다. 그러나 이 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빠져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의 핵 개발에 반대해왔습니다.

지난 2006년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러시아는 이를 비난하면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동시에 러시아는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11차례 대북 제재를 주 내용으로 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7형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시켰습니다.

이후 북한의 ICBM 발사를 용인하거나 두둔하는 러시아의 행태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신냉전’ 시대를 맞아 북한과 러시아가 바짝 밀착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러 밀착이 장차 동북아 정세에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VO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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