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2주 사이 해군을 4차례 이상 시찰했습니다. 해군 핵 무장화와 함께 러시아, 중국과의 연합해상훈련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27일 해군절을 맞아 딸(김주애)을 대동하고 해군사령부를 방문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 ”조선인민군 해군명예위병대 대장의 영접 보고를 받으시고 해군명예위병대를 사열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이 해군절에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건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에는 동해함대 제2수상함 전대를 찾아 함정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선박용 엔진을 생산하는 평안북도 북중기계연합기업소를 시찰했습니다.
9월 8일에는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제841호) 진수식에 참석했습니다.
최근 2주 사이 4차례나 해군 관련 행보에 나선 겁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이같은 ‘해군 띄우기’ 행보를 북중러 해상연합훈련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에 해상연합군사훈련을 제안했다고 4일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입니다.
[녹취: 유상범 의원] ”국정원은 쇼이구 국방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할 당시 아마 북중러 연합훈련에 대한 공식 제의를 한 것으로 파악한다.”
쇼이구 장관도 북한과 연합훈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4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왜 안 되겠는가, 우리는 이웃”이라며 연합훈련이 “당연히” 논의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타임스’ (NYT)신문은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9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기간 중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특히 김 위원장이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있는 33번 부두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해상연합훈련이라는 전략적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라고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Supreme leader going to some sort of visibility part of strategic message…”
북한이 해상연합훈련에 참여하더라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북한은 420여 척의 군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속정 등 소형 함정인데다 대부분 1960-70년대 만들어진 노후 선박들입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압록급 호위함인데 1천500t급에 불과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연합훈련이 ‘상징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군사훈련에 합의하고 상징적인 차원에서 부대를 파견할 수는 있지만 본격적인 훈련을 하기에는 준비가 많이 필요하고, 특히 해군은 보낼 함정이 없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합훈련과 무기 거래, 그리고 정상회담 등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상호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말합니다.
현재 러시아는 상당히 절박한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돼 1년7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러시아 군 사상자는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포탄 부족이 심각합니다. 전쟁 초기 러시아 군은 하루 6-8만 발의 포탄을 쏴서 우크라이나를 압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연말에는 2만 발로 떨어지더니 올 1월부터는 5천-1만 발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러시아의 용병업체 바그너그룹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5월 군사반란을 일으켰던 것도 러시아 국방부가` 탄약을 지원하지 않아 전사자가 속출’하는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 등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국의 군사 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러시아는 통상 하루 수천 발에서 수만 발의 포탄을 소모하는데, 포탄 확보에 대단히 고심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러시아로부터 받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과 핵 잠수함 기술, 그리고 석유, 식량 등을 받고 싶어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이 핵 잠수함 기술을 받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8일 열린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에서 "앞으로 계획돼 있는 핵추진 잠수함”이라고 말해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보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러시아는 인공위성과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일급비밀”로 간주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제공한 적이 없다며, 이 문제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yes, these technologies are considered top secret. So the question will be whether Russians desperation for weapons.”
북한이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해상 연합군사훈련을 추진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동북아 정세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국, 한국, 일본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구도였습니다.
지난 8월18일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미한일 3국 정상회담이 좋은 예입니다.
당시 미한일 3국 정상은 미한, 미일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군사 협력을 미한일 3각 체계로 확대 개편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해상연합훈련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끌어들여 미한일 안보 협력에 맞서는 북중러 군사협력 체제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로버트 수퍼 전 미국방부 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녹취: 수퍼 전 차관보]” We know that China, Russia and North Korea have forged an informal alliance. And these exercises are to be expected in the same way that we exercise with South Korea and Japan…”
수퍼 전 부차관보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비공식적인 동맹’”이라며 “연합훈련은 그들의 연대를 보여주고 미한일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중러 군사 협력의 변수는 중국입니다.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은 미국으로, 연간 무역액이 6천900억 달러에 이릅니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러시아와 군사적 결속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양욱 박사는 중국으로서는 북중러 군사 협력이 별 실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자신을 지원할 국가가 필요하지만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발을 맞출 이익이 적다는 것이지요.”
동북아 정세가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 3국 연합군사훈련이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는 한층 강화될 전망입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