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제6호 태풍 `카눈’으로 인해 북한 강원도에 수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농사 작황은 어떻게 될지, 자연재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지난 10-11일 북한을 휩쓸면서 하천이 넘치고 제방이 붕괴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강원도 원산과 안변, 고성, 장전 일대에는 수백 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지금 여기 고성군에서는 태풍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20시 현재 비내림 양은 320mm를 넘어섰습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3일과 17일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안변군 오계리를 둘러봤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지역이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은 “전적으로 지역 농업지도기관들과 당 조직들의 심히 만성화되고 무책임한 사업 태도 때문”이라며 지방 간부들을 질타했습니다.
안변군 오계리는 폭우로 인해 200여 정보(약 1.98㎢)의 농경지가 침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갑자기 불어난 물로 오계리 인근 교량이 파괴되고 제방이 붕괴돼 물이 논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민들은 강원도에 많이 심는 옥수수(강냉이)도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함경북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 입니다.
[녹취: 박광일 씨] ”논이 저 정도면 옥수수밭은 다 쓸려나가지요, 옥수수밭이 다 주저 앉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는 강원도 산간 지역에 배치된 군인들이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 ”강원도는 지역 특성상 군대가 많은 곳이어서 이번에 산기슭에 있던 많은 군대 병영들이 많이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평안남도 농촌경영위원회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조충희 씨는 김 위원장이 수해 책임을 지방 간부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중앙에서 수해를 막을 수 있는 장비와 물자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책임만 묻는다는 겁니다.
[녹취: 조충희 씨] ”기계 장비라든지, 사전에 뭘 할 수 있는 자원이 공급돼야 하는데, 그런 것 하나 없이 당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자연재해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고…”
전문가들은 강원도 일부 지역이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북한 농업 전체의 피해는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영훈 박사입니다.
[녹취: 김영훈 박사] ”한국에 상륙할 때는 태풍보다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뀐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 농업에 큰 영향은 끼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국지적 피해는 있겠지만요.”
김영훈 박사는 태풍에도 불구하고 올해 농사 작황은 지난해보다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봄 가뭄과 여름철 이상고온 현상으로 모내기가 잘 안됐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5-6월에는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해 모내기와 김매기에 필요한 노력 동원이 잘 안됐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기상 조건이 좋았습니다. 봄 가뭄이 심각하지 않았고 비가 충분히 내렸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식량 생산에 사활을 걸고 나서면서 모내기 속도나 면적이 지난해보다 개선됐습니다.
비료 공급도 좋아졌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5월 기간 5천 573만 달러 상당의 비료를 수입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비료 수입액이 542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할 때 10배 이상 많은 비료를 수입한 겁니다.
농사의 중요 변수인 기상 조건과 비료 공급이 개선된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작황은 지난해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김영훈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훈 박사] ”올해는 봄에 비가 적당히 오고, 장마철에는 장마전선이 주로 남쪽에서 왔다갔다 했어요. 북한의 장마 피해는 많지 않고, 올해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농업 기상이 좋았기 때문에 작황이 작년보다는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한국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451만t으로 추정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폭우와 홍수같은 자연재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한반도에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한층 빈번해지고 뚜렷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철저한 대비태세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25일부터 한 달 간 한국에 내린 비는 640mm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1973년 이후 가장 많은 장맛비입니다.
또 한국 기상청은 최근 ‘극한호우’라는 긴급 재난경보를 자주 보내고 있습니다. ‘극한호우’란 한 시간에 ‘누적 강수량 50mm’ 이상’과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을 모두 충족할 때 내리는 경보입니다.
극한호우는 2013년의 경우 48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8건으로 늘어났습니다. 극한호우가 이제 일상이 된 겁니다.
또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폭염과 산불, 홍수, 해수 온도 상승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북한도 지난 20년 간 태풍과 홍수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 2007년의 경우 태풍 ‘나리’로 인해 사망자가 600여명이 발생하고 9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2012년에는 태풍 ‘볼라벤’이 평안남북도를 휩쓸어 23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농경지 10만ha가 침수됐습니다.
또 2015년에는 태풍 ‘고니’가 상륙해 황해남북도 논 면적 58-80%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2020년에는 황해도 일대에 4차례 태풍이 휩쓸어 수십만ha의 농경지가 침수됐습니다.
북한 수뇌부도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고 나름대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재해성 이상기후 대응 농업정책’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또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에 서명하고 50개 이상의 관련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환경 문제를 다룰 ‘국가환경보호위원회’를 설립한 데 이어 ‘국가조림전략’ ’국가재해경감전략’ 등 여러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전략과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이 부족한데다 가용자원 부족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북한의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한미연구소 래리 닉시 박사는 중국은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으로 많은 관심을 받지만 북한은 온실가스 배출이 미미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Everybody pledged China be a big contributor, Global Warming but North Korea kind of small contributor…”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연재해는 이미 한반도의 현실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태풍과 홍수 등 자연재해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