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3년 넘게 봉쇄됐던 북한과 중국 국경이 하나둘씩 열리고 있습니다. 열차 운행이 늘었고,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도 재개됐습니다. 북중 국경 개방이 장마당과 식량난, 무역 부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7개월 만에 지난 22일 평양-베이징 구간을 운항했습니다.
북한 인공기를 단 고려항공 여객기는 이날 오전 9시 17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이날 서우두 공항은 이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탑승 수속을 밟는 150여명의 북한 주민들로 붐볐습니다.
평양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북한-러시아 항공 노선도 지난 25일 재개됐습니다.
북한은 2020년 1월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항공편과 철도, 도로 등 북중 간 모든 통로를 차단했습니다.
그랬던 북한이 지난해 가을을 기점으로 하나둘씩 북중 통로를 다시 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데 이어 11월에는 러시아와 철도화물 운행을 재개했습니다. 특히 올 5월부터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하루 1회에서 2회로 늘렸습니다.
또 지난 16일에는 북한 태권도선수단을 태운 버스 2대가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조중우의교’를 통과해 중국에 들어갔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국경 봉쇄가 50% 정도 풀린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50% is might be good estimate. People who back and forth…”
전문가들은 국경 봉쇄가 풀리면 북한의 장마당, 무역, 식량난, 인적 교류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장마당에 나타날 전망입니다.
장마당은 북한 경제의 생명줄이었습니다. 코로나 이전 중국산 원부자재와 생활필수품은 트럭에 실려 평안남도 평성과 함경북도 청진의 도매시장으로 운반된 뒤 북한 전역의 400여 개 종합시장과 장마당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장마당에서 소비재와 생활필수품을 사서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그러나 2020년 1월 갑자기 국경이 봉쇄되면서 장마당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물품 조달이 안 돼 장마당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되는 것은 물론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북한의 식품 가격을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밀가루 가격은445%, 감자는 87% 올랐습니다.
북한 4인 가구의 월 평균수입을 20만원이라고 가정할때 일반 가정이 국경 봉쇄 전과 같은 식품을 구입할 때 앵겔지수는 58%에서 94%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엥겔지수는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한 가구가 쓴 돈 중에서 먹는 데 쓴 돈이 몇 퍼센트인가를 나타내는 겁니다.
따라서 엥겔지수가 94%라는 것은 100원을 벌어 94원을 먹는데 썼다는 얘기입니다.
탈북민들은 국경이 개방되면 장마당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는 트럭 수송이 재개되면 중국산 물품이 들어와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 ”육로가 개통이 되면 물자가 많이 들어와서 밀수도 좀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서 정상화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지금 물가 하락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이 국경 개방을 제한적으로 하고 있고, 인적 교류도 꼭 필요한 인력만 오고가는 수준이어서 지금 국경 개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식량난은 다소 완화될 전망입니다.
북한의 식량난은 그동안 2가지 요인으로 악화됐습니다. 하나는 가격이 오른데다 주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진 겁니다. 돈이 없어 쌀이나 옥수수를 사먹을 수 없는 겁니다.
특히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등 북중 접경지대의 식량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지역은 그동안 중국과의 공식, 비공식 교역으로 식량을 조달해 왔었는데 국경 봉쇄가 계속되면서 식량 조달이 끊겼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국경 봉쇄가 풀려 중국과의 교역과 밀수가 재개되면 접경지대의 식량 사정은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국경 봉쇄로 치명타를 입은 것이 접경지역이거든요. 밀수와 교역에 의존하던 경제가 붕괴됐는데, 따라서 국경이 전면 개방되면 접경지역 경제는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는데…”
북중 무역도 증가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9월 북중 화물열차가 재개되면서 북중 교역에는 숨통이 트였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은 15억9천만 달러로 전년도 (7억1천만 달러)보다 122%나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 북중 무역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1월부터 6월까지 북중 무역은 10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9% 증가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북중 무역량이 2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경제 성과를 높이려면 교역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20억 달러는 도달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무역량이 늘어난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메릴랜드대 브라운 교수는 현재 북중 무역은 북한이 주로 중국에서 물품을 사오는 것으로, 무역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pecially they worry about too much import from China not export.”
실제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 1억 1천만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매달 1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북한의 무역적자는 15억 6천만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날로 커지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국가가 통제하는 무역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임을출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무역, 환율, 물가 이런 것이 상호 연관돼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무역 시스템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국경 개방의 또 다른 변수는 코로나입니다.
현재 북한은 국경 개방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국경을 개방해 중국으로부터 물자를 수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섣불리 국경을 개방해 코로나가 확산될 경우 혼란과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다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거든요. 여름 코로나. 북한은 백신 접종을 안 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는 체감온도가 다릅니다. 따라서 단계적 국경 개방은 하겠지만 전면적 개방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중 국경이 하나둘씩 열리고 있지만 코로나 위험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전면적인 개방을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경 개방과 코로나라는 이중의 위험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