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일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주요 의제였던 흑해곡물협정과 관련, 서방이 먼저 약속을 이행하면 재개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분기별 보고서에서 이란이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생산 속도를 늦춘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 대화 재개에 합의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러시아와 튀르키예 정상회담 소식부터 전해 주시죠.
기자) 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일 러시아 소치에서 회동했습니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후 약 1년 만입니다.
진행자)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의제가 바로 흑해곡물협정 재개 문제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흑해곡물협정은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합의했던 건데요. 전쟁 중에도 전 세계 식량 안정을 위해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항로를 열어 둔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후 양측은 이 협정의 시한을 계속 연장해왔는데요.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 7월, 협정에서 합의된 자신들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며 협정 연장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말하는 조건은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처음 흑해곡물협정에 합의하면서, 자국산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제재 완화와 농업장비 수입 재개, 은행과 보험 서비스 연결 재개 등의 약속을 보장받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서방이 이를 지키지 않고,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 곡물과 비료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담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 재개 가능성을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러시아 농산물 수출 해제와 관련한 모든 합의가 이행되는 즉시 그렇게 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에서는 두 정상의 이번 회담을 통해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지 모른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기대를 깨는 이야기군요.
기자) 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 6개국에 대한 무료 식량 지원 계획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부르키나파소와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에 무료 식량 공급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최대 곡물 수출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흑해 연안 항구들이 막히면서 수출로를 잃었고요. 그에 따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식량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한편 러시아는 전쟁 와중에도 아프리카 국가들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파견하는 등 역내 국가와 관계 다지기에 나섰는데요. 이번 무상 공급 계획에 대해서도 식량을 내세워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기자) 네. 에르도안 대통령은 “조만간,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해결책에 도달할 것으로 믿는다” 면서 협정 재개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기대는 모두에게 잘 알려진 사항들이고,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편을 들어주는 것 같은 발언이군요?
기자)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사실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관계입니다. 지난 5월 튀르키예 대선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발생한 대지진과 장기집권, 경제 부진에 따른 여론 악화로 고전하고 있었는데요. 러시아는 튀르키예에 대한 지속적인 가스 공급으로 측면 지원에 나섰고요.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양국 사이에 균열음이 들리기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유럽의 두 나라,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튀르키예 간에 미묘한 이상기류가 감지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나토 가입을 서두른 이 두 나라는 튀르키예의 반대로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튀르키예가 핀란드 가입을 승인하면서 지난 4월 나토에 합류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지난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듯한 말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당시 튀르키예 쪽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방문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4월, 러시아의 기술 합작으로 세워진 아쿠유 원자력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크렘린궁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후에도 튀르키예 쪽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튀르키예를 방문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그때마다 번번이 크렘린궁은 결정된 것이 없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 발언 중에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 또 어떤 게 있나요?
기자) 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향해 협상 재개를 위해 보다 유연한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유럽보다는 아프리카로 곡물을 더 많이 수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이 흑해곡물협정의 근본 취지와는 달리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서방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AP’ 통신은 협정을 관리, 감독하는 ‘이스탄불 공동조정센터’ 자료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곡물의 57%가 개발도상국으로 가고 있으며, 그중 가장 빈도가 높은 도착지는 중국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소치 정상회담과 관련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4일 우크라이나 TV 방송에 나와 “우크라이나가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겠지만, 튀르키예의 발언은 주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또 “러시아가 문제를 일으키고, 모든 사람을 끌어들여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러시아의 협박에 계속 인질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는 협정에서 탈퇴할 아무런 법적, 정치적 근거도 없다”면서 러시아에 협정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이란 관련 소식입니다. 이란 핵 활동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나왔군요.
기자) 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 활동에 관한 분기별 보고서를 작성했는데요. 4일 공개된 보고서에는 이란이 무기급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 속도를 늦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수치로 볼까요?
기자) 네. IAEA는 보고서에서 이란이 지난달 기준, 최대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을 121.6kg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IAEA는 앞서 5월 보고서에서는 114kg, 2월 보고서에서는 87.5kg 비축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진행자) 60% 농축 우라늄도 무기급으로 간주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60% 순도의 고농축 우라늄 기술을 갖고 있으면 핵무기용 90% 우라늄 농축은 단시간 내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2주 정도면 핵무기 제작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순도와 관계 없이 이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우라늄 양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이란의 모든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3천796kg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는 5월 보고서의 추정치인 4천 745kg보다 949kg 줄어든 양입니다.
진행자) 고농축 우라늄 생산 속도도 그렇고 총비축량도 그렇고, 이란의 핵 활동 움직임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보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 주요 매체들은 이란이 2015년 주요 6개국과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른바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란 핵 합의는 미국의 탈퇴로 지금 표류 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는 이란이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탈퇴했습니다. 이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지만 별 소득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이란 핵 합의는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습니까?
기자) 농축우라늄 보유량은 300kg을 넘지 말아야 하고요. 농축 정도도 민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3.67%의 저농축 우라늄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핵시설에 IAEA의 모니터용 카메라를 부착해 정기적으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일방적 탈퇴 후, 다른 당사국들에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이 같은 합의 사항을 위반해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유럽으로 가봅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 외무장관 회담이 5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열렸는데요. 요르고스 게라페트리티스 그리스 외무장관과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이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 관계가 그동안 매끄럽지 않았던 모양이군요.
기자) 네.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두 나라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여러 세기에 걸쳐 갈등을 겪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가 지중해에 있는 키프로스섬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입니다. 현재 키프로스섬은 북쪽은 튀르키예가 실효 지배하고, 남쪽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친그리스계 정부가 들어서 있는데요. 이 키프로스섬 해역에서 대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에너지 탐사권 등을 둘러싸고 두 나라의 마찰은 더 심해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양국이 다시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 나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은 양국이 올해 겪은 자연재해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관측입니다. 튀르키예는 지난 2월 초,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대참극을 겪었는데요. 당시 그리스는 해묵은 갈등 관계를 뒤로하고 튀르키예에 구조대를 파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반면 그리스는 지금 최악의 산불 피해로 고전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19일 그리스 북동부 지역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지금 2주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불에 탄 면적이 무려 9만3천 헥타르, 930㎢가 넘는데요. 튀르키예 역시 불의의 자연 재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그리스에 소방대원 파견을 비롯해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등 양국 관계에 해빙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양국 외무장관이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습니까?
기자) 네. 양국 외무장관이 이날(5일) 공개한 로드맵에 따르면, 우선 오는 1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별도의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10월에는 양국의 고위급 관리들이 만난다고 하고요. 양국은 또 신뢰 구축을 위한 일련의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초타키스 총리가 지난해 크게 충돌한 적이 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5월 미초타키스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었는데요. 당시 미초타키스 총리는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하지 말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해 튀르키예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으로 다시는 미초타키스 총리와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리스가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하지 말라고 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미국과 더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데요. 튀르키예가 러시아 S-400 방공미사일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튀르키예가 추진한 미국산 최첨단 F-35 전투기는 물론 F-16 전투기 이전이 문제가 됐습니다.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밀착 속에, 나토의 방어 정보 등이 러시아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건데요. 하지만 튀르키예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자 미국 정부도 지난 7월, 튀르키예에 대한 200만 달러 규모의 F-16 판매 방침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의회는 아직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