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이 30일 상하이 방문을 끝으로 4일 간의 중국 방문을 마쳤습니다. 레이몬도 장관은 중국과 실무적 소통채널 개설 합의 등의 성과는 있었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불안은 여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아프리카 나라 가봉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습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부장관 대행이 파키스탄의 공정 선거를 촉구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 방문 일정을 마쳤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7일 시작된 지나 레이몬도 장관의 중국 방문이 30일 상하이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필두로 최근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중국을 연달아 찾은 데다가, 미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건 무려 7년 만의 일이라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진행자) 레이몬도 장관의 중국 행보를 따라가 보죠. 베이징에서 중국 상무부장과 만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죠?
기자) 그렇습니다. 레이몬도 장관은 공식 일정 첫 날이라고 할 수 있는 28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29일에는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창 국무원 총리, 허리펑 경제부총리, 후허핑 문화여유부장과 각각 만났습니다.
진행자) 이번 방문에서 중국 측 경제라인은 모두 만난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에는 워낙 쟁점이 많고, 전방위적인 갈등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통상 분야 갈등이 특히 심해서 레이몬도 장관이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중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영역에 미국 자본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는데요.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고 방해하고 있다고 거칠게 반발해왔습니다.
진행자) 레이몬도 장관이 이번 방중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나요?
기자) 미중 간 입장차가 워낙 커서 당장 눈에 띌만한 전폭적인 태세 전환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안정적인 양국 경제관계가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레이몬도 장관은 29일 허리펑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을 추구하거나 중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레이몬도 장관은 전날(28일) 왕원타오 상무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은 중국 경제가 강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지나친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데 따른 위험을 줄이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부각되면서 ‘디리스킹’과 ‘디커플링’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디커플링’은 커플, 즉 ‘짝’에서 떨어진다는 정도의 뜻으로, 미국이 중국을 국제 공급망에서 떼어낸다는 개념이고요. ‘디리스킹’은 위험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쨌든, 세계 1위와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건전하게 경쟁해야 세계 경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레이몬도 장관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관련해서는 타협이나 양보의 여지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미중 통상 분야 대부분의 영역은 국가안보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상호 이익이 부합하는 부분에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레이몬도 장관의 이번 방중에서 실질적 성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네. 양국은 경제, 무역 분야에서 정기적인 소통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무역 현안 회의는 차관급으로 실무그룹을 꾸려 1년에 2회 진행하기로 했고요. 수출 통제와 관련된 정보 교환을 위해 차관보급 소통채널도 열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레이몬도 장관의 발언 가운데 주목할 만한 내용, 또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네. 레이몬도 장관은 29일 오후 베이징 일정을 마무리하고 상하이행 고속열차를 탔는데요. 열차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한 발언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레이몬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기업들로부터 중국이 너무 위험해져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점점 더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중국이 곧바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레이몬도 장관의 방중 의미가 희석되는 모양새입니다.
진행자) 미국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불안하게 여기는 이유는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레이몬도 장관은 그 이유로 “아무 설명없이 부과하는 엄청난 벌금과 미국사회에 충격을 준 방첩법,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꼽았습니다. 레이몬도 장관은 이 모든 것이 불확실성을 높인다며 “그래서 기업들이 다른 나라를 투자처로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레이몬도 장관은 또 이날(29일) 베이징에서 처음 열린 차관보급 수출통제 정보교환 실무회의와 관련해서도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투명성과 이해를 구축하는 게 목표이며 새로운 협상의 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쪽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중국은 레이몬도 장관의 `투자 불가능’ 발언에 즉각 반박했습니다.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중국 내 7만 개 미국 기업의 90%가 수익을 내고 있으며 대부분 중국 잔류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은 높은 수준의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외부에 문을 더 넓게 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베이징에서는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미국의 경제∙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이라면서 이를 정치화하는 것은 양국 관계와 경제는 물론 기업과 국민의 이익에도 해를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아프리카로 가봅니다. 가봉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앙아프리카 나라 가봉에서 30일 군인들이 최근 대선 결과에 반발해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가봉은 지난 26일 대선과 총선을 치렀는데요.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이 약 64% 득표로, 3연임 성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쿠데타 세력은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복을 입은 12명의 군인들은 30일 국영 TV에 나와 대선 결과 취소와 국경 폐쇄, 국가기관 해산을 선언했습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헌병대, 공화국 경비대 등 여러 부대가 쿠데타에 가담했다면서 자신들이 국가의 모든 안보와 방위 군을 대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스로를 ‘과도기 국가기관 재건위원회’라고 소개한 이들은 “오늘날 우리나라는 심각한 제도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가봉 국민의 이름으로 현 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를 수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봉고 대통령의 거취는 확인됐습니까?
기자)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지도자들은 봉고 대통령이 가택연금돼 있으며, 다른 정부 관리들도 체포됐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후 봉고 대통령의 동영상이 나왔습니다. 약 50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봉고 대통령은 자신은 가봉의 대통령이며,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국제 사회에 쿠데타 세력에 반대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가봉은 봉고 집안이 장기집권 중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봉고 대통령은 42년 간 장기집권한 아버지 오마르에 이어 집권해 14년 동안 가봉을 통치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와 아들이 가봉을 반세기 넘게 통치해온 겁니다.
진행자) 권력을 세습한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아들 봉고 대통령은 2009년에 아버지 오마르 봉고가 사망하고 치른 대선에서 승리해 권좌에 올랐습니다. 이어 2016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6일 3연임에 도전해 다시 성공했다고 발표한 겁니다.
진행자)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유혈 충돌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기자) 이들이 방송에서 쿠데타 성명을 발표한 직후 수도 리브리빌 시내에서 시끄러운 총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한편 과거 가봉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 정부는 사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프리카에서 최근 쿠데타가 계속 발생하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만일 가봉 군부 주장대로 이들이 권력 장악에 성공한다면, 2020년 이후 중부와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벌어진 8번째 군부 쿠데타로 기록될 전망인데요. 최근 아프리카에서 이슬람 극단세력이 입지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잦은 쿠데타 발생으로 서방에서는 아프리카 안보 지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바로 지난달에도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니제르는 이슬람 극단세력에 맞서 싸우는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국들의 주요 전략적 요충지인데요. 지난달 대통령 경호실장을 중심으로 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이에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 ∙에코와스)가 중재에 나서면서 만일의 경우 군대를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역시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이웃나라인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의 반대에 직면해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부장관 대행이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눌런드 부장관 대행이 29일 잘릴 압바스 질라니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통화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습니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눌런드 대행이 질라니 장관과 파키스탄의 “시기 적절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중요성”에 관해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파키스탄 정국이 지금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지난해 4월 파키스탄 의회가 당시 집권하고 있던 임란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한 이래 파키스탄 정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칸 전 총리와 지지자들은 의회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자신이 축출된 배후에 미국과 파키스탄 군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파키스탄은 과도정부가 이끌고 있다고요?
기자) 네. 당시 파키스탄 의회는 칸 전 총리 해임 후 바로 표결을 통해 셰바즈 샤리프 전 펀자브주 총리를 새 총리로 선출했는데요. 샤리프 총리의 임기는 칸 전 총리의 잔여 임기인 올 8월까지였습니다. 파키스탄 의회는 지난 9일 해산됐고요. 샤리프 총리와 야권은 총선 전까지 정부를 이끌 과도정부 수립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눌런드 대행의 발언을 보면 아직 총선 일정이 잡히지 않은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키스탄 헌법상 의회 해산 후 90일 안에 총선을 치러야 합니다. 그러면 11월에는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요. 하지만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7일, 최근 실시된 인구조사를 반영해 선거구를 조정하는 데 적어도 4개월이 필요하다면서 총선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파키스탄 선관위는 12월 14일까지는 선거구 조정 최종 결정이 나올 것이라면서 그 이후에 총선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내년으로 총선이 넘어갈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칸 전 총리 측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은 칸 전 총리의 인기를 의식해 정부가 선거를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는데요. 안와르울하크 카카르 총리의 과도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최근 칸 전 총리에게 유리한 재판 결과가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이 29일, 칸 전 총리의 부패 혐의에 대한 1심 판결 효력을 정지시켰습니다. 칸 전 총리는 1심에서 재임 시절 받은 선물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 3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은 이날(29일) 칸 전 총리의 보석 신청도 허락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하루 전인 28일에는 발루치스탄 고등법원이 칸 전 총리의 선동 혐의에 대한 기소를 기각했습니다.
진행자) 칸 전 총리는 그럼 석방됐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칸 전 총리는 앞서 언급한 부패 혐의, 선동 혐의 외에도 살인 교사, 국가기밀 유출 등 수십 건의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때문에 일부 재판에서 법적 승리를 거뒀다 해도 또 다른 혐의로 체포될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국가기밀 유출 혐의에 관한 재판을 맡은 특별법원이 30일, 첫 심리가 있는 다음 달 13일까지, 2주간의 구금 연장을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눌런드 대행은 칸 전 총리를 둘러싼 이런 상황에 대해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국무부 성명에 따르면 눌런드 대행과 질라니 파키스탄 외무장관 간 통화에서 칸 전 총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국무부는 두 사람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의 중요성과 파키스탄의 경제 안정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속적인 지원 활동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파키스탄 과도정부는 최근 IMF로부터 3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승인받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