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주권 독립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타이완에 대한 군사장비 지원을 승인했습니다. 중국은 즉각 타이완 분열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가봉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세력이 과도위원회를 이끌 지도자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최근 공개한 지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주변국들이 일제히 항의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타이완에 군사장비 지원을 승인한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미국 정부가 타이완에 8천만 달러 상당의 군사 지원을 승인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29일 의회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는데요. 이번 지원은 과거와는 달리 미국 정부가 독립 주권국가들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 것이어서 특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기자) ‘해외군사금융(Foreign Military Financing)’, FMF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미 국무부가 관리하는 최대 규모의 군사 지원 프로그램인데요. 이 지원을 받는 나라는 미국 정부로부터 무상 자금 지원이나 대출을 통해 자국의 상황에 맞게 미국산 군사장비를 사들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타이완이 이번에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군사 지원을 받게 됐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한국, 일본 등 주요 동맹에 대해서는 FMF를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타이완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여러 차례 있었던 대타이완 무기 수출은 ‘대외군사판매(Foreign Military Sales)’, FMS라는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 정부가 국가가 아닌 대상에 FMF를 적용한 전례는 없습니까?
기자) 미국이 FMF를 통해 국가가 아닌 대상에 군사 지원을 제공한 건 에티오피아에 기반을 둔 주권국가들의 조직인 ‘아프리카연합(AU)’이 유일하다고 미국 관리들은 말했습니다.
진행자) 국무부는 이번 조처에 대해 뭐라고 설명했습니까?
기자) 네. 국무부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합동∙연합 방위 능력과 해상안보 강화를 통해 타이완의 방위력 강화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미 의회는 ‘국방수권법(NDAA)’에 타이완에 대한 군사 지원 상한선을 연간 최대 20억 달러로 책정했는데요. 이번에 승인한 액수는 8천만 달러로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FMF가 주권국에만 제공되는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중국은 타이완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타이완을 1949년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에서 이미 멸망한 ‘중화민국’을 내세우는 불법 정권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언젠가 반드시 통일해야 할 자국의 영토라고 말해왔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하면서 더 강경해져, 이제는 타이완에 대한 무력 사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에서 타이완의 입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유엔은 지난 1971년에 중화인민공화국, 즉 중국을 유일한 합법적 정부로 인정했고요. 반면 타이완은 유엔에서 탈퇴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도 중국에 넘겨줬습니다. 지난 3월 온두라스가 타이완과 단교하면서 현재 타이완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아이티,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등 13개국에 불과합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도 일찌감치 타이완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역시 지난 1979년 1월 1일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타이완과 단교했는데요. 하지만 같은 해 4월 ‘타이완관계법’을 만들어 타이완에 대한 방어용 무기 수출을 허용하고 경제, 문화, 인적 교류의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주권국에 적용해온 FMF 프로그램을 타이완에도 적용시켰는데요.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바뀐 건가요?
기자) 국무부 대변인을 포함한 미국 정부 관리들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한 게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CNN’ 방송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이번 조처는 “타이완관계법과 우리의 오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부합하며, 미국은 타이완이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방어 조항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처를 통해 타이완에 지원될 무기 종류는 어떤 것들일까요?
기자) 국무부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구체적인 무기 목록은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항공과 해안 방어시스템, 장갑차, 드론, 탄도미사일, 사이버 방어체계, 첨단 통신장비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는 또 FMF 프로그램에 따라 타이완 병력에 대한 훈련도 포함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바로 반발하고 나섰다지요?
기자) 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타이완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고 타이완 내 분리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또 타이완은 중국과 분리할 수 없는 일부이며, 어떠한 외부 개입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에 “타이완과의 군사관계를 중단하고 타이완해협의 긴장 고조 행위와 타이완 분열세력 지지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쿠데타가 발생한 중앙아프리카 나라, 가봉으로 가봅니다. 쿠데타 세력이 임시 지도자를 세웠다고요?
기자) 네. 쿠데타를 일으킨 가봉 군인들이 30일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을 가택연금하고, 브리스 올리귀 은구마 장군을 임시 지도자로 임명했습니다. 군부는 30일 국영방송을 통해 “은구마 장군이 만장일치로 과도기재건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는데요. 가봉 국영 TV는 군인들이 수도 리브르빌에서 ‘올리귀, 대통령’이라고 환호하며 헹가래 치는 모습을 방영했습니다.
진행자) 은구마 장군은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은구마 장군은 대통령을 경호하는 ‘공화국수비대’ 대장입니다. 축출된 봉고 대통령과는 사촌지간이라고 합니다. 봉고 대통령의 아버지인 오마르 봉고 대통령 재임 시 경호원을 지냈고요. 공화국수비대장이 되기 전에는 비밀경호국 수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쿠데타 세력이 추대한 은구마 장군으로부터는 무슨 이야기가 나온 게 있습니까?
기자) 네. 프랑스 ‘르몽드’ 신문이 30일 은구마 장군과 인터뷰했는데요. 은구마 장군은 봉고 대통령의 3선은 불법이라면서, 쿠데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은구마 장군은 또 가봉 국민들 사이에 불만이 있지만 누구도 그것을 책임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군대가 책임지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봉고 대통령은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고요?
기자) 네. 쿠데타 군부는 30일 “알리 봉고 온담비 대통령은 국가반역죄로 체포됐으며 가족과 의사들에 둘러 쌓인 채 가택연금돼 있다”고 밝혔는데요. 나중에 봉고 대통령의 50초짜리 동영상이 나왔습니다. 이 동영상에서 봉고 대통령은 자신은 가봉의 대통령으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가봉의 친구들’, 국제사회에 쿠데타 세력에 반대해 목소리를 낼 것을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는 가봉의 이번 쿠데타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서방과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0일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민주적 통치에 대한 가봉 국민의 요구를 계속 지지할 것이며,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봉 주재 미국대사관은 가봉 내 미국민들에게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유엔도 성명을 발표했죠?
기자) 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성명에서 “가봉에서 벌어진 쿠데타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을 발휘하고 포괄적이고 의미있는 대화에 참여해 법치와 인권이 온전히 존중되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러시아도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요?
기자) 네. 국제사회에서 서방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중국과 러시아도 이번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가봉 사태 당사자들에게 “국가와 국민의 근본적 이익에 집중하고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또 봉고 대통령의 신변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가봉과의 우호적 관계를 언급하면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신속히 사태가 안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응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아프리카연합(AU)’의 무사 파키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가봉의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군부는 대통령과 가족, 정부 인사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의장인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 확산하는 듯한 독재라는 전염병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다른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 사태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이 새로 발간한 지도를 둘러싸고 주변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8일, ‘2023 표준지도’를 공개했습니다. 중국은 이 새 지도에 다른 나라와 국경∙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을 모두 자국의 영토로 표시해, 주변 국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우선 남중국해를 꼽을 수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가상의 선을 그어 자국의 영해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보통 9개의 점을 연결한 알파벳 U 자 모양의 이른바 ‘구단선’인데요. 그런데 이번에 중국 자연자원부가 공개한 새 지도에는 타이완까지 포함한 10단선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게 선을 연결한 모양을 보면, 남중국해 해역이 거의 다 들어가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남중국해 해역의 약 90% 가 그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중국 최남단인 하이난섬에서 남쪽으로 1천500km까지 떨어진 곳까지, 그리고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도 침범하게 됩니다. 남중국해는 매년 3조 달러 이상의 교역이 이뤄지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바닷길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그래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나라들이 반발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타이완, 베트남 등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중국의 새 지도가 나오자 일제히 중국을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 31일, 중국 측에 국제법과 2016년 나온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따라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은 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PCA에 가져간 당사국이기도 하죠?
기자) 맞습니다. 당시 PCA는 중국이 역사적 배경을 내세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근거 없다고 판결하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하지만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패소한 나라의 자발적인 이행 의지가 중요합니다. 중국은 그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내세워 이들 국가의 반발을 무마해왔습니다.
진행자) 다른 관련국들의 반응도 살펴보죠.
기자) 네. 말레이시아 정부는 중국의 새 지도는 말레이시아에 아무런 효력도 가지지 못한다고 일축했습니다. 타이완 외교부 제프 리우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의 새 지도에 관해 묻는 질문에 “타이완은 결코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타이완의 주권에 대한 입장을 아무리 비틀려고 해도, 타이완의 존재의 객관적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베트남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베트남은 중국의 주장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인도와도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데요. 새 지도에 인도와의 분쟁 지역도 중국 땅으로 표시됐습니까?
기자) 네. 새 지도는 중국과 인도가 수십 년째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히말라야 남쪽 아루나찰프라데시와 카슈미르 지역 악사이친 고원도 중국 영토로 표시해 놓고 있습니다. 인도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중국의 근거 없는 주장을 강력히 거부한다”면서, 중국의 이런 행동은 국경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인도와 중국 정상이 악수를 나눈 지 며칠 안 돼 양국 국경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만났는데요. 두 정상은 당시 양국 관계 개선과 함께 국경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도 채 안 돼 중국의 새 지도가 나오면서 국경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입니다.
진행자) 관련국들의 이런 반발에 중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중국은 해당국 정부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신 지도에 9단선이 아닌 10단선으로 표시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영토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