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30일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폐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현장에서 결산 회견을 통해 "우리와 모든 동맹은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미국은) 방공, 포병무기, 탄약, 대전차 레이더 등을 포함한 8억 달러 규모 추가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원조는 70억 달러 상당에 이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매우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이날(30일) 회견에서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 알 수 없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패배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주변국들을 향한 러시아의 확전 의도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헌장 5조는 신성하다"며, "나토 회원국 영토의 1인치까지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토 헌장 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 방위권을 발동한다'는 규정입니다.
◼︎ 고유가 대책 다양한 방안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에 관해 "궁극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 때문"이라며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라고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대책에 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산 석유 가격상한제 도입, 미국 정부의 연방 유류세 한시 면제, 주 정부 차원의 유류세 면제와 관련 조치들을 거론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관해, 국왕과 왕세자를 만날 예정이라고 확인하면서도 원유 증산 요청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할 방침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들에게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뒤 "특별히 사우디에 대해서가 아니라 모든 걸프국가들에게 전체적으로 원유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그들(걸프 산유국들이)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증산) 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 "역사적인 회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29일)부터 이틀 간 이어진 이번 나토정상회의에 관해 "역사적인 나토정상회의였다는 데 모두가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만약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나토는 더 강력해질 뿐만 아니라 더 단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일어서 그의 침략을 반대하고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수호하는 것을 볼 것이라고 했다"며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나토는 전날(29일) 회원국 정상간 합의로 채택한 새 전략 개념에서 러시아를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의 도전'을 명시했습니다.
또한 스웨덴과 핀란드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하고 공식 초청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호주와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국으로 참가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지적했듯이 그의 행동은 대서양과 태평양의 민주주의 동맹·파트너들을 결집해 미래에 중요한 도전에 초점을 맞추고, 중국을 포함한 도전들에 맞서 규칙 기반 질서를 수호하는 전 세계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 러시아군, '스네이크 섬' 철수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흑해 전략 거점인 스네이크 섬(즈미니 섬)에서 철수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30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호의의 표시로 즈미니 섬에서의 임무를 완수하고 그곳에 주둔한 수비대를 철수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철수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농산물을 운송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를 조직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친선의 제스처'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측의 철수 발표 직전, 우크라이나군은 이 섬에 포격을 단행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우리 군이 거둔 성과"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군 철수 사실을 확인하고, 우크라이나군이 거둔 성과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네이크 섬에서 우리 미사일과 포병부대의 성공적인 군사작전의 결과, 적(러시아군)은 쾌속정 2척을 타고 남은 병력을 급하게 대피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연기에 휩싸인 스네이크 섬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스네이크 섬에 더 이상 러시아군은 없다"고 밝히고 "우리 군대가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네이크 섬은 우크라이나 본토 남단에서 약 48km 떨어진 곳에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입니다.
면적 0.18㎢인 바위섬으로, 유사시 포대와 미사일 등을 배치할 수 있어 전략적 가치도 높습니다. 이 섬에 미사일을 두면 몰도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루마니아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습니다.
◼︎ 식량 수출 봉쇄 풀릴까?
스네이크 섬은 무역 거래에도 중요한 곳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흑해 핵심 항구인 오데사항에서 지중해로 나아가려면 이 섬 주변을 지나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0~2021년 기간에 4천150만t에 달하는 밀과 옥수수를 전세계에 수출했는데, 물량의 95%가 오데사항 등 흑해 항구에서 출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출발한 곡물은 터키의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을 거쳐 지중해로 나간 뒤, 수에즈운하 등을 거쳐 아프리카·아시아를 포함한 곳곳에 공급됩니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의 봉쇄로 이 운송로가 막혀 세계적인 식량난이 확산되는 중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개전 당일 흑해 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을 투입해 이 섬을 점령했습니다.
당시 투항하라는 모스크바함의 요구에 스네이크 섬 수비대원들이 "꺼져라"라고 답하는 음성이 공개되며, 우크라이나의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구호가 됐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섬을 되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최근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얼마전 이 섬을 공습해 러시아군에게 큰 타격을 입힌 장면이 위성사진으로 공개된 바 있습니다. 판시르 방공 시스템이 주요 목표물 중 하나였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매복 공격으로 러시아군 로켓 발사 차량을 폭파하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 푸틴, 나토 확장에 대응 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가 스웨덴과 핀란드를 받아들여 확대할 채비를 하는데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29일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관영TV에 출연해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면서 "나토가 이들 나라에 군대를 배치하고 군사 시설을 세운다면 우리도 상응한 조치를 해야 하며, 대등한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한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을 향해 "이제 일정한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며 "만약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면 긴장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서 미국과 서방 측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방 진영과 나토에게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의 안녕은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나토 회원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패권을 확고히 하고 제국주의 야심을 드러내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유럽의 옛 소련 위성국가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 육해공군을 대폭 증강 배치할 계획을 발표하고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의는 30일까지 계속됩니다.
◼︎ 젤렌스키, 나토 참여 요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없는 유럽의 안정은 불가능하다"며, 나토 참여를 요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9일 밤 영상 연설에서, 이날 나토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적대적인 반유럽 정책에 대응해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는 유럽의 안전 보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이처럼 명백한 본질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동맹을 위해 우리는 명확한 안정 보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토 회원국에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참여할 수 있는 안전 보장 체제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개전 후 최대 포로 교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 통제지역으로 후송됐던 군인과 경찰관 144명의 귀환 소식도 공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근위대 59명과 해군 30명, 육군 28명, 국경수비대 17명, 영해수비대 9명, 경찰 1명이 조국으로 돌아왔다"고 밝히고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65세이고 가장 젊은 사람은 19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조우스탈 수비대 95명이 집으로 돌아왔다"며 "이를 위해 노력한 모든 이에게 감사하며 우리는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함락된 남동구 항구 도시 마리우폴을 방어하던 우크라이나군의 마지막 거점이었습니다.
함락 당시 제철소에 있던 아조우연대와 제36해병여단 소속 병력 1천명 이상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비롯한 러시아 측 통제 지역으로 후송됐습니다.
이날(29일) 공개된 우크라이나 군·경 인력 귀환은 포로 교환에 따른 것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설명했습니다.
친러시아 세력인 DPR 측은 이날 DPR군과 러시아군 장병 144명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같은 수의 포로들을 우크라이나 측에 넘겼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포로 교환 규모는 개전 후 최대입니다.
◼︎ "푸틴 목표와 러시아군 능력 불일치"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 정보당국에서 나왔습니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DNI)은 2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 정보기관들의 일치된 의견은 전쟁이 장기간 이어지리라는 것"이라고 밝히고 "상당히 암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이번 전쟁이 앞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러시아가 돌파구를 만드는 것, 둘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점령지를 일부 회복하며 전선을 안정시키는 것, 마지막으로 교착 상태 계속되는 상황을 거론했습니다.
이 가운데 "러시아군이 목표 달성을 위한 전환점을 만들지 못하는 교착 상태가 가장 있을 법한 시나리오"라고 헤인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이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사적 목표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대부분을 점령하는 것이지만 러시아군의 전투력이 크게 떨어져 단기적으로는 점진적인 전과만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푸틴의 단기적인 군사적 목표와 그의 군대 능력 사이의 단절, 그의 야망과 그 군대가 달성할 수 있는 것 사이의 일종의 불일치를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군이 이번 전쟁에서 입은 손상을 회복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 정보기관들의 업무와 기능을 조율하는 인물입니다. 모든 정보 관련 사안을 종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