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맞선 유럽 주둔 미군 증강 계획을 29일 공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현장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에게 관련 사항을 알리고 "미국은 유럽에서 전력태세를 끌어올려 유럽의 달라진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집단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폴란드에 미 육군 5군단 전방 사령부를 설치합니다. 5군단은 미 육군의 유럽 일대 작전을 관할하는 조직입니다.
현재 5군단 사령부는 켄터키주 포트녹스에 있고, 폴란드 포즈난에 현장 지휘부를 둔 채 병력을 순환 배치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3월 포트녹스 등지에 남은 사령부 인원을 독일 안스바흐에 파견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5군단 고위 관계자는 이날(29일) VOA와의 통화에서 "(폴란드에 사령부를 두는 것은) 2차 대전 이후 미군 유럽 활동 역사에서 획기적인 일로 평가할 만 한다"고 밝히고 "상징적 주둔이 아닌 실제적인 억지력으로 활동할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영국·스페인에 공군·해군력 확대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영국에 F-35 스텔스기 2개 대대를 추가 배치하고, 스페인 로타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구축함을 4척에서 6척으로 늘리겠다고 이날(29일) 밝혔습니다.
아울러 독일과 이탈리아에도 방공체계를 강화하고, 러시아와 가까운 루마니아와 발트해 연안국 순환 배치 병력도 여단급 이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보다 약 2만명 많은 10만명 수준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의 평화를 깨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공격했다"고 비난한 뒤 "그 어느 때보다 나토가 필요하고 중요해졌기에 미국과 동맹은 군사력을 증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나토, 12년만에 새 전략 개념 채택
미국이 주도하는 유럽 일대 집단안보 체제인 나토는 이날(29일) 정상회의에서 새 전략개념을 채택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더욱 경쟁적인 세계에서 우리 동맹을 위한 신규 전략 개념에 정상들이 합의했다"고 밝히고, 세부 사항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전략 개념에는 특히 이전에는 언급되지 않은 중국이 거론됐고, 러시아를 표현하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 중국: 유럽 안보 체계적 도전
새 전략 개념에서 나토는 "중국이 우리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하는 강압적인 정책과 야망을 천명한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동시에 전략적 불투명성을 유지하며 세계적 입지를 넓히려 정치·경제·군사적 도구를 활용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심화되는 현황을 거론하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약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이 유럽·대서양 안보에 제기하는 체계적인 도전에 대응하고 동맹 수호와 안보 보장이라는 나토의 오랜 역량을 보장하기 위해 동맹으로써 책임 있게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중국의 급속한 군사화와 비시장적관행, 인권침해 등에 대한 전방위적 대응 필요성도 적시했습니다.
◼︎ 러시아: 파트너→위협
나토의 전략 개념 갱신은 지난 2010년 이후 12년 만입니다.
러시아는 이번 전략 개념에서 "동맹 안보와 유럽·대서양 평화·안정에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명시됐습니다. 지난 전략 개념에서는 '전략적 파트너'였는데, '위협'으로 평가가 바뀐 것입니다.
이 밖에 이번 전략 개념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평화를 산산이 부서뜨리고 우리 안보 환경을 깊이 변화시켰다"는 내용과 "강하고 독립적인 우크라이나는 유럽·대서양 안정에 필수"라는 문구 등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와 중국의 연대를 견제해온 미국과 영국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동 안보전선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국가 정상들도 초청됐습니다.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승리로 전쟁 끝내야"
30일까지 이틀동안 열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 최우선 의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 대응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9일 회의에 화상으로 참가해, 나토 회원국들의 연대와 지원 확대를 호소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위협으로 생각한다면 러시아의 첫 번째 목표물(우크라이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전쟁은 단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이 아니라 유럽의 상황과 미래의 세계 질서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러시아를 제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이번 정상회의 모든 참가자를 향해 "당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방공 시스템과 현대식 포병 전력 지원이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아울러 전쟁을 치르면서 "한 달에 약 50억 달러가 필요하다"며, 재정 지원도 요청했습니다.
◼︎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청신호
이런 가운데,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조만간 확정될 전망입니다.
두 나라의 합류를 강력히 거부해왔던 터키(최근 '튀르키예'로 국호 변경)가 반대 입장을 공식 철회한데 따른 것입니다.
터키와 스웨덴, 핀란드는 나토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28일, 두 나라의 나토가입을 지지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습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세 나라간 양해각서는) 터키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을 지지할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열어주는 합의에 도달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모인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나토 주요 회원국 지도자들도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들(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은 나토의 집단 안보를 강화하게 될 것이며, 대서양 동맹 전체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두 나라의 가입 절차가 신속히 마무리되도록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동맹, 미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나토 정상회의 개막에 맞춘 환상적인 뉴스"라고 트위터에 적은 뒤 "스웨덴과 핀란드의 합류는 우리의 눈부신 동맹을 더욱 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동기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중립 노선과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8일 동시에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습니다.
그러나 터키가 반대하면서 난항을 겪어왔습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이 모두 승인해야합니다.
터키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쿠르드족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나토 가입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PKK는 쿠르드족 게릴라 단체로, 터키 일부를 포함한 지역에서 분리주의 운동을 해왔습니다. 터키 정부는 PKK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쿠르드족 이민자들이 많은 스웨덴에서는 쿠르드족 출신 6명이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핀란드와 스웨덴이 터키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 것도 걸림돌이었습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2019년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장악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한 것에 대해 무기 금수 제재를 시행했고, 스웨덴과 핀란드도 동참했습니다.
이에 관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무기 금수 등을 포함하는 터키의 우려 사항에 대처하는 내용이 세 나라 간에 공유됐다고 28일 취재진에 설명했습니다.
터키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핀란드와 스웨덴이 쿠르드족 인민방위대(YPG)를 비롯한 PKK 연계 조직들을 지원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무기 금수도 풀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정상회의서 확정 전망
터키가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섬에 따라,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한 나토 정상회의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이 사실상 승인될 전망입니다.
30개 회원국 정상들이 두 나라의 가입에 찬성하면, 이어서 각국 의회 비준 절차가 진행됩니다. 통상 1년 정도 걸리는 과정인데, 나토 집행부는 한 나라라도 비준에 실패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이 자국 안보에 위협 요인이라며,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명분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토가 오히려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러시아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 절차를 밟는데 대해 보복을 공언해왔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지난 4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군은 지난달 4일 발트해 연안 칼리닌그라드에서 핵공격 모의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Mi-17 군용 헬기를 출격해 핀란드 영공을 침범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