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한국 주재 미국 대사대리는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개입 중단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올 하반기로 예정된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조셉 윤 한국 주재 미 대사대리가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북한의 우크라이전 개입과 관련한 언급을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11일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제7차 세종열린포럼에서 북한 군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근본적인 요구 사항 중 하나는 북한의 개입이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쟁에 개입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단순히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윤 대사대리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발언 배경 등이 궁금한데요, 이에 대해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윤 대사대리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와 종전 구상을 놓고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한 뒤 나온 발언입니다.
특히 북한의 전쟁 개입을 놓고 미 고위 당국자가 분명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처음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과제로 설정한 우크라이나전쟁의 조기 종전을 위해선 북한의 개입을 중단시켜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일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또는 정전을 모색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사실상 거의 우선조건에 가까운 게 북한 군 파병 철회 또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적 협력을 제한하고 중단시키는 것이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협상까지 염두에 두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종연구소 김현욱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종전안에는 전쟁이 종료되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가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만일 종전 후에도 북러 협력이 견고하게 유지된다면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북러 관계를 디커플링 즉 분리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런 차원에서 북한 군 파병 중단을 러시아에 압박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김 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현욱 소장] “북미 관계 협상을 방해할 수 있는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그리고 북러 간 관계에서의 결집성, 응집력 이런 것을 상당히 완화시켜야 북미 관계나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게 트럼프 생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김 기자, 윤 대사대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꼭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중국이 내년도 APEC 의장국인만큼 시진핑 국가주석도 참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윤 대사대리의 말대로라면 한국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게 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중국에 대한 포위압박 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을 규합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지 않으면 APEC 무대를 시진핑 주석에게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치에 기반한 동맹 우호국들과의 다자기구들을 대중 압박에 활용했던 조 바이든 전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다른 양자 중심의 접근방식을 선호한다며, 한국 내 그리고 국제정세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문제라고 신중론을 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다자간 안보기구 또 다자간 협상기구를 활용해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보다는 철저하게 양자 관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를 관철시키려는 그런 경향성을 지금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을 얼마나 중시하는 지는 아직은 불투명하거든요.”
진행자) 김 기자, 포럼에선 한국의 독자 핵무장과 관련한 이야기도 오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유연한 입장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이에 대해 “미국은 아직 이 사안을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는 여러 단계와 옵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등 방식을 거론한 뒤 “워싱턴에 있는 분들이 또 다른 단계가 있다고 하는 것이 일본에 허용되고 있는 선과 비슷한 수준의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핵연료 주기 활동을 진행해 일정 수준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연료 재처리를 하면 이는 일본과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미일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후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핵 발전에 사용하는 ‘핵연료 주기’ 정책을 펴고 있으며, 한국과 달리 우라늄을 최대 20%까지 농축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윤 대사대리의 발언은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연료 재처리와 같은 자체적인 핵 잠재력 강화 방안을 요구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동의할 수 있다는 얘긴가요?
기자) 그런 건 아닙니다.
윤 대사대리는 자신의 발언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 워싱턴 분위기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워싱턴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100% 거부하면 한국도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실 옛날보다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핵연료 주기 수준을 일본과 비슷한 단계로 발전시키려면 이는 미한 간 원자력협정 개정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반면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옵션은 가장 어려운 선택지”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또 “여러 가지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한국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박형중 박사는 동맹보다는 국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내에서 중구난방으로 제기되는 북 핵 독자 대응 방안들에 대한 윤 대사대리의 우려가 담긴 발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한국에서의 논의가 너무 중구난방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가 북 핵 대응을 하는데 있어서 처음부터 예를 들면 한국이 핵무장하는 건 너무 엄청난 과잉진전인 것이고 현 단계에서 한미가 할 수 있는 일종의 자그마한 진전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윤 대사대리는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북한 전문가이며, 지난 1월 퇴임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퇴임한 이후 대사대리로 부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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