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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첫 의회 연설서 북한 언급 안해…한국엔 “대미 관세 불공정 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부당하게 높은 대미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적성국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을 허물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이 협상 국면에 들어가면 한국의 입지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한국에선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한국 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동맹이나 안보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고 경제가 핵심 주제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물론 중국이나 이란, 러시아에 대한 언급도 아예 없거나 있어도 안보 차원의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을 통해 관세전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조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적성국보다 동맹국들이 더 많이 침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관세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의 동맹을 중심으로 한 반공 진영이 사실상 허울뿐인 느슨한 관계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이번 연설로 미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는 시급하게 다뤄야 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첫 의회 연설에서 경제 문제만 집중했다는 건 본인의 장기를 살리겠다는 것도 있지만 지금 그만큼 본인이 성과 도출에 서두르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그러면 아무래도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죠.”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협상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기자) 그런 분석도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보다 후순위인 게 맞지만 지금 미북 관계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장 박사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러시아나 북한을 동맹 안보적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그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북한도 마찬가지로 미국에 위협이 되는 부분에 대한 인식을 전혀 안 하고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딜을 통해서 얼마든지 관리 가능한 위협들이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과장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하게 그걸 위해서 미국이 많은 자원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생각 이게 핵심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에 대한 언급은 사실 불필요하죠, 지금 단계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당하게 높게 부과하고 있다는 취지로 연설한 대목에 대해선 어떤 반응이 나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국가가 우리가 그들에 부과한 것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매우 불공정하다”며 인도와 중국 사례를 거론한 뒤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평균 최혜국 대우 관세율은 13.4%, 미국의 최혜국 대우 관세율은 3.3%로 4배 수준이 맞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월부터 발효된 미한 FTA에 따라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였고 연도별 양허계획에 따라 올해는 관세가 이보다 더욱 낮아질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주미대사관을 통해 미국 정부에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관계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병제 한국 국립외교원 전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조한 대목과 관련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서도 한국 내 우려가 크다고 하던데요, 어떤 얘기들이 나오는 건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 조치는 최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앞에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종전 협상을 둘러싼 설전을 벌인 직후 내려진 건데요. 한국 내에선 이번 의회 연설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동맹이기 이전에 자국 경제를 훼손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지렛대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한국을 포함해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나라들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경제적 이익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안보 의존도를 낮춤으로 해서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그런 목표를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전망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 내 일각에선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지만 한국도 국익 중심의 거래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 보유국이지만 거래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미북이 대화 국면에 들어가면 한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협상이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첫 의회 연설서 북한 언급 안해…한국엔 “대미 관세 불공정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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