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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미 항모 전개에 “적대정책 계승…위혁적 대응 검토”


2025년 3월 3일 한국 부산항에 대기 중인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의 갑판 위에 F-18 슈퍼호넷 전투기들이 배치되어 있다.
2025년 3월 3일 한국 부산항에 대기 중인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의 갑판 위에 F-18 슈퍼호넷 전투기들이 배치되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 핵 추진 항공모함의 한국 전개와 상반기 미한 연합연습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김여정, 미 항모 전개에 “적대정책 계승…위혁적 대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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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군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의 부산 입항에 대해 “미 전략자산의 조선반 도지역 전개가 악습화된 행태로 굳어지고 있다”며 “우리도 적수국의 안전권에 대한 전략적 수준의 위혁적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을 심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미국이 ‘칼빈슨’함 입항, 핵잠수함 ‘알렉산드리아’ 전개 등을 통해 전략자산들을 상시배치 수준에서 한반도에 투입하고 있다며, 이달 중 실시될 미한일 해상훈련과 미한 연합연습인 ‘프리덤 실드’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고조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25년 3월 4일 북한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담화문 부분.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화면캡쳐)
2025년 3월 4일 북한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담화문 부분.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화면캡쳐)

김 부부장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무모한 망동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행동을 동반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의 무한대한 강화의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만히 앉아 정세를 논평하는 데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계속해 군사적 힘의 시위 행위에서 기록을 갱신해나간다면 우리도 마땅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칼빈슨함은 미국의 세 번째 니미츠급 항공모함으로 지난 2일 부산에 입항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 항공모함의 첫 한국 전개였습니다.

2025년 3월 2일 한국 부산항에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함이 입항하고 있다.
2025년 3월 2일 한국 부산항에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함이 입항하고 있다.

진행자) 김 부부장이 직접 담화를 낸 배경과 의도에 대해 어떤 분석이 나오는지요?

기자) 김 부부장이 담화를 낸 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국방성이나 외무성 실·국장 또는 대변인 수준에서 대미 비난 담화를 내보냈는데 이번에 최고 지도부 차원에서 처음 나온 겁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은 올해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바쁘게 이전 행정부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계승’하며 우리를 반대하는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를 계단식으로 확대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의지와 능력을 시험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이중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해 진의를 파악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김 부부장이 ‘전략적 수준의 위혁적 행동’을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이 최고 지도부 차원에서 대미 압박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전략적 수준의 위혁적 행동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게 북한 입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또는 핵실험을 하겠다는 그런 수준일 것 같거든요. 일단 협박을 크게 하면서 미국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 떠보는 것이라고 보이죠. 미국이 우리하고 협상할래 아니면 싸울래 이걸 밝히라는 일종의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에 나설 의사를 밝혔지만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미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공식화해 압박과 대화 투 트랙 대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도발이 본격화할 것으로 봐야 할까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기자)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담은 것이긴 하지만 표현 수위로 볼 때 트럼프 행정부와 각을 세우는 데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 치곤 이례적으로 표현이 정제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협상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인신공격성 내용은 일절 삼가하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원칙적 수준에서 주장한 담화라고 평가했습니다.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녹취: 홍민 박사] “원색적인 비난을 통해 지나치게 자극해서 뭔가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고 그로 인해서 초기부터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어그러지지 않게 하는, 그렇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굽히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적정 수준에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함으로써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게 상당히 잘 보여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담화에 담긴 북한의 경고 메시지는 조건부 즉 미국의 행동 여하에 따른 비례적 대응 입장을 밝힌 것으로, 트럼프라는 상대에 대한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김 부부장이 프리덤 실드 미한 연합연습과 ‘칼빈슨’함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미한일 해상훈련을 언급한 만큼 이들 훈련에 대응한 모종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조짐을 포착하고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의 4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이성준 공보실장] “북한은 지속적으로 무기를 개발해 왔고 최근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동향, 이런 움직임 또 활동들이 있기 때문에 군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 실장은 또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핵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최근 접적 지역에서의 대규모적인 활동은 아직 식별되지 않았지만 건설한 초소에서의 근무나 철책을 점검하는 등의 활동은 식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5년 2월 26일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미사일연합부대 서해상에서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
2025년 2월 26일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미사일연합부대 서해상에서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고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궤변에 불과하다”며 “만약 북한이 한미의 정당하고 방어적인 군사활동을 빌미로 도발할 경우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도발에 나선다면 어떤 도발을 택할지, 이에 대해선 어떤 예상이 나오나요?

기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으로선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중이고 인민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킨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마땅한 도발 수단을 찾는 데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박사는 트럼프 행정부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고도화된 핵 무력을 각인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녹취: 장용석 박사] “너희들이 아무리 방패를 만들어도 그게 결국 뚫린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의미에서 본토도 그 다음에 꼭 본토가 아니더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갖고 있지만 그게 과연 얼마만큼 트럼프의 인식 또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위협 인식을 변화시키고 증폭시킬지는 사실 미지수죠.”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으로선 전략도발이, 미국으로선 미한 연합연습이 협상이 본격화하기 전까진 남겨둬야 할 카드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양측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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