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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소통 다시 활발 조짐…전문가 “우크라 종전 미러 관계 변화 대비 차원”


2025년 2월 18일 북한 평양에 위치한 중국대사관에서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왕야쥔 북한주재 중국대사가 만나고 있다. (사진출처: 주북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
2025년 2월 18일 북한 평양에 위치한 중국대사관에서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왕야쥔 북한주재 중국대사가 만나고 있다. (사진출처: 주북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

지난해 수교 75주년을 맞아서도 관계가 소원했던 북한과 중국 간 소통이 최근 다시 활발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시작되면서 미러 간 우호적 관계가 만들어질 것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중 소통 다시 활발 조짐…전문가 “우크라 종전 미러 관계 변화 대비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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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과 중국 간 고위급 소통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네, 그런 조짐이 보입니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9일 평양에 있는 중국대사관을 찾아 왕야쥔 대사를 만났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대사를 찾아가 만난 사실이 공개된 건 1년이 넘을 정도로 오래간만의 일입니다.

박 부상은 왕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전통적인 조중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서도록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왕 대사는 “새로운 한 해 중국은 조선과 함께 최고 지도자의 중요한 공동 인식을 관철하고, 시대의 발전 조류와 양국 인민의 뜻에 따라 전략적 소통 강화와 실무적 협력 심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왕 대사는 이에 앞서 지난 6일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을 평양에서 배웅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이 단 3명 참가하는 데도 불구하고 대사가 직접 배웅에 나선 건데요. 지난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60여 명의 북한 선수단이 출정했지만 당시 중국 측 배웅은 없었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 겁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북중 관계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2025년 2월 5일 왕야쥔(우측)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북한 평양 국제 공항에서 김일국 체육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25년 2월 5일 왕야쥔(우측)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북한 평양 국제 공항에서 김일국 체육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북중 양국은 지난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조중 친선의 해’를 선언했음에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고위급 소통이나 행사가 거의 열리지 않을 만큼 소원한 관계를 드러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중의 이런 태도 변화의 배경에 대해선 어떤 분석이 나옵니까?

기자)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건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포함해 러시아와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한 데 대한 중국 측 불만, 그리고 미한일 3각 공조에 대응한 북중러 3각 연대에 소극적인 중국에 대한 북한 측의 불만이 겹쳐진 때문이었습니다.

2025년 2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디리야 궁전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회담장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2025년 2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디리야 궁전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회담장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서두르면서 북중이 협상이 타결될 경우에 대비해 서로를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러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북중 모두 경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미러 관계가 개선되는 건 러북 동맹의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러북 동맹이 약화되면 북한이 체제보장, 안전보장을 위해서 결국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그 역시 전통적 동맹인 중국과의 관계 그래서 북중 관계가 다시 개선될 여지가 크다 이렇게 전망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러시아에 과도하게 의존한 신냉전외교가 미러 관계 변화로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으로선 중국과 러시아 양국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가 더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겠군요?

2025년 2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5년 2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고려하는 차원에서도 북한으로선 러시아는 물론 중국까지 자신의 후원세력이 돼 주길 바랄 것이고 중국도 미북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길 원치 않으리라는 관측입니다.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입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미국과 대화를 할 가능성이 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러시아와 중국도 같이 끌어 들여서 지지와 협력을 얻는 게 북한 입장에서 훨씬 도움이 됩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미간 대화를 할 경우 소외되지 않고 같이 대화와 전략을 소통하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에 중국도 북한에 대한 접근을 모색해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올해 당 창건 80주년이고 내년 초 열리는 9차 노동당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북한으로선 경제 성과를 내는데 중국의 역할이 한층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연회에 주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부주석이 참석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주 부주석은 이 자리에서 “조선 인민이 사회주의 건설에서 부단히 새로운 성과를 이룩해 당 제9차 대회를 승리적으로 맞이할 것을 축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주 부주석의 발언에 대해 단순한 덕담을 넘어 북한에 대해 러시아가 대체할 수 없는, 중국이 갖는 가치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러가 밀착했지만 북한 경제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거든요. 그렇게 보면 2021년 시작된 8기는 김정은에겐 만족스럽지 않다, 사실상 고난의 행군의 연속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고요. 그러면 9기를 새롭게 계획을 한다고 하면 중국의 중요성을 김정은도 각인했을 거거든요. 이렇게 보면 덕담 같지만 중국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그런 발언이라고 볼 수도 있죠.”

진행자) 중국 입장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해진 이유는 뭘까요?

기자) 두진호 박사는 무엇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강공 드라이브가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같은 자국과 연대할 수 있는 나라들과의 관계 강화를 필요로 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미한일 외교장관이 15일 독일 뮌헨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 외교부
미한일 외교장관이 15일 독일 뮌헨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 외교부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 예산을 감축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태세는 유지 또는 오히려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중국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두 박사는 또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전 추진의 이면에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중 관계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가 본격적인 혈맹관계 복원으로까지 곧바로 나아가기 보다는 지금은 서로를 관리하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나 미북 협상 등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에 큰 영향을 받겠지만 아직은 가시권에 들어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 김흥규 소장은 중국은 북러 밀착이 여전히 불편한 수준이고 한국과의 관계도 관리해야 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복원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두 나라가 갑자기 친해지거나 갑자기 새로운 획기적인 전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고요. 중국의 전통적인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확실히 약화돼 있고 북러 관계가 동맹관계화 하면서 중국이 상당히 불편해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 다음에 한반도 불안정성에 대한 중국의 염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잖아요.”

이 때문에 북중 두 나라는 정치 외교적 관계에 앞서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우호관계를 과시할 수 있는 문화와 체육, 관광 분야에서의 교류를 확대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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