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화해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반인도주의적 행위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이산가족면회소 철거 사실을 확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이산가족 상시 상봉의 염원을 담고 있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부는 남북이 합의해 설치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러한 철거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구 대변인은 “북한의 일방적 철거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구병삼 대변인]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는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인 행위이며 우리 국유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입니다."
구 대변인은 아울러 “정부는 이와 관련된 법적 조치,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면회소 철거 동향은 작년 연말부터 포착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면회소 본관 꼭대기 층의 전망대와 건물 외벽 타일을 뜯어내는 작업과 본관을 가운데 두고 사무실 용도로 지어진 두 개의 부속건물 벽체 철거가 진행 중이라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가 어떤 의미를 갖는 장소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이산가족면회소는 지난 2003년 11월 제5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2005년 8월31일 착공했고 총 550억 원, 미화로 약 3800만 달러가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12층으로 2008년 7월 완공됐습니다.
완공 이후 한국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 등으로 1년여 간 사용하지 못하다 2009년 9월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를 개최해 처음으로 가동됐습니다.
이후 2010년 10월, 2014년 2월, 2015년 10월, 2018년 8월 등 총 5차례 이산가족 상봉에 사용됐습니다.
이산가족면회소는 4천여 명의 실향민에게 가족과의 재회 장소로 쓰였지만 2018년 이후론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실패 이후 한국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그해 10월 금강산을 찾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이 금강산 지구 내 한국 측 시설들에 대한 철거를 계속 진행해 오지 않았습니까? 이제 남은 시설들이 있나요?
기자) 북한은 2022년부터 한국 기업인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과 금강산 문화회관, 온정각 동관과 서관, 구룡빌리지 등을 철거 또는 해체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 정부 자산인 소방서를 없앴고 가장 최근에 완공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면회소마저 철거가 완료되면 금강산 지구에는 한국 측 시설이 사실상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남북한 동포애의 상징으로, 관광시설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 이산가족면회소까지 철거하는 건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입각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명예교수는 북한은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로부터의 요인들을 차단하는 데 매우 민감한 상황이라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지금 이제 남한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것도 사실은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는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인데 더 이상 이산가족 부분까지도 정리하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겠죠.”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한이 작년에 남북한 항공관제 직통망 단절을 시도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지난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통해 남북 항공관제망 직통전화를 2025년부터 운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남북 간 항공관제 협력을 위해 운영되는 채널을 끊겠다고 국제기구에 통보했다는 겁니다.
통일부는 “ICAO와 협력해 직통전화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전달해왔으며, 현재 직통전화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남북 항공관제망 직통전화는 남북한 사이를 이동하는 항공기의 관제 연계를 위한 채널로, 1997년 양측 합의로 대구 항공관제소와 평양 항공관제소 사이에 연결됐습니다.
현재 남북한 항로를 이동하는 항공편이 없기 때문에 실제 이용되지는 않지만 통신망 유지를 위해 매일 오전 7시 남북 간 통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당초 이 통신망을 단절하려고 한 의도는 뭐였을까요?
기자) 북한은 앞서 판문점 채널과 군 통신선 등 남북 간 연락채널을 모두 차단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 항공관제망은 개통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도 단절되지 않고 남아 있었기 때문에 북한의 이런 시도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데 이은 후속 조치 차원으로 봤습니다.
ICAO는 국제민간항공협약 즉 시카고 협약에 따라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로 한국과 북한이 모두 회원국입니다.
ICAO는 북한에 항공관제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북한 측과 협의가 순조롭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단 항공관제망이 유지되고 있지만 북한이 차단을 포기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이 항공 관련된 통신 문제는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고 그 다음에 남북 간 문제를 넘어서서 국제적 항공 운항과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까 결국 ICAO를 통한 문제 제기에 북한도 더 이상 추가적인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남북한 간 항공기 왕래가 없어 관제망 차단 여부가 별 의미가 없는데도 북한이 이런 조치를 시도한 건 남북 연결도로 폭발, 장벽 설치 등과 함께 한국과의 관계 단절 의지를 부각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남북 항공관제망 직통전화는 안전한 항공 운항 지원과 남북 간 합의 준수를 위해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는 항공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유관 기관 간 긴밀히 협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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