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재 위반 활동을 도운 혐의로 미 법무부에 기소된 미국인 등 제3국 국적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최근엔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의 위장 취업을 도운 혐의를 받던 미국인 여성이 유죄를 인정했는데요. 윤국한 기자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국인 여성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군요. 먼저 이 소식부터 들어볼까요?
기자) 네, 미국 법무부는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는 48세 여성 크리스티나 마리 챕먼이 북한의 정보기술(IT) 노동자의 위장 취업을 도운 혐의를 시인했다고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챕먼은 지난 2020년부터 약 3년 동안 북한 IT 노동자들이 미국인의 신분을 도용해 원격 근무 방식으로 미국 기업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나아가 이들 노동자를 대신해 자신의 거주지에서 이들의 노트북 컴퓨터를 가동한 혐의로 기소됐었습니다. 이를 통해 1천700만 달러 이상의 불법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최근 북한 IT 노동자의 위장 취업 문제가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들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IT 노동자가 미국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선 자신이 북한인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아무리 원격 근무라고 하더라도 북한 국적자를 고용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국 대북제재법 위반입니다. 그렇다 보니 북한 노동자들은 미국인의 도움을 얻어 이들의 신분을 이용하거나, 다른 이들의 신분을 도용합니다. 북한인이라는 사실을 감추는 것이죠.
또 이들을 고용한 회사는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하는데, 이를 북한이나 중국에서 운용하다 보면 ‘접속지’를 통해 신분이 탄로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등지에 있는 ‘조력자’가 노트북 컴퓨터를 대신 가동시키고, 북한 IT 노동자는 이 노트북 컴퓨터에 접속해 일을 하는 방식으로 신분을 속여온 것입니다. 법무부는 이처럼 북한 혹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노트북이 가동되는 곳을 ‘노트북 농장’으로 부릅니다.
진행자) 최근 유사한 사례가 법무부 등에 의해 자주 소개되고 있는데요. 다른 사건들도 짚어 주시죠.
기자) 네, 챕먼이 체포된 지난해 5월, 미국 법무부는 베트남 국적자 민 후옹 봉과 우크라이나인인 올렌산드르 디텐코를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했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던 봉은 체포된 상태이고요. 폴란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디텐코는 미국 법무부가 신병 확보를 추진 중입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매튜 이삭 누트가 북한 IT 노동자의 취업을 도운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올해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 나왔습니다. 법무부는 지난달 23일 중국 랴오닝성에 거주하는 북한 IT 노동자 진성일과 박진성에 대한 기소 사실을 알리면서, 이들에게 조력한 멕시코 국적의 페드로 에르네스토 알론소와 미국인 에릭 은테케레제 프린스와 에마누엘 애쉬토르도 기소장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알론소 등도 앞선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IT 노동자들에게 미국인 신분증과 비자 등을 제공하고, 노트북 농장을 운영한 혐의입니다. 알론소는 올해 1월 네덜란드에서 붙잡혔으며, 프린스와 애쉬토르는 작년 8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습니다.
진행자) 북한 IT 노동자의 해외 위장 취업, 왜 이렇게 많아진 건가요?
기자) 미국에선 신종 코로바이러스 사태 이후 근로자들이 자택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다른 업종보다도 IT 업계에서 이런 근무 형태를 더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이 이런 분위기를 악용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법무부는 조력자 외에도 직접 미국 IT 회사에 취업하거나, 이들의 취업을 지원한 북한 회사 관계자들을 대거 기소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연방법원 대배심이 북한 국적자 14명을 형사 기소하면서, 이들이 중국에 소재한 북한 IT 기업 옌벤 실버스타 네트워크 테크놀로지 유한회사와 러시아 소재 볼라시스 실버스타의 관리자와 노동자라고 소개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에 IT 노동자로 취업하거나 취업을 알선한 혐의입니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약 6년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특히 옌벤 실버스타와 볼라시스 실버스타는 약 130명의 북한 IT 노동자를 고용했고, 북한은 이들을 통해 최소 8천800만 달러의 불법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국적자인줄 모르고 미국 IT 회사 등이 임금을 지불했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IT 회사는 북한인들에게 속아 북한 정권에 돈을 대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이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관련인들에 대한 기소로 대응한 것이고요. 또 재무부는 러시아와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관련 행위를 하는 개인과 기관 등을 제재했습니다.
또 국무부는 한국 정부와 함께 ‘공동 공익 발표문(PSA)’ 형태의 합동주의보를 통해 북한 IT 근로자들의 취업 수법 등을 공개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주의를 당부한 바 있습니다. 또 작년 5월에는 ‘정의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위장 취업하는 북한 IT 노동자와 그들의 관리자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섰습니다.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겐 최대 1천만 달러의 보상금이 지급됩니다.
진행자) 북한 IT 노동자 외에도 최근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직접적으로 가담해 미국 법정에 선 인물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2명이 더 있는데요. 이들을 포함하면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조력해 최근 1년간 미국 법원에 기소된 제3국 국적자는 모두 9명이 됩니다.
IT 이외 범죄로 기소된 인물은 중국인인 진광화와 웬성화입니다.
진광화는 북한의 위조 담배 제조·판매를 도와 북한이 약 7억 달러의 불법 수익을 거두도록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례적으로 호주에서 중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가 체포돼, 지난해 9월 호주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미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북한에 총기와 무기를 밀수출한 혐의로 중국인 남성 웬성화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체포됐습니다. 웬성화는 2012년부터 미국에 머물며 중국 내 북한인들로부터 무기 구매와 관련한 지시를 받아 이행했습니다. 실제로 총기와 탄약을 실은 컨테이너가 미국에서 홍콩을 거쳐 북한으로 반입됐고, 그의 자택에선 추후 북한으로 보내질 예정이던 약 5만 발의 9mm 탄약, 군사용 화학 위협 식별 장치, 도청 탐지용 광대역 수신기 등이 발견됐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호주를 오갈 수 있는 ‘중국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북한에 조력한 경우군요?
기자) 맞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진광화와 웬성화가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VOA는 이들의 기소장과 법원 문건 등을 분석해 이들이 한국어로 북한인들과 소통하거나, 미국 법원에서 ‘한국어’ 통역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로 미뤄볼 때 진광화와 웬성화가 조선족, 즉 한국계 중국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윤국한 기자와 함께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관여한 제3국 조력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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