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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국 인권이사회 탈퇴에 “북 인권 개선에 부정적 VS 영향 없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4일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 후 들어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4일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 후 들어보이고 있다.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 결정이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미국 인권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인권을 억압하는 중국이 이사국인 인권이사회는 개혁이 필요하며 미국의 탈퇴가 북한 인권 개선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6일 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기구였다”면서 “미국이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 will have a negative impact. The UN Human Rights Council has been a very effective body in terms of calling attention to North Korea's serious human rights abuses. And the fact that the United States will not be an active participant is again a very unfortunate situation.”

킹 전 특사는 특히 “북한은 미국의 탈퇴를 매우 반길 것”이라면서 2013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설립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미국의 강력한 지지 하에 설립됐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트럼프 1기 때도 인권이사회 탈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워싱턴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집권 1기였던 지난 2018년 6월에도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고질적인 편견과 반감을 보이고 미국이 요구하는 개혁을 외면한다면서 탈퇴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1년 2월 옵서버 자격으로 인권이사회에 다시 참여했고, 2022년 1월부터 2024년 말까지 3년간 이사국으로 활동했습니다.

“인권이사회 탈퇴는 근시안적 결정”

로버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 사진=Brookings Institution.
로버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 사진=Brookings Institution.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권이사회가 다뤄야 할 문제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럿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근시안적 견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And I consider it a very short sighted view because there are many issues before the Human Rights Council not just one.”

북한을 포함해 인권이사회가 다뤄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이유로 탈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인권 관련 많은 중요한 조치들이 인권이사회에서 시작한다면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과 보고서 발간, 이를 바탕으로 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의 출발점이 인권이사회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오는 9월 유엔이 2014년 발표한 COI 보고서를 업데이트한 후속 보고서를 10년 여 만에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미국이 이 과정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권이사회 개혁 주장과 관련해선 “개혁이 필요하다면 미국이 깊이 개입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물러난다면 오히려 반대 세력이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 think if the reforms are needed and they are, the US should be involved heavily and walking away cedes the floor to your opponents.”

“북한 인권, 안보와 직결∙∙∙총회서도 다뤄야”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 안보와 직결돼 있는 만큼 유엔 인권이사회뿐 아니라 총회에서도 다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턴 아시아 담당 국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이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관련 결의안 추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인권 개선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유럽연합(EU)과 호주, 일본, 한국 등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프턴 국장은 “최근 우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유엔 총회가 더 많이 관여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인권 문제는 안보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과 북한군 파병 등 안보 문제는 북한의 인권 침해와 직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강제 노동은 핵 프로그램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며, 억압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모든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한다”면서 “이것은 단순한 인권 문제가 아니라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뿐 아니라 뉴욕 유엔 총회에서도 다뤄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습니다.

[녹취: 시프턴 국장] “It's forced labor which allows the nuclear program to exist. It's the repression that allows North Korea to devote all its resources to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 (중략) This isn't just a human rights matter this is an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matter.”

“인권 침해국이 인권이사국∙∙∙개혁 필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유엔이 현재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솔직히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

이와 관련해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 세계의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해야 하는 인권이사회가 독재 정권을 보호하고 이사국에 포함시킴으로써 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It was supposed to promote and protect human rights around the world but instead it coddles dictatorships and gives them legitimacy by including them as members of the Council. Those who are member states of the HRC should at least be from member states that uphold human rights of their own citizens.”

러시아가 비록 2022년 인권이사회에서 퇴출당했지만, 중국 등 자국민의 인권조차 보호하지 않는 인권 침해국들이 인권이사회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숄티 의장은 이어 “오늘날 세계에서 전쟁과 갈등, 참혹한 상황을 일으키는 인권 침해국들이 유엔과 인권이사회에서 인권을 옹호하는 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인권에 실질적 영향 미치지 않을 것”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논의되는 사항이 정치적 무게감을 갖고 전 세계 여론을 환기시켜 해당 인권 탄압 국가에 대한 압박은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숄티 의장은 미국의 인권이사회 탈퇴는 “북한 인권 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권이사회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사진 = Brookings Institution.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사진 = Brookings Institution.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이날 VOA의 질의에 “북한 인권과 관련해 미국의 인권이사회 탈퇴는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국무부의 인권보고서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다른 수단과 창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 석좌] “On NKHR, pulling out of the UNHRC won’t make much of a difference practically speaking. The U.S. has other means and platforms to raise North Korean human rights objections including its own State Dept. human rights reports.”

여 석좌는 다만 “미국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인권이사회는 북한 인권을 포함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가시적인 창구이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사회에서 탈퇴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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