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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 트럼프 정부 첫 공식 비난…“루비오 장관 ‘불량국가’ 언급 규탄”


2025년 1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장소의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25년 1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장소의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미 비난 담화를 냈습니다. 다만 표현 수위가 높지 않아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미 트럼프 정부 첫 공식 비난…“루비오 장관 ‘불량국가’ 언급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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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 당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첫 비난 담화를 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3일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일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는 다른 나라들을 걸고들 자격이 없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대변인은 이 담화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새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열거하던 와중에 우리 국가를 ‘불량배 국가’로 모독하는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반발했습니다.

2025년 2월 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게시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전문.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화면캡쳐)
2025년 2월 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게시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전문.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화면캡쳐)

이어 “미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의 적대적 언행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계기가 됐다”며 “미 국무장관의 적대적 언행을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으로 하는 국제법적 원칙에 전면 배치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간주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 배격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변인은 또 루비오 장관의 발언이 “새로 취임한 미 행정부의 그릇된 대조선 시각을 가감없이 보여줄 뿐이고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화국에 늘 적대적이었고 앞으로도 적대적일 미국의 그 어떤 도발행위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그에 상응하게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2025년 2월 2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파나마 파나마시티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직원 및 가족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년 2월 2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파나마 파나마시티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직원 및 가족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앞서 지난달 30일 미 언론인 메긴 켈리와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중국 그리고 어느 정도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고, 이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rogue states)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도 북한을 불량국으로 지칭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번 담화에 대해선 어떤 평가가 나옵니까?

기자) 북한의 이번 담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첫 ‘공식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신들의 평가와 입장을 몇 차례 제시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 담화에서 미한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힘의 불균형에 초강력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2일엔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으로 미국이 한국에 무기를 지원하고 판매하는 것은 ‘전쟁 책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트럼프 신행정부의 초기 조치와 발언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라고 언급한 데 대해,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주체는 북한”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이런 대응 방식은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 걸까요?

2025년 2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 론에 도착 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2025년 2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 론에 도착 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기자)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담화가 표현 수위가 높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를 염두에 둔 신중한 대응이 이어지는 양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담화가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주권국 존중과 내정불간섭이라는 국제법 원칙을 내세워 협상 재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의 이번 담화가 ‘불량국가’라는 표현을 문제 삼은 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대화의 걸림돌이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향후에 어떤 대화를 하거나 서로의 접촉을 통해서 뭔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적대적 태도와 정책을 철회해야 대화가 가능하다, 이런 입장이자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주는 그런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런 세세한 반응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을 위한 조건들을 제시하는 행동이라는 건가요?

기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의 핵 무력 강화 의지를 얕봐선 안 되겠지만 새로울 게 없는 ‘불량국가’라는 표현에 대해 미 국무장관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담화를 낸 건 이를 시빗거리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테스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대화 의사를 밝히는 등 호의적인 발언들을 한 바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 북한이 공개적으로 보인 극도의 적대감을 이유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한 적이 있었다며, 북한은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생각인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2월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둘째날 확대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2월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둘째날 확대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김정은은 이 트라우마가 있어요. 루비오를 비판하긴 해야 하는데 지난 번에 볼턴 비판하거나 폼페이오 등 몇 명을 그런 식으로 비판해서 트럼프가 너 이런 식으로 하면 안 하겠다며 아예 엎어버렸잖아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당분간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겠지만 오는 3월 미한 연합훈련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한미 연합연습 이전엔 지금과 같이 절제되고 수위를 조절한 그런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강도 높은 한미 연합연습이 이뤄진다면 그 이후엔 도발 수위와 방법과 강도를 한층 높인 그런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 외무성이 담화와는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계(MD) 강화 방침을 비난하는 입장도 내놨다고요?

기자) 네, 해당 입장은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가 2일 공보문 형식으로 내놓은 건데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공보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국들과 지역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 추진에 대해 “미국의 미사일 방위체계 현대화 책동이 핵 대국들이 집중돼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2022년 2월 2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게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공보문 부분 발췌.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2022년 2월 2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게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공보문 부분 발췌.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공보문은 “일본 등 동맹국들과 추진하고 있는 극초음속요격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한국 등 여러 지역에 고고도 미사일 방위체계인 ‘사드’와 같은 첨단장비들을 더 많이 배비하려는 미국의 책동이 보다 우심해지리라는 것은 불보듯 명백”하다며 “핵 억제력을 중추로 자위적 국방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MD 강화가 가져올 자신의 핵 무력 반감 효과를 경계하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대미 공동전선을 부각시키는 입장 표명으로 해석했습니다.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중국, 러시아 등을 배경으로 해서 지역적 차원에서 또는 글로벌 차원에서 자신들이 거기에 맞서고 있는 핵심 국가라는 걸 과시하는, 전략국가라는걸 과시하는 그런 맥락 정도를 일단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지난달 27일 미 백악관이 공개한 ‘미국을 위한 아이언돔’ 행정명령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과 파트너에게 제공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역량을 늘리고 가속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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