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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민순 전 장관] “방위비분담금 수십억 달러 추가 요구는 주한미군 용병 간주”


한국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국 제2보병사단이 실시한 베스트 워리어 및 베스트 스쿼드 대회에 참가한 병사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 (자료화면)
한국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국 제2보병사단이 실시한 베스트 워리어 및 베스트 스쿼드 대회에 참가한 병사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 (자료화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를 내라는 것은 주한미군을 용병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송민순 전 한국 외교부 장관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대부분 지불하고 있으며 동맹국 중에서 최고 수준의 방위비 분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2006-2008)을 역임한 송민순 전 장관을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를 내라는 것은 주한미군을 용병으로 간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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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1월 20일 워싱턴 미 의회 로툰다홀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송민순) 제가 보기에는, 미국 국내적으로는 황금만능주의를 좀 불러오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행사에서 억만장자들을 앞에 내세워서, 과연 미국 내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걱정이 좀 됐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의 연설이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제국주의적 팽창주의 기운을 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19세기 말로 돌아가려고 하느냐 하는,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했는데, 이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송민순) 글쎄요,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파나마 조약은 통해서, 파나마에 귀속돼 있고, 파나마 주권 사항인데. 지금 중국이 거기에 투자를 한 그런 상황인데. 미국이 돌려받으려 하면 파나마에 투자를 하고, 중국처럼, 그런 합리적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취임 후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는데, 취임사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될까요?

송민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간단히 정리하기 어렵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모르지 않았겠죠. 제가 보기에는 지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근사치는 일단 전투를 동결한 상태, 휴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전투 자체를 동결하는 것을 블라디미르 푸틴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사이에서 끌어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그런 휴전이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휴전이 우크라이나에게는 불만스럽게 될 가능성이 있고, 또 그 경우 휴전이 언제든지 붕괴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불안한 상태가 계속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자)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는 배제(decoupling) 또는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을 펴왔는데, 트럼프 2기는 어떤 중국 정책을 펼까요?

송민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말로는, 목소리로는 바이든 대통령 때 보다 더 강력한 대중국 정책을 취한다고 할 수는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결국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에서 서로 체면을 살릴 수 있는 그런 길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충돌로 갈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 너무 압박할 경우, 지금 세계 경제가 중국과 미국을 양쪽에 두고 거대한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는데, 그걸 자른다는 것은 서로 완전히 격리된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면 서로 피해를 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강력한 강압 정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1기 시절 미국의 외교 정책은 국경봉쇄, 보호무역, 고립주의, 권위주의 국가 원수와 친분 과시 등의 특징을 보여왔는데, 트럼프 2기 때도 되풀이될까요?

송민순) 꼭 같지는 않지만 이미 그런 몇 가지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요. 저는 그런 과정에서 국경봉쇄나 보호무역, 고립주의 이런 것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자체가 오른손에서 하는 정책과 왼손에서 하는 정책이 서로 상충되지 않느냐, 이렇게 봅니다. 왜 그러냐면 관세를 부과하고 고립 정책하면서 또 국경 봉쇄하고 또 저임금 노동력, 이런 것을 다 퇴출시키고 이렇게 하면서 인플레를 통제할 수 있겠느냐. 그런 측면이 있고 또 전세계에 관세를 부과하면 다른 나라들도 거기에 대해서 보복 관세를 하게 되는데, 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적으로 만들면서 트럼프가 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이 과연 가능하겠느냐. 우군이 없이. 그래서 지금 트럼프가 내세우는 정책이 서로 상충되는 정책을 양손에 들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북한을 ‘핵보유국’ (Nuclear Power)라며 “(첫 임기 때) 나와 김정은은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며 “그(김정은)는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역량(Condo Capabilities)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송민순) 네, 그 이야기는 우선 트럼프 1기 때에는 북한을 잘 관리를 했는데, 그 이후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잘 못해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됐다는 그런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상황은 다릅니다만. 두 번째로는 그 콘도 얘기는 김정은이 자기와 이렇게 협상도 잘하고 관계를 잘 관리하면 북한에 많은 콘도를 짓고 해서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알렉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수석 부보좌관으로 그리고 충성파인 리처드 그리넬을 북한 담당 특사로 임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핵 군축 회담을 추진할까요?

송민순) 네, 그럴 가능성이 있겠습니다만, 지금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요. 협상을 하더라도 2019년 하노이에서 이루지 못한 딜(Deal) 즉,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동결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이런 거래가 그 때는 실패했는데 지금은 성공할 특별한 상황 변화는 없거든요. 북한이 또 장거리 미사일을 실험한다든지 또 핵실험을 해서 위기를 고조시키고 미국을 위협하면 트럼프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또 그걸 가지고 또 다른 형태의 쇼(Show)를 한번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이 핵 동결 등 스몰딜(Small Deal)을 추진할 경우 북한은 핵 보유국이 되고 한국은 핵 인질이 되지 않을까요?

송민순) 혹시 그렇게 되면 한국은 한쪽에서는 북한 핵 위협을 안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의 핵우산이 불안정하다는 그러한 위험을 또 안게 되는 굉장히 어려운 처지가 되는데. 만일 그렇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독자적인 자체 핵 능력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강해질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최소한 한국이 일본이나 독일 정도의 수준으로, 당장 핵무기를 갖지는 않지만 핵 문턱에 바짝 다가갈 정도까지는 가야 된다는 여론이 굉장히 크게 분출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한국을 “현금인출기”(Money Machine)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 달러는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방위비 인상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송민순) 실제로 미국이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면서 한국 현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이 대부분 다 지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정도의 인상은 가능하지만, 트럼프가 요구하는 그런 식의 수십억 달러를 더 내라는 것은, 이 것은 사실상 주한미군을 용병으로 간주하는 겁니다. 돈을 받고 군대를 보내는. 나는 미국 국민이 미군을 용병으로 보내는듯한 그런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위비 분담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 최고 수준의 방위비 분담을 하고 있고 또 최고 수준의 국방 예산 비율을 갖고 있고 최고 수준의 미국 무기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에 대해서 무슨 ‘현금인출기’(Money Machine) 얘기를 하는 것은 아주 비합리적인 뿐만 아니라 모욕적인 그러한 발언입니다.

기자) 현재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데, 한국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송민순) 지금 대행 체제가 작동 중이고 대통령 권한 대행이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도 하고 협상도 하고, 지금도 보다시피 양국 외교장관이 긴밀한 전화 통화를 해서 서로 입장을 교환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관계가 작동이 안 되는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란 동맹국의 내부적 불안정을 이용을 한다든지, 그렇게 한다면 이건 앞으로 두고두고 긴 여파를 남기게 될 겁니다.

기자) 송민순 전 장관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송민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북한 핵 문제 전망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비롯한 미국과 한국 관계 현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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