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서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북한과 대화의지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힘겨루기와 신경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북한의 이번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상황을 요약해주시죠.
기자) 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해상 또는 수중 대 지상 전략 순항 유도무기 시험발사가 진행됐다고 26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발사된 전략 순항 미사일들은 2시간 5분 7초∼2시간 51분 11초간 1천500km의 비행구간을 타원과 8자형 궤도를 따라 비행해 표적을 명중 타격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무기체계 시험은 변화되는 지역의 안전환경에 부합되게 잠재적인 적수들에 대한 전략적 억제의 효과성을 제고해나가기 위한 국가방위력 건설계획의 일환”이라며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화국 무력의 전쟁 억제 수단들은 더욱 철저히 완비돼 가고 있다”면서 “보다 강력히 진화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영구적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중대한 사명과 본분에 책임적으로 분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발표와 관련해 북한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인지해 추적, 감시했고 미한 정보 당국이 세부 제원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오후 4시께 내륙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선 어떤 분석이 나옵니까?
기자) 이번에 발사된 무기는 북한이 지난해 1월 두 차례 발사했던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의 개량형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시험발사 사진들을 보면 미사일은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으로 수직발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콜드 론치는 압축 기체를 이용해 미사일을 튀어 오르게 한 뒤 점화하는 방식으로,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에 주로 사용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미사일 용도를 ‘해상 또는 수중 대 지상’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미뤄 함정 또는 잠수함 플랫폼에서 모두 발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 위나 물 속에서 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는 미사일이라는 겁니다.
한국 국방대학교 권용수 명예교수는 북한이 전술핵 탑재할 수 있는 전략순항미사일을 개량해 전술핵공격 잠수함인 ‘김군옥 영웅함’이나 건조 중인 4천t급 호위함 등 수직 발사관을 갖춘 신형 함정과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2023년 9월에 김군옥 영웅함을 진수했잖아요. 그런 시기상으로 보면 그 잠수함이 전력화 시기가 임박한 것 같아요. (미사일을) 두 번 정도 더 시험하고 나서 실제 그런 전술핵 공격 잠수함에 탑재해서 또 시험발사하는 그런 단계를 거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발사 장소가 내륙인 것으로 파악돼 아직은 시험 초기 단계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북한은 지난 6일 고체연료 추진체계 적용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고 이어 14일에는 동해상으로 여러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추정 발사체를 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의 다양한 소형 핵탄두 투발 수단들의 시험발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완성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해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화산-31을 핵실험을 하기 위한 그런 맥락에서 계속해서 화산-31을 투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쭉 보여주다가 하지 않을까, 결국 올해 안에 이걸 공개하려는 게 북한의 속셈일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최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기자) 이번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첫 무력시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르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보이는 발언도 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미사일 도발을 통해 냉담하게 대응하는 양상입니다.
다만 전략순항미사일이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무기가 아니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한편으론 수위를 조절하면서 자신의 핵보유국 위상을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일종의 힘겨루기와 신경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트럼프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다, 그 메시지가 뭐냐 하면 내 핵무기 고도화가 더 이상 비핵화할 만한 대상은 전혀 아니다, 그걸 인식해라, 다시 한번 확인시키기 위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트럼프를 직접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ICBM을 쏘는 건 위력 과시로서 너무 위험성이 높단 말이에요.”
권용수 명예교수는 이번 미사일 사거리가 1천500km 정도 나왔지만 은밀한 기동이 가능한 SLCM으로 개발이 되면 괌 미군기지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한 날에 미한 연합연습을 비난하는 담화도 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은 26일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를 내고 최근 진행된 미한 공군 훈련인 쌍매 훈련과 연합대화력전 연습 등을 거론했습니다.
담화는 미국이 “군사동맹 체계의 부단한 팽창과 각종 합동 군사연습을 통한 힘의 우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공화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거부하는 이상 미국과는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것만이 미국을 상대하는 데서 최상의 선택”이라며 앞으로 “미한의 군사적 결탁에 의해 강요되는 힘의 불균형을 불허하고 초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대미 강경 기조 방침을 재차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대미 비난 담화 또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담화인데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 걸까요?
기자) 북한은 이전에도 미한 연합훈련이 한반도 정세 불안의 원인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해 왔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북한을 향해 유화적 메시지를 내보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서 주목됩니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선을 그으면서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화의 전제 조건을 시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얼마나 원하는지를 테스트하고 대화를 원한다면 미한연합훈련부터 중단하라는 압박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한미 연합연습은 정세를 가장 격화하는 그런 요인이라는 걸 더 명확히 얘기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한미가 또 다시 이런 연합연습을 할 경우 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는 그런 예고일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담화는 주체가 다소 격이 낮은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이고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명하지 않는 등 비난수위도 높지 않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위조절을 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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