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 등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단기적으로 미한동맹 관계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미국은 북한과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방위금 분담금 증액 등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3일 VOA에 한국의 윤 대통령 탄핵 사태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린 지금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 동맹에 가장 불안정한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만약 윤 대통령이 파면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추진해온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양국의 정치가 불안정하고, 트럼프와 한국 민주당 진영 내 일부에 동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만큼 특히 초기 몇 달은 상당히 험난한 여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 “I do believe these are among the most unsettled times in the history of the alliance, especially since Jimmy Carter. But I am hopeful things will settle down and stabilize. It could be quite a ride though!, especially in the opening months given the turbulence in both countries’ politics and the skepticism towards the alliance among some in both Trump and ROK Democratic party camps.”
“동맹,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나 단기적으론 불확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큰 그림에서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미한동맹이 안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정치적 위기로 인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So again, big picture long term I still think there's stability in the lines but in the short term there is this period of uncertainty because of South Korea's political crisis.”
여 석좌는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양당 모두 미국과 협력하고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은 대중 관계에 있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과는 조금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강경책을 취한다면, (미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 정권과 대중 정책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민주당도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능한 한 협력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윤 대통령의 실패한 계엄 선포로 진보적인 야당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그 결과 방위비 분담, 북한, 일본과의 협력, 대러 정책, 무역, 중국, 심지어 동맹 자체 등 여러 문제에서 양국이 의견 충돌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 새로운 한국 정부 간의 이념적∙정치적 성향 차이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이견을 관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This outcome will probably result in a U.S.-ROK alliance that finds its two partners at odds on a number of issues, including defense cost-sharing, North Korea, cooperation with Japan, policy towards Russia, trade, China and even the alliance itself. Managing these differences will be difficult, especially since the ideological and political preferences between the Trump administration and a new ROK government will be so broad.”
“트럼프 2기, 한국에 더 많은 부담 요구할 것”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확실한 것은 새로 들어설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지원을 위해 한국에 더 큰 기여를 요구하고, 북한과 중국의 도전에 대해 더 강력한 동맹의 대응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But certain things seem clear: The incoming U.S. administration is likely to demand a greater ROK contribution in support of U.S. forces in Korea and a more robust alliance response to the challenges from North Korea and China.”
이어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변경을 위협해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면서 “분명한 건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더욱 거래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처럼 미한동맹의 전통적인 가치나 원칙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은 이미 1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분담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더 많은 비율을 (방위비로) 지출하라고 요구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한국뿐 아니라 모든 동맹과 파트너에 더 많은 비용 분담을 요구하겠지만, 주한미군 병력 수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it's likely that the Trump administration will focus on the SMA and asked the Republic of Korea to invest more. It's almost one billion already but they'd be looking maybe for a higher percentage of the GDP. (중략) So yes but I don't think it's going to affect the troop level.”
“주한미군 병력 감축 가능성 희박”
여 석좌도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은 크지만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강경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려면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미군이 역내에 주둔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한반도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대륙에 군대가 주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I mentioned the Trump administration possibly taking on a more hawkish stance towards China. But in able to do that especially on the military front, you need to have US troops in the region and there's no, the US doesn't have any force presence on continental Asia except for the Korean Peninsula.”
“조선업 협력으로 압박 완화할 수 있을 것”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10일 ‘워싱턴 톡’에 출연해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은 트럼프 당선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제프리 전 부보좌관은 “조선업은 미 해군이 중국과 경쟁하는 데 있어 아주 큰 문제”라며 “한국은 조선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국가들 중 하나인 만큼 조선업 협력은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이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프리 부보좌관] “Shared shipbuilding, which is huge problem for the US Navy in trying to compete with China. President Trump put his finger on something very important. And as you know, South Korea is one of the leaders in the world in ship manufacturing. This is a great idea and it would be helpful.”
“미한일 3국 협력 동력 떨어질 것”
여 석좌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미한일 3국 협력은 계속되겠지만 속도와 열의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 석좌는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라면서 “3국 관계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협력 수준과 새로운 조치나 협력 분야를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일 양국 간 역사 문제와 관련해 관계가 악화하거나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 미한일 3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입니다.
[녹취: 여 석좌] “But it's inevitable that if bilateral relations between Japan and Korea sour or if they, if there's an uptick in anti Japan sentiment that that will have an impact as well.”
“코리아 패싱 가능성 없어”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 우려와 관련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파트너이며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때는 한국에 완벽하게 투명했다”면서 “그런 우려는 근거가 없으며, 미국은 이제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한국에 항상 투명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Well, I just don't think that's going to happen. I don't think that we had Korea passing in the past. Certainly I've been involved with the Republic of Korea in our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in the 6 party talks we have always worked in tandem.”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모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핵물질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제재 해제와 안전 보장 등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이며, 미국은 그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You know, in regards to a deal I could see the Trump administration saying North Korea, you need to halt, you need to freeze all your missile launches, your nuclear tests and even the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 for nuclear weapons in return for sanctions, relief, etcetera, security assurances and so forth.”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간 내에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스몰 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의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핵심 입장은 급격히 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에 비핵화는 더 이상 대화와 양보의 주제가 아니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길 원한다”며 “북한은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수준의 군축 대화에 미국을 참여시키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North Korea seeks to engage the United States in an arms control dialogue that would amount to U.S. acknowledgement of the DPRK as a nuclear-armed state. The Trump administration, eager to show progress with North Korea, end Pyongyang's nuclear weapons testing program, and freeze its testing of long-range ballistic missiles, may take the bait and engage the DPRK in talks.”
여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더 큰 문제들을 우선 해결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도 현재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임기 초반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지정학적 상황도 과거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여 석좌는 “트럼프가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겠지만 어떤 교섭이나 협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면서도 “만약 협상이 이뤄진다면 작은 단계나 중간 단계, 핵 동결 등의 아이디어는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