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당국의 체포 시도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관저에서 체포하려던 수사진들은 경호처의 강한 저항에 부딪쳐 일단 영장 집행을 중단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대통령경호처의 강한 저지로 불발됐습니다.
공수처는 지난달 3일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한 윤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지난달 31일 내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사흘 만인 이날 경찰과 함께 집행에 돌입했습니다.
공수처는 오전 7시 2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해 동이 튼 이후인 오전 8시 2분께 관저로 향하는 길목의 바리케이드와 철문을 통과하며 영장 집행을 시작한다고 출입기자단에 공지했습니다.
집행에는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를 비롯한 공수처 인력 30명, 경찰 인력 120명 등 총 150명이 투입됐습니다.
예상보다 순탄하게 집행이 진행되는 듯했으나, 관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과 대통령경호처가 차례로 공수처 수사팀의 추가 진입을 저지하면서 대치가 5시간 반 가까이 장기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부장검사가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체포와 수색영장을 제시하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 처장은 경호법과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고 맞섰습니다.
공수처는 관저 200m 앞까지 접근했지만 군인과 대통령경호처 인력 200여 명이 벽을 세워 집행할 수 없었고 집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몸싸움도 있었다고 공개했습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1시 36분께 출입기자단에 “금일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 30분께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당국의 신병 확보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공수처는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오는 6일까지이기 때문에 공수처는 남은 시간 동안 추가로 영장 집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유효기간 내에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면 영장을 다시 청구해 발부받아야 합니다.
이럴 경우 체포영장 집행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윤 대통령은 위헌, 위법인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군경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을 받고 있고 앞서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요구에 모두 불응했습니다.
진행자) 대통령 경호처가 이렇게 영장 집행을 막은 이유는 뭔가요?
기자) 경호처는 대통령경호법을 들어 영장 집행을 막았습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경호’는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 지역을 경계, 순찰, 방비하는 모든 안전 활동을 말합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법 조항이 법원이 발부한 유효한 체포영장의 집행을 막을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영장이 불법 무효라는 입장입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녹취: 권영세 위원장] "헌법 제84조에 따라 수사 권한도 없는 공수처가 판사 쇼핑을 통해 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를 통해 관련 범죄인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고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함으로써 공수처의 수사권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윤 대통령 측의 저항이 이렇게 거세다면 공수처가 재차 영장 집행을 시도한다고 해도 신병 확보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법당국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입건했습니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으나 경호처의 위법한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완료하지 못했다”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경호처장과 차장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4일까지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이 불발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즉각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찬대 원내대표]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자들을 현행범으로 즉각 체포하십시오. 경호처장, 경호차장, 경호본부장, 경호부장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자들은 그가 누구든 내란 공범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야권은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임이 크다고 성토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최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영장 집행에 협조하라’는 입장을 냈어야 했지만 어떤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법 집행을 방해한 경호처 수뇌부에 해임, 파면, 직무배제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한국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처음 있는 일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된 것도 처음이지만,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서 대통령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집행을 거부하는 것도 전례 없는 일입니다.
앞서 노태우, 전두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구속됐었지만 이들 모두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 집행에는 응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내란 혐의를 받았던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의 출석요구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인 합천으로 내려갔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서자 순순히 집 밖으로 나와 체포됐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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