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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중국, ‘탄핵정국’ 속 영향력 확대 시도…미한일 분열 노려”


2024년 12월 5일 한국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대통령실로 행진하고 있다.
2024년 12월 5일 한국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대통령실로 행진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를 계기로 미한 동맹과 미한일 3국 협력 약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군사적 행동보다는 경제적 관계를 활용해 미한일 간 분열을 조장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미한동맹이 그런 시도를 충분히 저지할 만큼 견고하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전문가들 “중국, ‘탄핵정국’ 속 영향력 확대 시도…미한일 분열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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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 제공 = 주한미국대사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 제공 = 주한미국대사관.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 탄핵 사태와 관련한 중국의 동향과 관련해 “확실한 것은 중국이 이 상황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19일 VOA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중국이 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그래서 한국의 정치적 위기가 조속히 해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관련해 “자초한 이 사태가 길어질수록 한국의 평판은 국제적으로, 경제적으로, 전략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 would only be speculating. I believe the only certainty is that China will try to take advantage of the situation. How they do this is anyone's guess. This is why a quick resolution of the political crisis in South Korea is so important. (중략) I will say that the longer this self inflicted drama continues, the more South Korea’s reputation will suffer — internationally, economically, and strategically.”

“중국, 미한∙미한일 3국 협력 분열 시도할 것”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항상 추구해 온 전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중국은 3국 협력을 자국 이익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면서 “그래서 중국은 3국 협력에 분열을 일으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China would try to drive a wedge between the ROK and the United States. That's what they always try to do. And certainly in terms of trilateral cooperation this is something that China sees as a threat to their interests in the region. So of course they'd try to drive a wedge there.”

사일러 전 분석관은 “중국은 탄핵 사태가 이대로 흘러가면 윤 대통령이 미국과 너무 가까워지는 바람에 한중 관계에 타격을 입혔다고 믿는 진보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낮은데, 진보 세력은 자신들이 재집권할 경우 윤 대통령이 미국과 협력하는 바람에 한중 관계에 끼친 피해를 바로잡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한국이 당면한 정치적 어려움을 단기적으로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진보 세력이 재집권할 경우의 기회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중국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단기적으로 무리하게 이번 탄핵 사태를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사태를 관망하면서 장기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진보 세력이 재집권할 가능성에 초점을 둘 것이란 설명입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중국은 (분열 조장을) 서두르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 정부 지도자가 누가 될지, 누구와 거래를 해야 할지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한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 기회로 삼을 것”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이번 일을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엄청난 기회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탄핵안에 윤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 북한에 적대적이었다는 비판이 포함된 사실을 보면,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그랬듯 중국과 더 가까워지려는 계획을 암시한 것”이라며 “따라서 중국은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아마도 윤 대통령의 탄핵이 유지되고 민주당 인물이 한국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China views this as a tremendous opportunity to establish greater influence on South Korea. You know, the fact that the impeachment bill included a criticism of President Yoon for being hostile towards China, Russia and North Korea.”

베넷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중국은 한국 상황에 개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중국이 개입함으로써 나쁜 이미지가 생기는 것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한국 야당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굳이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한국 대학 내 공자아카데미와 같은 여러 연구기관들과 한국 내 많은 중국 동조자들, 한국에 거주하는 엄청난 수의 중국인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는 한국 내 자국민들에게 야당 입장을 지지하고 보수 세력을 비판하는 것을 독려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신이 개입하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한국에서 그들의 대리인들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the Chinese government needs to do very little other than encourage their people in South Korea to support the positions of the Democratic People's Party to criticize the conservatives to help strengthen the party. But I think the Chinese party doesn't want to publicly make it look like they are interfering. I think they want to let their proxies in South Korea take those actions.”

“중국, 경제 전쟁서 ‘한일의 반중국 봉쇄’ 거부감 이용”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미한일 3국 협력의 후퇴를 기뻐할 것”이라며 “이를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국은 항상 3국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려 했으며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부연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I think the Chinese would be happy to see a retreat on trilateral cooperation and I'm sure they would seek to take advantage of it, but I don't think it but their desire to oppose it is not new.”

스나이더 교수는 중국이 미한일 3국 협력에 분열을 조장하려 할 때 러시아와의 군사 훈련이나 북한에 대한 지원과 같은 부정적인 형태의 압박보다는 한국과 일본과의 경제 협력 대화와 같은 긍정적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경제 전쟁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반중국 봉쇄 전략에 동참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손을 내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I mean they know that there's some degree of reluctance on the part of Koreans and Japanese to join in a kind of anti China containment strategy that has a some form of economic warfare at the center of it. And I think, you know, we've seen them reaching out recently to both South Korea and to Japan and I expect to see more of that.”

“중국, 미한 관계 균열 반겨…특별히 ‘분열 조장’ 필요 없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가 4일 VOA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가 4일 VOA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중국은 계엄 선포에 놀라고 한국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됐다”면서도 “그럼에도 중국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다지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로 “중국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이 잠정적으로 직무에서 배제됐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보루라는 한국의 명성이 훼손됐으며, 미한 관계에 긴장과 불신이 생겨났다”며 “한국군 사령관들을 포함한 고위 인사들이 해임됐고, 중국이 선호하는 정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러시아, 중국, 북한, 우크라이나, 나토, 일본, 무역, 미한일 3국 협력에 대한 정책을 두고 미한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분명 이 모든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반가운 선물로 여길 것”이라며 “구태여 분열을 일으킬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실패한 비상계엄 선포로 분열이 시작됐다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A Korean president who was not well liked by the PRC has been removed from office, at least temporarily; the ROK's reputation as a bastion of freedom and democracy has been tarnished; a certain tension and mistrust has arisen in the U.S.-ROK relationship. (중략) Beijing surely sees all this as an unexpected but welcome gift and will have no need to create divisions.”

“철석같은 미한동맹, 분열 여지없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

반면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이 미한 관계에 분열을 조장하려 한다면 “그건 정말 비현실적인 일”이라면서 “미국은 한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며, 일본을 포함해 (3국 관계는) 철석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이 같은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Do they want to put a wedg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Well, that's totally unrealistic. I mean the United States is South Korea's closest ally and to include the government of Japan and this is in stone. I mean, I don't think China can affect this type of relationship.”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한국 내 정당을 초월해 누가 집권하든 중국은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으로서 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중국은 한국과 (좋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며, 중국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분명히 중국은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지만 중국이 미한 동맹 관계에 영향을 미칠 방법은 없으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중국 “한국 내정 언급 않겠다”

한편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안에 ‘북한,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평가해 달라는 VOA의 질의에 “중국은 관련 사항을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의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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