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러 “한국 살상무기 우크라 공급 땐 강력 대응”…한국 “단계적 조치” 기조 확인


2024년 7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년 7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러시아 고위 당국자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하면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 강화 움직임을 비난하고, 협력 수위에 따라 단계적 조치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러 “한국 살상무기 우크라 공급 땐 강력 대응”…한국 “단계적 조치” 기조 확인.mp3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7:55 0:00

진행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24일 인터뷰에서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 (사진출처: X@mfa_russia)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 (사진출처: X@mfa_russia)

루덴코 차관은 “우리는 물론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이에 대응할 것이고, 이것이 한국 자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같은 ‘무모한 조치’를 자제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단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외부의 유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익을 우선으로 고려하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군 파병이라는 변수 때문에 기존의 인도주의적이고 경제적인 지원 방식이 바뀔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7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7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 군이 현대전 경험을 쌓게 되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인도주의 관점의 지원에서 이제는 북한 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바꿔 나간다”며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이달 초에 있었던 건데 루덴코 차관이 지금 시점에서 경고를 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 정부, 그리고 유럽 주요 국가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강화 또는 첨단 장거리 무기 사용 승인이 이어지면서 이런 움직임의 확산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또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곧 한국을 방문해 무기 지원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입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에이태큼스 미국이 승인했고 영국이 스톰섀도 승인했고 프랑스도 스칼프 미사일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다음에 우크라이나 특사가 이번 주에 들어왔든지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무기 지원 협의가 있을 것이고 이런 게 국제사회 여론을 조성하면 어쨌든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자중해라 그런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루덴코 차관의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를 비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은 ‘단계적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의 25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러시아와 북한 간의 상호 군사,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서 이미 정부는 여러 차례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 동향을 지켜보면서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장에서의 북한 군 움직임은 철저하게 함구하면서 대미 관계 등에서 북한 편들기를 한층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벨고로드 군사지역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병사의 모습. (자료화면)
러시아 벨고로드 군사지역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병사의 모습. (자료화면)

루덴코 차관은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병된 북한 군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루덴코 차관은 또 내년 초 들어설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 재개가 가능할지 묻는 질문에 “2018∼2019년에 북한 지도자와 만났던 트럼프가 자신의 경험을 반복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이전과 동일한 조건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한반도와 전 세계 지정학적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협상 과정의 전망과 관련해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희망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한 북한의 원칙적인 입장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편 한국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방공망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해당 사실을 공개한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기자) 네, 신원식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한국의 TV방송 매체인 ‘SBS’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취약한 평양 방공망을 보완하기 위해서 관련된 장비들과 대공 미사일 등이 러시아로부터 북한에 지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월 한국 서울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있는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현 한국 국가안보실장).
지난 8월 한국 서울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있는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현 한국 국가안보실장).

신 실장은 또 “10월 초부터 현재까지 160문 이상, 2개 포병여단 규모가 러시아에 지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장사정포와 이를 운용할 포병 전력을 러시아로 보낸 대가로 러시아는 대공 미사일 등 방공망 장비들을 북한에 줬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무엇을 줬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처음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신 실장이 기밀에 해당될 수 있는 러시아의 대북 무기 지원 상황을 공개한 것은 북러 군사협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이 진행되고 있고 어쨌거나 그 군사협력이 한반도 안보 지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맥락에서 기밀인 정보사항을 공개한 점이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거기에 대한 어떤 경고적 의미 이런 것들이 좀 더 주목되지 않을까 싶네요.”

진행자) 그렇다면 이 사안이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변수가 될 수 있을까요?

기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결정이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6일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6일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방공망 지원은 한국으로선 북한 군 파병에 이어 러시아가 또 한 번 선을 넘은 행동으로 볼 수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결국 이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와 거래를 해야 할 사안으로 변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선택지를 한국이 가져간다는 게 이전보다 좁아진 게 맞는 것이고 이제는 트럼프 행정부와 상의를 해야 되는 문제이지 않습니까. 이제는 무기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하는 것도 미국과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한국 내엔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입장이 유럽과 다르고, 북한 군 파병이나 러시아의 방공망 지원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갖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그러나 북러 군사협력에 강력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신호는 잡히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한편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 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첩보를 언급했군요.

기자) 한국 국가정보원은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첩보가 있어 면밀히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서방 당국자와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서 북한 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한국 정보 당국이 관련 첩보를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미국의 군사전문 매체 ‘글로벌 디펜스 코퍼레이션’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20일 스톰섀도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하면서 북한 군 500명이 사망했다고 23일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