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에 북한군 장군 7명이 파병됐다고 디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밝혔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14일 VOA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이 쿠르스크에 통제 관리 센터를 설치하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1년이면 현대전을 경험한 고도로 숙련된 북한군 10만 명 정도가 배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수민 기자가 포노마렌코 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우크라이나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일각에서는 이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넘겨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대선 결과 발표 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그 결과는 고무적이었습니다. 두 정상은 러시아와의 전쟁과 관련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측면을 고려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기로 합의했다고 들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우크라이나 특별대표를 결정했거나 곧 임명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후속조치, 그러니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입장 조율과 관련해 긴밀히 접촉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쟁 종식을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우크라이나는 어떤 조건을 내세울 것입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조건은 매우 분명합니다. 유화책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직 힘을 통한 평화만이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의 양국 관계를 담당하는 팀이 새 미국 행정부와의 향후 관계를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지난 12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와 관련해 어떤 추가 정보를 갖고 있습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북한군과의 충돌은 이미 발생했습니다.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 통제 관리 센터가 설치되고 있다는 정보를 여러분과 처음으로 공유합니다. 북한군 장교들로 구성된 북한 통제 관리 센터에는 현재 참모 3명과 여단장 4명 등 7명의 장군이 포함돼 있습니다.
북한군 제93 특수부대 여단은 쿠르스크주 레치사 마을에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배치됐습니다. 여기에는 제1대대와 제3대대, 그리고 지휘부에 장교 72명을 포함한 총 876명의 군인이 있습니다.
쿠르스크 지역에는 이미 총 1만 1천 명의 북한군이 있습니다. 북한 군인이 1만 5천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는 북한이 이미 전장에 참전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파악한 북한군의 추가 파병 정황은 없습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리는 북한군 병력 중 1만~1만 5천 명이 쿠르스크 지역이나 도네츠크 점령지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1만 명 또는 1만 5천 명이 순환 방식으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 3개월마다 이들 1만 명에서 1만 5천 명의 병력이 순환 배치되면 1년 만에 현대전을 경험한 고도로 숙련된 북한군 10만 명 정도가 배출되는 것입니다. 이는 한반도 정세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기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공식 확인된 후,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은 어떤 대응에 나섰습니까? 우크라이나 대사로써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이 사안에 대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포노마렌코 대사) 지난 몇 달 동안 우리의 주요 과제와 임무는 한국 당국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협상하고 조율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한국 당국과 조율하고 있습니다. 적시에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 한국 정부 대표단이 일주일 전에 나토 본부와 유럽연합 본부를 방문하기 전에 우크라이나를 찾았습니다. 우리는 한국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이 우크라이나 전장 역학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까? 우크라이나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북한군의 참전이 전쟁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파병된 북한 병력 1만 명에 대해 얘기한다면 (러시아의) 적대 행위 과정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 군에 확실히 부담은 줄 것입니다.
저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구성원이 아니고 전장에서 얻은 포괄적이고 검증된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에 의해 무력 교전을 벌이게 된 북한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군대에 항복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습니다.
기자) 최근 북한과 러시아 모두 ‘포괄적 전략자 동반자 조약’을 비준했습니다. 조약 4조는 한쪽이 전쟁 상태에 놓이면 군사적 및 기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리는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구체적인 대응을 기대합니다. 유엔 헌장을 준수하고 확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러시아와 북한 모두에게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 침략자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합니다. 러시아를 겨냥한 장거리 공격에 대한 제한을 해제해야 합니다. 우리는 파트너들이 러시아와 북한 정권에 단호하게 대응하기 위해 모스크바와 평양에 대한 제재 압박 강화부터 승리 계획의 틀 안에서 우크라이나의 역량 극대화에 이르기까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한국이 작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채택된 G7 선언에 동참하는 것을 고려할 것을 요청하며,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안보 협정 체결 가능성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한국과 그 동맹국에 어떤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북한이 현대전의 특성을 습득하기 시작하면 역내, 즉 한반도의 불안정성과 위협이 크게 증가합니다. 북한은 국제 제재 체제 속에서 은둔형 독재국가가 아니라 유럽 전쟁터의 한 축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과 한반도의 지정학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북한이 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이전 발사들과 비교해 가장 높은 고도에 도달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이 심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제사회, 특히 한국의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비추어 우크라이나는 한국으로부터 어떤 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지길 희망합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리는 그동안 러시아의 군사 침공이 시작된 이래 한국이 제공한 지원에 감사하며,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사의를 표합니다. 앞으로 그 같은 지원이 증가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한국 정부와 기업, 일반 국민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우크라이나는 매일 드론과 미사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은 주로 민간인과 에너지 인프라와 같은 중요 기반 시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공급할 수 있도록 무기 제공 금수조치를 해제하는 데 여전히 법적인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한국이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다만,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방어용 장비, 즉 미사일 방어 체계, 레이더, 민간인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장비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것이 군사적 지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지원, 즉 어린이와 민간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장비이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또한 양국 간 안보협정체결도 한국과 우크라이나 협력에 좋은 신호가 될 것입니다.
기자)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와 한국 대통령이 통화를 하고 양국 대표단을 교환해 조치를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의 한국 방문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의 방한이 조만간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일정은 보안 상 사전에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이 한국 당국자들과 만나도록 할 것입니다.
기자)한국은 이전에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하면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 공급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과 관련해서는 북러 군사 협력 강도에 상응하는 단계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이 그 상응 조치에 나서야 하는 전환점이라고 보십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리는 그것을 지켜보려 합니다.
기자)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탄약을 공급하고 있는데요. 혹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용하는 북한산 장비 및 무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북한은 우크라이나의 이 전쟁터를 북한 장비, 즉 미사일 장비의 시험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장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1 단계에 러시아로 보낸 구식 탄약입니다. 구식 탄약을 모두 정리해서 러시아에 대량으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백만 발의 탄약이죠.
그리고 북한은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돈과 핵심 기술을 받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분명 전쟁터를 새로운 장비를 시험하는 데 사용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러시아에 공급할 새로운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시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는 충분한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시급하게 필요한 특정 지원 분야가 있습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먼저 우크라이나는 나토 및 국제 파트너로부터 받는 모든 지원에 감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러시아 정권의 위협에 맞서 혼자서 버틴다면 우리의 자유를 효과적으로 수호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제 파트너들의 지원을 받아 국방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군대의 현대 무기와 첨단 기술 장비 공급은 계속되고 있고,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추가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 예산의 95%가 국방 부문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간의 만남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에 진행되고 있는 논의가 있습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크라이나 팀과 트럼프 당선인 측, 워싱턴에 있는 저희 대사관이 긴밀히 협력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만남이 성사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 작업은 진행 중입니다. 저는 가까운 장래에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에 이 만남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는 길이와 명확성을 위해 일부 내용이 편집됐습니다)
지금까지 디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함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이들의 우크라이나 전장 개입에 대한 이모저모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강수민 기자였습니다. (정리: 안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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