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로 더 깊숙이 진격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 경제학자를 러시아의 새 국방장관으로 지명했습니다. 지중해의 두 경쟁국,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가자 전쟁 관련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로 더 깊숙이 진격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대피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AP 통신과 로이터 등 매체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를 인용해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에 따라 지금까지 약 30만 명이 라파를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민간인이 라파에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진 이래, 라파에는 기존 주민들 외에, 가자 북부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피난 내려온 사람들까지 약 140만 명이 모여 있는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이는 가자지구 전체 주민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국제 사회가 대규모 인명피해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라파를 하마스의 마지막 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라파에 있는 하마스 4개 대대를 소탕해 하마스를 뿌리째 뽑아야만 한다고 말해왔는데요. 이런 가운데 이달 초,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 장병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스라엘은 라파 동부 주민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리며, 전면적인 라파 침공을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라파는 이집트와 접경하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인데요. 이들이 어디로 대피할 수 있습니까?
기자) 이스라엘군은 라파 북쪽의 칸유니스와 알무와시에 지정해 놓은 ‘인도주의 구역’으로 즉각 이동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이미 기존의 피난민들로 초과 상태라고 하는데요. 이스라엘군은 의약품과 식량, 식수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강화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주부터 라파 일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고요. 또 전차를 보내 이집트와 라파를 잇는 검문소를 장악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쪽 통제권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차까지 등장하면서 라파에 대한 제한적 규모의 지상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라파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죠?
기자) 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강행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12일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라파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에 반대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가자 출구 전략과 전후 통치 계획이 없으면 이스라엘은 엄청난 저항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여전히 라파 공격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거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지원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라파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이스라엘은 만일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설 것이며, 필요하다면 손톱만 가지고도 싸워야 한다면서 라파 공격 강행 의사를 거듭 피력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이 언급한 전후 계획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거부한다는 반응입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요르단강 서안을 관할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아랍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가자지구를 통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추구하는 건데요.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창설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아직 전후 가자 통치에 대한 세부 계획은 내놓지 않았는데요. 다만, 가자지구에 대해 무제한적인 보안 통제를 유지할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가자 북부에서는 지상전이 재개됐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 북부 지역은 대부분 이스라엘군이 점령했는데요. 하마스 지도부가 남쪽으로 후퇴하면서 한동안 지상전은 소강상태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12일 가자 북부 자발리아에 하마스 잔당들을 소탕하기 위해 전차를 투입하면서 다시 군사작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하마스도 12일 라파와 가자 북부 가자시티 근처에서 이스라엘군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 이집트와 카타르 등이 나서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좀 진전이 있습니까?
기자)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협상 중재 역할을 해왔던 이집트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이 위기에 처했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이집트는 아랍권 국가들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지난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요. 하지만 익명의 고위 이집트 관리는 AP통신에, 라파 공격으로 역내 평화의 초석인 이집트와 이스라엘 평화협정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집트는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집단학살(genocide)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기한 소송에도 동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지구촌은 지금 두 개의 큰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러시아로 가보죠. 러시아가 국방장관을 교체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닷새 만에 내각 개편에 착수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국방장관 교체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민간인 경제학자 출신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새 국방장관으로 지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3년째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 경제 전문가 출신을 국방 수장으로 지명하는 건 다소 의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 푸틴 대통령이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를 지명한 것에 대해 국방장관은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더 개방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계속 증가하는 국방비를 언급하면서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가 적임자라고 덧붙였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 전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됩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힘을 쏟아부으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는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네. 올해 65세인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는 경제계에서 주요 직책을 역임했습니다. 경제개발부 장관과 푸틴 대통령의 경제 담당 보좌관을 지냈고요. 2020년 1월 제 1부총리가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국방부를 경제 전문가 출신이 이끌어 나가면 군사적 측면에서 영향은 없을까요?
기자) 그와 관련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군사적 측면은 총참모장의 영역으로서, 군사적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거취에 관해서는 알려진 게 있습니까?
기자) 쇼이구 장관의 보직은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될 예정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12일) 새 정부를 구성할 후보 각료들의 명단을 제출했는데요. 4기 내각 대부분 유임되고, 쇼이구 장관만 유일하게 교체되는 인사로 알려졌습니다. 쇼이구 전 장관의 교체는 러시아 국경 도시 벨고로드에서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 1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진행자) 쇼이구 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아 온 인물이죠?
기자) 맞습니다. 쇼이구 전 장관은 지난 2012년부터 약 12년간 국방부를 이끌어왔고요. 푸틴 대통령과는 휴가를 같이 간 적도 있을 만큼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의 전과가 기대보다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고요. 또 최근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이 뇌물 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쇼이구 장관의 입지도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장관 후보로 지명된 사람들은 언제 정식 임명됩니까?
기자) 러시아 법에 따라 대통령의 추천을 받은 후보들에 대한 러시아 상원인 연방위원회의 검토 작업이 필요합니다. 러시아 상원은 13일과 14일 후보들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상원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무난히 인준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중해 지역에서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 온 두 나라,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13일 튀르키예를 방문했습니다. 최근 양국 간에 조성된 긍정적인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되는데요.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13일)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연말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리스를 방문했었죠?
기자) 맞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그리스 수도 아테네를 방문해 미초타키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당시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사이에 있는 오랜 쟁점은 제쳐두고 일단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한 바 있는데요. 미초타키스 총리의 이번 튀르키예 방문은 그에 대한 답방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두 정상은 약 2시간에 걸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 간에 풀 수 없는 문제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양국 사이에 이견은 있지만 대화 채널을 유지함으로써, 긍정적인 현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초타키스 총리도 양국 간에는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합의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 사이의 오랜 쟁점이라면, 대표적으로 영유권 갈등을 들 수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두 나라는 복잡한 역사적, 지리적 관계로 얽혀 있는데요. 그래서 에게해와 지중해의 해상 경계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대립해 왔습니다. 특히 에너지 탐사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동지중해에서 양국 군함이 대치하는 등, 지난 50년 동안에만 세 번이나 전쟁 직전까지 갔습니다.
진행자) 키프로스 문제도 양국 간에 쉽게 풀리지 않은 쟁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는 남쪽은 그리스계, 북쪽은 튀르키예 민족으로 분열돼 있었는데요. 1974년 튀르키예 정부가 군대를 보내 북쪽을 점령하면서 분단이 고착했습니다. 국제사회는 그리스계 키프로스공화국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고 있고요. 튀르키예 정부만 북키프로스튀르키예공화국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랬던 두 나라가 지금 갈등 국면을 풀기 위해 대화 노력을 하고 있는 거군요. 특별한 계기 같은 게 있었습니까?
기자) 지난해 2월 튀르키예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무려 6만 명 가까이 목숨을 잃는 참극이 발생했는데요. 당시 그리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양국 간에 해빙 기류가 흘렀습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재집권에 성공한 이래 서방 국가들과 관계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둘 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두 나라가 오랜 쟁점 말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부터 초점을 맞춰보자고 했다는데,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는 어떤 것들을 들 수 있죠?
기자) 소위 긍정적인 의제 목록에는 무역 촉진, 통신 채널 개방, 긴장 완화를 위한 신뢰 구축 조치와 교육, 문화 교류 증진 등이 포함됩니다. 양국은 또 방문 절차 간소화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튀르키예 국민이 그리스 10개 섬을 번거로운 비자 절차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고위급 회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긍정적 조짐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에 다툴 수 있는 소지는 여전히 존재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례로 최근 튀르키예는 오랫동안 박물관으로 사용됐던 옛 그리스 정교회 건축물을 모스크, 즉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해 문을 열었는데요. 그리스는 튀르키예가 세계문화유산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튀르키예는 지난달 그리스 정부가 이오니아해와 에게해 일부에 ‘해양공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자 양국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관해서는 양국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지도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13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1천 명 이상의 하마스 전투원들이 튀르키예 전역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하마스가 저항운동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두 나라가 가자 전쟁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폭력 종식과 장기적인 휴전이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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