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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정상회의 다음달 말 서울 개최 조율 중… 4년여만 성사 가능성


한국 대통령실 청사 전경.
한국 대통령실 청사 전경.

한국과 중국, 일본이 4년여 간 중단됐던 3국 정상회의를 다음달 중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 중입니다. 북러 군사 밀착으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 완화와 역내 안정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다음달 말 서울 개최 조율 중… 4년여만 성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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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5일 “현재 서울에서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일자를 3국 간 협의 중”이라며 “3국은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우리는 일본, 중국 측과 협의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한중일은 다음달 말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4일 의장국인 한국이 다음달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부터 3개국이 돌아가며 1년씩 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이번엔 한국이 의장국입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만약 다음달 개최된다면 4년 4개월만이 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한일, 한중 등 양자관계 악화로 장기간 중단됐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산에서 3국이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진 않았습니다.

3국 간 조율이 한동안 속도를 내지 못한 데는 중국이 회의 개최를 위해선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인 때문이었고, 중국과의 사전조율이 최근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미중 간 대화 모드가 이어지면서 중국이 한일과의 관계도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국 입장에서도 미중 관계 관리가 되고 한미일이 워낙 협력을 공고화하니까 그걸 건드려서 괜히 확전할 필요는 없다 그런 판단이 있었던 건 분명하고 경제 고리로 엮어서 한국과 일본을 좀 더 우호적인, 일부라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거잖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일 전화통화를 하면서 대화 모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과, 이에 맞물려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밀착 행보로 국제 정세가 신냉전 대립구도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G2 정상 간 소통이 계속되는 것은 관계 안정화에 대한 양측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을 낳았습니다.

3국 정상회의가 열리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가 참석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중국은 ‘미한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 아래 역내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북러와의 반미 연대를 유지하면서도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북러 간 과도한 군사적 밀착을 견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석좌연구위원은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북러 밀착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더라도 만남 자체가 북러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며, 한국은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긴장 고조 행위 중단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상징적 차원에서나마 언급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한미일이 결속하는 것 때문에 중국이 과잉반응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할 수 있고 북한을 압박하는 데 중국의 영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과 만남으로써 실질적 소득까지는 몰라도 상징적 소득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이 3국 정상회의 개최 논의를 진전시킨 배경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가치외교에 기초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비우호적 발언으로 한국과의 갈등이 커졌지만 오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한국 정부의 대중 외교 스탠스가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에 기대를 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중국 입장에서도 총선 이후가 되면 어느 정도 새로운 윤석열 정부의 제2기 외교안보 정책이 구성되는 게 아니겠어요. 거기서 지나치게 한국을 너무 한쪽으로 고립시키거나 모는 것은 중국 이익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 같고요.”

일본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북한과의 접촉에 내심 편치 않은 한국의 입장을 관리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한국 내 반대여론에도 주도권을 놓지 않고 차가웠던 한일관계를 풀었다며 일본은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현재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된 한국 입장을 배려하는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한국 정부도 북일 접촉에 대해서 마음 편하게만 쳐다보는 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한국 입장에선 이미 윤석열 정부 주도로 한일 관계를 풀었는데 한국이 뒤통수를 맞는다고 생각하면 안되거든요. 일본으로선 한국을 어느 정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고요.”

전문가들은 한중일 세 나라 정부 모두 인플레와 경기침체 등 자국 경제 상황과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역내 불안정 심화 등 갈등 지속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리창 총리가 참여하는 3국 정상회의는 타이완 문제를 둘러싼 양안 갈등이나 미한일 대 북중러 간 대치 등 군사 안보적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루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리창 총리는 경제 등 실용적 분야에서 중국 주권을 대변하는 역할이라며,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면 역내 평화와 안정, 상호 주권 존중, 공동 번영 등 중립적 메시지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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