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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 전 간부, 북한인권단체 조직…‘친북’ 아닌 체제 변화 모색”


일본 도쿄의 조총련 중앙본부 입구를 일본 경찰이 지키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 도쿄의 조총련 중앙본부 입구를 일본 경찰이 지키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 내 친북 단체인 조총련계 출신들이 주도하는 북한 인권 단체가 출범합니다. 한때 북한 정권에 협조했던 인사들이 북한 주민의 처우 개선과 체제 변화를 이끌겠다는 계획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총련 간부로 23년간 활동했던 홍경의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회(모임)’ 대표는 28일 VOA에 오는 4월 일본에서 새 북한인권단체 ‘자유왕래회(Free to Move)’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홍경의 공동대표
홍경의 공동대표

홍 대표는 자신과 조총련 산하 조선학교 출신 재일 한인 3세 박향수 씨가 공동대표를 맡는다며, 8명의 비공개 이사진과 1명의 간사 구성도 거의 완료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경의 공동대표] “일단 사단법인으로 법인화해서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회원들을 계속 모집할 예정입니다.”

북한 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조총련과 산하 기관 출신 관계자들이 일본에서 북한인권단체 설립을 주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홍 대표는 조총련 긴키지방본부 회장과 인권협회장 등으로 23년간 조총련 활동을 했고 평양을 20회 이상 방문하며 북한 정권에 적극 협조했습니다.

하지만 조총련이 재일 한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본연의 역할보다 북한 정권의 일본 출장소 역할을 하는 것에 반발해 내부 개혁을 주도하다 2000년대 초반 제적된 뒤 재일 한인 교육과 북송 한인들의 인권 옹호 활동에 주력해 왔습니다.

박향수 공동대표도 조총련 산하 은행 지점장을 지낸 아버지의 영향으로 고등학교까지 조선학교를 다녔지만 북한을 자주 방문했던 아버지를 통해 북한 간부들의 부정과 민낯을 확인한 뒤 돌아섰습니다.

박향수 공동대표
박향수 공동대표

박 대표는 이날 VOA에 “북한 정권의 속성과 피해자들의 상황을 잘 아는 우리들이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향수 공동대표] “우리는 누구보다 북한을 잘 알죠. 지금까지 존재했던 북한인권단체들과 비교했을 때 일단 더욱 직접적인 경험들이 저희에게 많잖아요. 또 탈북민들에 대한 마음도 각별해요. 그래서 ‘정신적 탈북자’란 얘기도 들어요. 북한을 왔다 갔다 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몸으로 느끼는 게 많아요.”

박 대표는 “조총련계 대부분이 북한에 가족이나 친척이 있기 때문에 북한 상황에 밝고 북한 정권의 의도도 잘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런 배경 때문에 전직 조총련계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렸다며, 그러나 “재일 한인 자녀가 4세대에 접어들면서 민족적 동질감보다 ‘보편적 인권’에 더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에서 한때 50만 명으로 추산됐던 조총련 회원은 현재 8만 명 이하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일본 언론 매체들은 총무성 통계를 인용해 일본 내 북한 국적자(조선적)는 2022년 말 기준 2만 5천여 명으로 규모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었습니다.

박 대표는 이런 추세와 더불어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지만 뒤에서 돕겠다며 관심을 보이는 조총련 혹은 조선학교 출신자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경의 대표는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더 악화해 최근 희망의 불씨가 꺼지는 데 대한 위기감이 단체 설립의 도화선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경의 대표] “지금 (북한의) 상태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북한 민중들의 인권이 개선되려면 좀 체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 나름대로 자문자답을 해 왔습니다.”

아울러 일본에서 북한인권단체를 이끌어온 사람들이 대부분 일본인으로 다수가 80대에 접어들고 외국어 구사에도 한계가 있어 “변화가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박향수 대표도 이런 이유로 “일본에선 북한 인권에 대해 국제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새 단체를 통해 일본 내 여론 환기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향수 대표] “요즘 북한 인권 활동을 보면 국제연대가 더 활성화되고 있어요. 한국 NGO들이 일본에서 뭔가를 할 때 파트너가 필요한데 그런 단체 관계자들이 너무 고령화되셨고 인력도 없고 언어 소통도 잘 안되시니까 그런 면에서 제가 연결다리 역할을 10년 정도 해 왔는데, 아 이제 우리 스스로가 단체를 만들 시기가 됐다,”

아울러 조총련 출신뿐 아니라 변호사와 학자, 탈북 청년 등도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젊은 인재들의 영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대표와 박 대표는 북한의 민주화를 외치는 것보다 인류 보편적 차원의 실질적인 인권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의 만행으로 가족과 생이별 한 채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하는 한국과 일본의 북송 피해자, 납북자, 이산가족, 탈북민을 옹호하는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홍경의 대표] “이런 사람들이 다 통틀어서 자유 왕래가 안 되는 탓으로 굉장히 고통받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 단체가 앞으로 여러 활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체제 변화로 이어지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한편 홍 대표는 지난 2018년 설립된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회(모임)’는 올 8월 또는 9월에 책자 발간을 끝으로 본연의 활동을 접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대표에 따르면 이 단체는 재일 북송 한인들 가운데 탈북해 한국과 일본에 정착한 500여 명(한국 300여 명, 일본 200여 명) 가운데 약 5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홍 대표는 “이 책자는 재일 한인 북송 역사와 규모를 연도별로 정리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자세히 담고 있다”며 향후 북한 정권에 대한 책임규명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지난 1959년에서 1984년까지 벌인 재일 한인 북송사업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납치와 강제실종 등 반인도적 범죄로 분류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COI는 보고서에서 25년 동안 북한의 지상낙원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 한인과 가족은 9만 3천 340명에 달하며 여기에는 1천831명의 일본인 아내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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