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버질 그리피스, 2032년까지 수출 거래 불허”

북한에 암호화폐 기술을 전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버질 그리피스 씨가 앞으로 10년 간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제재를 받게 됐습니다. 대북 사업을 위해 한국 서울시와 접촉한 전력이 있는 그리피스 씨는 이에 따라 출소 후에도 당분간 한국 등과의 사업은 불가능할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버질 그리피스 씨에 대한 결정문을 연방관보에 고시했습니다.

12일 고시된 결정문은 버질 그리피스 씨가 2032년까지, 즉 향후 10년 간 ‘수출 특권(export privilege)’를 누리지 못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개발자였던 그리피스 씨는 2019년 4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지난해 63개월의 실형과 3년의 보호관찰, 10만 달러의 벌금 납부 판결을 선고받은 인물입니다.

BIS는 “그리피스 씨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에 대한 유죄 판결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 수출관리규정(EAR)에 의거해 그리피스 씨에게 서면을 통한 소명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리피스 씨의 서한과 자료 등을 BIS 수출서비스국과의 협의, BIS가 입수한 사실 등을 토대로 검토해 그리피스 씨의 수출 특권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그리피스 씨는 유죄 판결일로부터 10년 동안 상품과 소프트웨어 혹은 기술과 관련된 수출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수출통제개혁법(ECRA)에 따라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을 포함한 특정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의 수출 특권을 최대 10년 동안 거부할 수 있습니다.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은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에 기술 등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기술에는 그리피스 씨가 북한에 전수한 암호화폐 기술도 포함됩니다.

앞서 검찰은 그리피스 씨에 대한 기소장 등을 통해 그리피스 씨가 방북을 통해 제재 위반과 연관된 서비스를 제공했을뿐 아니라 자신이 전수한 암호화폐 전문기술이 북한의 제재 회피 목적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 또한 미리 인지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그리피스 씨는 평양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은행 업무와 거래에서 자립을 허용한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설명한 뒤, 미국은 블록체인을 통한 금전 지불을 막을 수 없고, 유엔은 거래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었습니다.

이번 조치로 그리피스 씨는 출소 후에도 당분간 해외에서 암호화폐 사업에 관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피스 씨의 기술이 다른 나라에 전수되는 행위 자체가 수출 통제법에 대한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피스 씨는 체포 직전까지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북한에 ‘이더리움 노드’ 즉 암호화폐 거래의 주축으로 통하는 연결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벌였으며, 이를 위해 2018년 당시 서울시 정부 등과 접촉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그리피스 씨는 한국 서울에 이더리움 연구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서울시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났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