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암호화폐 기술을 전수해 실형을 선고받은 버질 그리피스 씨가 뒤늦게 벌금 일부를 납부하게 됐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자신의 금융 자산을 벌금으로 충당하는 데 동의한 건데, 여전히 전체 벌금에는 못 미치는 액수여서 추가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피스 씨는 최근 인터넷 도메인 등록 업체를 상대로 옥중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버질 그리피스 씨의 변호인은 12일 미 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그리피스 씨가 자신의 금융 자산이 벌금으로 충당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지난 7월 그리피스 씨가 벌금 약 10만 달러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며, 그의 자산이 예치된 미국의 투자은행 ‘피델리티’의 계좌에 대한 ‘양도 명령’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리피스 씨 계좌에 예치된 약 6만 7천 달러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해 벌금액을 일부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강제집행 결정에 앞서 그리피스 씨 측이 먼저 해당 금액 양도에 동의한 것입니다.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개발자였던 그리피스 씨는 2019년 4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지난 4월 63개월의 실형과 3년의 보호관찰, 10만 달러의 벌금 납부 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날 변호인은 그리피스 씨가 수감시설을 옮기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연락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벌금 납부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남은 벌금 약 3만 2천 달러는 그리피스 씨의 싱가포르 은행 계좌에 예치된 자금으로 납부할 것이라며, 그의 가족이 ‘위임장’을 받아 이를 처리할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그리피스 씨가 시한 내에 벌금을 납부하지 못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그리피스 씨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주의 깊게 지켜본 한 변호사는 VOA에 그리피스 씨는 혐의가 분명한데도 검찰과 유죄 합의를 이루는 대신 오랜 시간 법적 다툼을 지속했다며, 이 때문에 변호사 비용이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그리피스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몇 차례 자신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2019년 그리피스 씨가 최초 체포됐을 당시 구치소 수감 대신 부모의 집에 머무는 것을 허가했는데, 그리피스 씨는 암호화폐 계좌 접근을 금지한 보석 조건을 위반하면서 지난해 7월 구치소로 옮겨졌습니다.
당시 그리피스 씨는 법적 비용, 즉 변호사비 납부를 위해 모친이 대신 해당 계좌 접근을 시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리피스 씨는 지난달 인터넷 도메인 등록 회사인 ‘고대디(GoDaddy)’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그리피스 씨는 자신이 등록한 인터넷 도메인(주소) ‘eth.link’가 ‘고대디’의 잘못된 정보 전달로 제 3자에게 판매됐다며 지난달 5일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해당 도메인은 문자와 숫자 수십 개로 구성된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계좌 주소(지갑)를 단순한 문자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17년 그리피스 씨가 직접 등록했으며, 이후 ‘이더리움 네임 서비스(ENS)’ 회사가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7월 이 도메인에 대한 ‘자동 갱신’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알게 된 그리피스 씨 측이 갱신을 위해 ‘고대디’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결국 ‘등록 만료’ 상태가 돼 제 3자가 소유권을 갖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도메인의 거래금액은 85만 2천 달러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암호화폐 전문 매체는 최초 도메인을 등록한 그리피스 씨가 수감 상황에 처하면서 제때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현재 ‘eth.link’는 법원의 임시명령 이후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소유주는 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