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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항일빨치산 창건일 '조용'...전문가 "첫 군 정찰위성 발사 미한 정상회담 이후로 저울질"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유력한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점으로 꼽혔던 조선인민혁명군, 일명 항일빨치산 창건일이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치적 파급효과의 극대화를 노리면서 미한 정상회담 이후 위성 발사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끝내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북한의 위성 발사가 임박했고, 조선인민혁명군 즉 항일빨치산 창건일인 25일 위성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창건일 다음날인 26일 미한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 과시와 함께 미한을 압박하는 다목적 카드로 ‘창건일 위성 발사 카드’가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온 겁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90주년을 맞은 항일빨치산 창건일을 계기로 심야에 열병식을 열어 자신들의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했고, 지난달 16일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습니다.

하지만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을 맞은 25일 북한은 별다른 특이 동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조선인민혁명군 90주년 때는 열병식을 하는 등 행사가 많이 있었는데 올해 특별히 평가할 만한 계기나 행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북한 군 동향은 현재 관측하고 있지만 특별히 얘기할 만한 사안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완성됐다고 언급했지만 발사와 위성의 궤도 안착, 지상과의 교신 시스템 등 제반 기술 조건들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정확한 제원은 파악할 수 없지만 광명성 보다는 좀 큰 사이즈다 보니까 발사체 자체도 크고 위성 탑재되는 부분도 커서 발사 준비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상태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확장 개축과 현대화를 지시한 서해위성발사장의 준비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발사 예정 기간과 추진체의 낙하 예상 지점을 아직 통보하지 않은 것도 발사가 조기에 이뤄지기 힘들다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위성발사가 정당한 권리이자 우주 개발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를 비롯해 과거 위성 발사라고 주장할 때마다 관련 국제기구들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해왔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은 정찰위성을 쏘려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최소 한두 주 정도의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런 정황이 포착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4월 중 발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센터장] “북한이 정상적으로 위성이든 새로 개발하니까 검증을 하고 발사체도 조립한 걸 검증해야 하거든요. 또 실패하면 난리 나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올 후반기에 하는 게 맞다, 다만 북한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개발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빠르면 상반기에도 가능한데 4월은 아닐 것이고 빠르면 6월 정도일 거다.”

하지만 북한이 기술적 문제 보다는 대내외 정치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발사 시점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 고조에 맞서 미한 정상이 26일 회담에서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확장억제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그 결과를 보고 정찰위성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이달 말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통해 최종 준비 완료 보고를 받고 다음달 24일로 예정된 한국의 누리호 3차 발사를 앞두고 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한미 정상회담 전에 쏘는 것은 오히려 격앙된 한미의 목소리가 탄력을 받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하기 보다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고 ㄱ 결과에 대한 국내외적인 여론이 형성될 거에요. 북한은 아마 그런 시기를 보는 것 같아요. 그렇게 어떤 결과가 나오고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여론을 보고, 그리고 나서 한미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 이런 방식으로 정찰위성을 메시지화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군 정찰위성은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기능을 통해 김 위원장이 지시한 실질적인 핵 미사일 운용능력을 완성시키는 고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의 첫 군 정찰위성 발사는 미한 정상회담 결과로 발표될 확장억제 방안에 대한 자신들의 대응 능력 과시 차원에서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전반적인 북한의 위성 개발, 발사체 개발의 정도를 봤을 때 최소한 수백kg대의 정찰위성을 쏴서 궤도에 올려놓을 능력은 가진 것으로 판단되며 그런 맥락에서 지금의 발사는 시기의 판단, 그 다음에 그 시기의 판단은 상당히 국제정치적인 부분들을 포함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순방한 직후인 25일 ICBM을 쏘며 무력시위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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