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지시해 조만간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한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말 있을 미한 정상회담을 겨냥해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끝내”라고 밝혔다고 19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해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며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작년 말에 예고한 대로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완성됐다는 것이어서 북한은 이르면 이달 안으로 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오는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한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 성명이 나올 가능성에 맞서 경고메시지 차원에서 발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을 전후로 치적을 쌓는 의미도 겸해서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핵무기 운용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눈’에 해당하는 정찰위성까지 발사하는 이런 일종의 성과들을 잘 묶어서 메시지화하겠다, 그러니까 더 이상 비핵화 같은 방법은 허용될 수 없다, 우리의 핵 무기 고도화는 되돌이킬 수 없다, 또 한편으론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기정사실화, 전략적 위상에 대한 인정 이런 것을 시위하는 것이 일단 정치 외교적 메시지 차원에서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요.”
반면 4월 내 발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 센터장은 북한이 제시한 4월은 위성제작 완성 시점이지 발사 시점은 아니라며 인공위성 무게에 맞는 발사체 준비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액체연료의 백두산 엔진에 기반한 새로운 인공위성 발사체가 필요해 빨라야 올해 중반이나 하반기쯤에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정찰위성이 미한의 군사행동에 따른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한이 ‘확장억제력제공’과 ‘동맹강화’의 명목으로 반공화국 군사태세를 강화, 획책하고 있다며 “군사정찰 수단을 획득하고 운용하는 것은 전쟁억제 수단들의 군사적 효용성과 실용성 제고에서 그 무엇보다 중차대한 최우선 과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군사정찰위성이 확장억제력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 제고 차원임을 분명히 한 겁니다.
한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의 군 정찰위성 발사 지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다수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 아니라 역내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행위”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를 받아들여 금번 발사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다종의 타격 수단을 개발했지만 이를 적시에 운용할 정찰위성을 갖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반도 상공에 군사정찰위성을 띄울 경우 미국이 상시 배치 수준으로 전개하는 전략자산의 움직임과 한국 내 배치전력의 위치 그리고 주요 목표물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북한이 핵 보유국을 주장하고 소위 핵 운용 교리를 제시했는데 정찰위성이 없으면 핵전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타깃팅을 할 수 없습니다. 즉 표적을 선정하고 어떻게 공격할 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정찰위성이 없으면 거의 현실적인 표적 선정이 불가능한 것이고요, 그러니까 당연히 이것은 들어가야 할 과정이고요.”
김정은 위원장은 정찰위성 외에 다양한 위성 발사 계획도 밝혔습니다.
북한을 세계적인 우주강국으로 세우는 게 당과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며 기상관측위성과 지구관측위성, 통신위성 보유를 ‘선점 고지’로 정해 재해성 기후에 대비하고 나라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보호·이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위성 개발을 위한 표준화된 발사체 생산과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 외에 다수의 발사장 확보를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현지지도엔 둘째 딸 주애도 동행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배포한 사진을 보면 김주애는 베이지색 블라우스에 검정색 슬랙스, 검정색 구두로 다소 격식을 차린 옷차림이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형상도 사진으로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군사정찰위성 사진과 제원 등을 소개한 대형 모니터 화면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진을 확대한 결과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제원은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모양은 육각형 형태로, 상단에 태양전지판 4개를 펼친 모습입니다.
지구 궤도에 위성이 안착하면 태양전지판 4개를 펼쳐 작동하도록 고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장영근 센터장은 “위성체의 형상은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 발사한 광명성 3호와 4호 사각형 형상과 달리 6각형 구조물 형태”라며 "중량은 최소 300kg급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하단 측면에서 전개되는 4개의 태양전지판과 함께 상단에 2기의 카메라를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에 비해 고성능의 전자광학카메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센터장] “먼저 보다는 다른 게 뭐냐 하면 태양전지를 4개 정도 펼칠 수 있으면 쉽게 말해서 전력을 많이 생성할 수 있다는 얘기고요. 그러면 카메라 성능이 그만큼 좋다는 얘기에요. 그 정도 예측은 가능합니다.”
한국의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2012년 인공위성 발사와 궤도진입에 처음 성공한 이후 북한은 위성개발팀을 별도 운영하며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정찰위성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작년 12월 ‘정찰위성 개발 시험’ 뒤 서울과 인천 등 한국의 수도권 일대를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지만 당시 전문가들은 “정찰용으로 쓰기엔 조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장영근 센터장은 이번에 공개된, 위성에 장착된 카메라는 지난해 12월 시험발사에 쓰인 카메라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6차례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며, 이 가운데 2차례는 궤도 진입까지 성공했습니다.
2012년 12월 ‘은하 3호’ 로켓을 이용해 100㎏ 크기의 ‘광명성 3호’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쏴 올리는 데 성공했고, 2016년 2월엔 ‘광명성 4호’를 ‘광명성’ 로켓으로 발사해 역시 궤도에 진입시켰습니다.
광명성 4호의 무게는 200㎏ 정도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를 비롯해 과거 위성 발사라고 주장했던 실험 때마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기구에 발사 예정 기간과 추진체 낙하 예상지점을 사전에 통보했습니다.
민간 선박이나 항공기가 위험을 피해 안전하게 우회 운항하게 하기 위해 사전 통보하는 것이 국제 규범이기 때문입니다.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 아니라 정상적 위성 발사라는 주장에 정당성을 싣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만큼 이번에도 발사에 앞서 사전 통보를 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위성 궤도 안착에 성공한 2012년과 2016년의 경우 발사체 1단과 2단은 각각 한국 서해쪽 공해상과 필리핀 동쪽 공해상에 낙하됐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