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미국 주요 인사들이 포함된 입국 금지 명단을 21일 공개했습니다.
외무부 측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관련 제재를 비롯해,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행동들"을 언급하고, 보복 차원에서 관계자들에게 입국 금지를 단행하는 것이라고 이날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명단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외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핵심 당국자들이 등재돼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명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 씨 등 경제계 인사들도 포함됐습니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씨 등도 입국 금지 상태입니다.
이렇게 러시아의 입국 금지 대상이 된 미국인은 줄잡아 963명에 이릅니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가 공개한 자료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 측은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발표한 바 있고, 해리스 부통령 등을 차례로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를 포함한 문화·연예계 인사와 이전 정부 관계들도 입국 금지됐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배우 모건 프리먼 씨입니다.
프리먼 씨는 비영리기관인 '러시아조사위원회(CIR)'에서 만든 러시아 정부 비판 영상에 출연한 것이 이유로 추정됩니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배우 겸 영화 제작자 로브 라이너 씨도 입국 금지 명단에 올랐습니다.
CIR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 당국이 개입한 의혹을 추적하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이듬해 라이너 씨 주도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마이크 폼페오 전 국무장관도 러시아 입국 금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폼페오 전 장관은 재임 당시인 지난 2019년 5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미국 대선에 대한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입국 금지 명단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 의회 주요 인사도 포함
이밖에 이번에 공개된 명단에서 확인된 주요 인물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대표 등입니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상·하원 지도자와 함께 야당인 공화당의 하원 지도자가 입국 금지 대상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 인사들도 입국 금지 명단에 넣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부인 소피 트뤼도 여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입니다.
■ 마리우폴 '해방' 선언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시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저항해온 마지막 병력이 항복함에 따라, 이 시설을 포함한 시 전체가 '완전 해방'됐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20일 발표했습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전황 브리핑을 통해 "오늘 마지막으로 남은 531명이 투항함으로써 지난 16일 이후 공장(아조우스탈 제철소 단지)에 봉쇄돼 있다 항복한 아조프(아조우 연대)와 우크라이나군 소속 '나치'는 모두 2천439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작전 종료와 함께 (아조우스탈) 단지와 마리우폴 시의 완전한 해방"을 보고했다고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생포한 아조우연대 현장 지휘관에게 특별 보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분노해 단죄하고자 하는 마리우폴 주민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그 배경을 밝히고 "특별 장갑차에 태워" 제철소 단지에서 외부로 후송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조치와 함께 "저항군이 숨어 있던 공장(제철소) 지하 시설은 이제 완전히 러시아군의 통제하에 들어왔다"고 선언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측 "목숨 보전 명령"
우크라이나 측도 관련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20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병력을 철수시킨 것은 장병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데니스 프로코펜코 아조우연대 사령관도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 군 최고 사령부가 도시 방어를 중단하고 우리 병사들의 목숨을 보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프로코펜코 사령관은 이제 전사자의 사체를 제철소 밖으로 옮기는 것이 급선무라며 "명예롭게 싸우다 목숨을 잃은 전사들을 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전략 요충지로서, 러시아군이 지난 2월 24일 침공 직후부터 집중 공격해 포위해온 곳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 단지 지하시설에 들어가 저항했으나, 지난 17일 새벽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마리우폴에서 전투를 종료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같은 날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해당 시설에 있던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속속 러시아 측 통제 지역으로 후송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후송된 병력이 향후 러시아군과의 포로교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러시아 측은 재판에 회부할 방침을 내놨습니다.
이들의 처리 방향은 향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정전협상 등에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한편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점령함에 따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을 거쳐,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로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최대 물동항이 있는 오데사와 이웃나라 몰도바로 진격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한달 전, 러시아군 고위 지휘관이 몰도바까지 작전 구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러시아 중부군관구 사령관 직무대행 루스탐 민네카예프 소장은 지난달 22일 "돈바스와 남부를 통제하면 우크라이나의 흑해 접근을 차단해 우크라이나 경제 요소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군수업계 회의 현장에서 말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남부 장악은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가는 또 다른 출구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입니다.
러시아군의 이런 계획이 성공하면, 우크라이나는 아조우해(아조프해)와 흑해 등 바다로 접근하는 길이 차단된 내륙 국가가 됩니다.
반면 러시아는 부동항을 보유하고, 주요 농산물 등 물동량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