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인사의 경질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젯밤 존 볼튼에게 백악관에서 그의 업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통보했다”며, “행정부 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의 제안들의 많은 것에 있어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존에게 사임을 요구했고, 오늘 아침에 제출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튼의 노고에 감사한다”면서, “다음 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볼튼 보좌관은 북한 문제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매파’로 꼽혀왔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넘어 생화학 무기 등 북한의 현존하는 모든 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발언을 자주 했고,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엔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볼튼 보좌관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는 등 공개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볼튼 보좌관은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관리들과 종종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져 주목됩니다.
미 언론들은 볼튼 보좌관이 경질된 배경으로 북한을 포함한 여러 사안들에 대한 잦은 입장차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볼튼 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차는 지난해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확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볼튼 보좌관은 회담을 앞두고 북 핵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공개리에 주장해 북한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습니다. 북한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을 의미하는 볼튼 보좌관의 이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회담 거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볼튼 보좌관을 사실상 북한 문제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북한을 달래려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튼 보좌관은 지난 5월 이후 잇따른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분명한 견해차를 드러냈습니다.
당시 일본 도쿄를 방문한 볼튼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어떤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금지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 위반 측면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7일 일본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ut at the same time my people think it could have been a violation, as you know. I view it differently. I view it as a man perhaps he wants to get attention and perhaps not. Who knows? It doesn't matter.”
자신의 사람들, 즉 행정부 사람들은 위반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다르게 본다는 겁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볼튼 보좌관이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발사체를 ‘작은 무기들’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일부 나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을 거슬리게 하는 작은 무기들을 일부 발사했지만, 나는 김 위원장이 내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이 있기 몇 주 전 볼튼 보좌관의 강경한 대외정책 성향에 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분명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He has strong views on things but that's OK. I actually temper John, which is pretty amazing.”
볼튼 보좌관이 현안들에 대해 강한 입장을 갖고 있지만 자신이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동하는 자리에 볼튼 보좌관을 배제한 것도 북한을 고려한 조치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실제로 볼튼 보좌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서울 방문을 수행해 미-한 정상회담 때까진 배석했으나, 이후 판문점 회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몽골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앞선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와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당시 볼튼 보좌관은 회담 수행원 명단에서 제외됐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로 하노이에 도착해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했습니다.
이때 볼튼 보좌관은 영문과 국문으로 된 문서를 북한 측에 건넸는데, 이 문서가 회담의 결렬을 가져왔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인 볼튼 보좌관을 필요에 따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했습니다.
볼튼 보좌관의 경질이 이달 하순경 열릴 가능성이 있는 미-북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