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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올해 휴전선·해상 통해 망명한 북한인들 지난해 보다 감소


한국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 초소가 마주보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 초소가 마주보고 있다. (자료사진)

선박을 이용하거나 휴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북한 군인과 주민들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당국이 휴전선의 경계와 감시를 강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현수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3일 ‘VOA’에 지난 1일 북한 병사가 휴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것은 지난해 12월 21일 북한군 초급 병사가 중부전선을 통해 넘어온 이후 처음이라고 확인했습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이 북한군 하전사(병사)는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했습니다. 거의 1년 만에 북한군 병사가 다시 한국에 망명한 겁니다.

이는 지난해 상황과 크게 다른 겁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북한 군인은 지난해 4회에 걸쳐 4명, 주민 11명을 포함하면 총 15명이 휴전선과 해상을 통해 한국에 망명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올해 공개한 망명 사례는 3일 현재 병사 1명과 주민 3명 등 4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5월 40대 북한 남성 2명이 작은 목선으로 서해상을 통해 한국에 망명했고, 6월에는 동해상에 표류하다 한국 해경에 구조된 북한 선원 5명 가운데 1명이 망명 의사를 밝힌 게 전부입니다.

전문가들은 망명자가 감소한 것은 북한 당국이 감시와 경계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과거 남북 장성급 회담 대표를 지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1년 만에 넘어오긴 했는데, 사실 그동안 귀순 방지를 위해서 북한 나름대로 굉장히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 탈북자들도 계속 줄고 있고. 아마 이걸 계기로 뭔가 탈북 방지를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 여러 소식통을 두고 오랫동안 내부 소식을 취재하는 일본 ‘아시아 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최근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경 감시가 더욱 강화되고 북한 군인들의 영양 상태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몇 년 전 휴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전 북한군 출신 정대현 씨도 통제가 내부적으로 더 강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계속 듣고 있다며, 전방의 군인들이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대한 씨] “통제가 내부적으로 더 강화되고 있답니다. 외부적으로 보면 남북 정상이 만나면 내부도 굉장히 유순하게 풀릴 것 같지만, 실제로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내부는 더 강화된 게 현실이라고. 그런 것 보면 얘들이 군 생활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더 조이고 그러면 군 생활하기 더 힘들죠.”

한국 통일부 통계를 보면 중국과 동남아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는 일반 탈북민도 지난 9월 말 현재 808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탈북민은 지난해 총 1천 127명이 한국에 입국했었습니다.

문 센터장은 북한 군 당국이 특히 휴전선 감시와 경계를 더 강화한 이유로 지난해 총격을 뚫고 한국에 망명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26살의 전 북한군 병사 오청성 씨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오 씨를 통해 동료에게 총격을 가하는 북한군의 잔인함과 오 씨의 몸에서 발견된 많은 기생충 등으로 북한 군인들의 열악한 생활이 외부에 자세히 보도된 것을 북한 당국이 불편해했을 것이란 겁니다.

오 씨는 최근 망명 후 처음으로 일본과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세습화와 수령 신격화를 비판하며, 북한의 젊은 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도 없다고 말했었습니다

북한의 체제가 인민들을 먹여 살린다면 손뼉을 치겠지만, 무엇 하나 혜택을 주지 않고 있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오 씨는 그러면서 “자유가 있어서 좋다. 가고 싶은데 가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 좋다. 북한에서는 갖고 싶어도 못 갖는 게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79년 휴전선을 넘어 한국에 망명한 뒤 탈북민 1호 박사가 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북 간 전방초소(GP) 시범 철거로 휴전선을 통한 북한 군인의 망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전선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고 통제도 강화하고 있고 아마 GP(전방초소)를 GOP(전방경계초소/일반전초) 선으로 철수시킬 겁니다. 그러면 GOP를 더 뒤로 빼서 나오기가 더 어렵죠. GP 성원은 거의 넘어올 사람이 없고 출신성분을 볼 때. GP 밖의 성원이 주로 넘어오는데. 그걸 북한이 뒤로 더 빼버리면 탈북 귀순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당국은 1일 망명한 북한 병사가 남북 각각 11개, 시범철수 대상 감시초소인 GP 중 북측은 철수하고 한국은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지역 GP 인근에서 넘어왔다고 밝혔습니다.

망명한 북한군 병사가 GP 혹은 GOP 지역 성원인지, 또 이 병사가 GP 철수 지역을 고려해 월남 경로로 선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휴전선을 통해 망명한 전 북한 병사 정대현 씨는 GP를 철거한 지역 북한 군인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대현 씨] “GP를 폭파하고 하니까 기분이 굉장히 싱숭생숭했을 것 같아요. 자기들이 근무서던 GP가 폭파되고 인근에서 넘어왔다고 하니까. 걔들은 초소가 없어지면, 뒷 지대로 가야 하는데 어떻게…”

일각에서는 오청성 씨의 망명 사례에 비춰 미-북, 남북 관계의 개선으로 북한 군인과 주민들의 한국 망명이 감소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망명 이유 가운데 하나로 미-북 관계가 악화돼 전쟁할 수 있다는 느낌마저 들어 긴장감에서 망명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정대현 씨는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북한 군인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고 통제도 유지되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망명을 시도하는 군인들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운 겨울 날씨로 고생할 옛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겨울을 잘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대현 씨] “날씨도 추워지고 북한 군인들을 보면 제일 마음 아픈 게 날씨가 춥고. 겨울에는 정말 추울 만큼 춥고 여름에는 더울 만큼 더워서 죽을 것 같은 그런 날씨 속에서 고생할 생각을 하면 어떤 이념을 통해서 어떻게든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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