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관해 객관성을 운운하기 전에 국제 조사단의 방북부터 허용해야 한다고 한국 내 인권단체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최근 탈북민들을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하며 이들의 증언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입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정권의 인권 문제를 부인하고 미국을 비난한 것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돌아온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이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과 한국, 탈북민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입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은 핵 문제를 갖고 북한이 무력강국이 됐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뭔가를 자꾸 얻어내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인권 문제를 같이 제기해야만 안정적인 평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 문제 제기는 타당합니다. 북한 정권이 억지스런 주장을 하는 것은 미국이 이것을 제기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거짓이고 궤변입니다. 한국 내에서 상당히 많은 단체와 피해자들이 동일하게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유엔 결의안은 한국 내 탈북민들, 북한이 납치해 간 수많은 민간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결의안을 내고 작성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고 유럽이나 일본, 한국과 많은 나라가 참여하는 것이고 북한의 문제를 핵 문제만으로 풀 수 없다는 동일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인권 타령에 비낀 미국의 추악한 속내를 해부하다’란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최근 2005년부터 13년 연속 채택한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해 "미국과 추종세력의 조작, 미국이 떠드는 북한의 인권 문제는 아무런 타당성도, 현실적인 근거도 없는 허위이며 궤변”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아울러 탈북민들을 거듭 “인간쓰레기”, “추물”이라고 비난하며 이들이 “꾸며낸 증언에 신빙성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며, 미국이 협상에서 양보를 받아내고 북한체제 전복을 노리려는 의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특히 비핵화와 인권 문제를 연계하며 “미국은 우리의 핵 문제가 조미(미-북) 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것처럼 운운하지만, 그것이 풀려도 인권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신문’의 이런 논평은 미-북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꺼내지 말라는 북한의 공식적인 요구라고 한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영환 대표는 그러나 핵 문제가 해결돼도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란 북한의 주장은 궁극적으로 맞는 얘기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이 정확하게 지적한 것은 그겁니다. 핵 문제가 해결돼도 인권 문제를 계속 걸고 들 것이다. 맞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방송을 듣고 자유롭게 장사를 하고 자유롭게 자기들 삶을 지킬 때까지 계속 목소리를 강화해서 높일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이 이 (인권) 문제를 피해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탈북민 단체장들은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면 왜 수많은 주민이 탈출해 한국과 국제사회에 정착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올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던 지성호 나우(NAUH) 대표입니다.
[녹취: 지성호 대표]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느냔 말이 있죠. 북한이 살기 좋은 나라이고 인권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곳이라면 북한을 탈출해서 3만 명 이상이나 남한으로 왔겠는가? 또 전 세계에 살고 있는 탈북자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권이 보장된 나라라면 그럴 리가 없다는 거죠. 인권이 그렇게 자유롭다면 북한에서 살기 싫으면 나갈 수 있는 자유도 있어야 하잖아요. 최소한의 감정까지도 정부에 의해 콘트롤 당해야 하는 상황을 살았는데. 이제는 노동신문이 변해야 하고 김정은이 변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원색적인 기사를 내는 것에 대해 이제는 창피함을 느낄 때도 되지 않았나.”
북한 출신으로 26일 한국 프레스클럽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은 북한 지도자가 탈북민을 욕하기 전에 북한 주민부터 돌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주민을) 보호하지 않은 책임은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탈북자만 비판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리더답지 못한 행위라고 생각해요. 또 우리를 쓰레기라고 욕하지만, 김정은은 자기 고모부도 자기 형도 죽이게끔 하는 끔찍한 패륜적 인권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탈북자들을 욕하기 전에 오히려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석방하는 일을 하나라도 더 하라고 저희는 촉구합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차미리 간사는 “북한 정권의 주장대로 탈북민들의 증언에 객관성이 부족하다면 직접 국제기구와 전문가를 북한으로 초청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미리 간사] “확실하게 객관적인 기관에서 국제기구에서 들어가서 모니터링을 하고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판별하려면 본인들이 더 오픈하고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만약 저희가 오해했다면 미안합니다. 저희가 오해했다고 끝낼 수 있지만, 그게 아니고 북한도 내부에서 본인들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픈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환 대표는 미국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노동신문’이 강하게 비난한 흑인 차별 역사가 역설적으로 어떻게 극복됐고 북한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영환 대표] “저희가 둘러본 현장들은 과거 흑인들, 유색인종들이 어떻게 인권 침해를 당했고 또 이 사람들이 어떻게 견디고 지금은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지, 또 미국사회는 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하고 귀 기울여 주는지를 다 보여줬습니다. 미국의 밝은 곳들만 보러 간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보게 한 것도 아닙니다. 북한에 관광을 가면 김일성, 김정일 사적지 등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인권 문제가 있는 곳들은 철저히 숨기는데, 미국 연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과거 어두운 역사를 어떻게 극복하고 고쳐 나가려고 하는지를 보여주는 곳들을 갔었기 때문에 오히려 어두웠던 역사로부터 미국이 그래도 이렇게 바꿔나갈 수 있고 사회가 자유롭기 때문에 목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사회로 갈 수 있구나란 생각들을 더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노동신문’은 26일 논평에서 미국의 소설인 ‘톰 아저씨의 집’까지 언급하며 흑인 착취와 학대를 일삼았던 미국이 오히려 인권 옹호자로 광대극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성호 대표는 그러나 북한이 자주 비난하는 미국의 옛 흑인 차별 역사를 현지에서 직접 보고 배우면서 오히려 다른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대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은 그 당시에도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었고 언론의 자유가 있었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죠. 그것이 집회로 이어졌고 성공적인 결과로 만들어졌죠. 또 그것을 반성하고 박물관을 만들어 인권의 역사를 기린다든가 학교 수업에서 가르치고 소수자에 특혜를 주는 사회적 분위기. 그런데 북한은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원천적인 자체가 없고 변화의 요소가 없고 그런 것을 보며 안타깝고…”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차미리 간사는 연수를 받으면서 과거 피해자였던 흑인과 인디언들이 오히려 지금은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미리 간사]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더 키우는 것! 그것을 보면서 정말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왜냐하면 피해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옆에서 도와줄 수 있지만, 피해자의 입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과 옆에서 본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피해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강하고 목소리가 모이면 정말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