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의 65주년 동맹관계를 기념하는 특별기획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두 나라 정부는 미-한 동맹이 과거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이웃은 지리적 숙명이지만, 동맹은 필요에 의해 만드는 것이다.”
“갈등이 있더라도 동맹과 함께 싸우는 것이 동맹 없이 홀로 싸우는 것보다 낫다.”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이 입구에 큼직하게 쓰여 있습니다.
“동맹이 왜 중요한지는 이스라엘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의 동맹 때문”이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도 보입니다.
이 곳은 미국과 한국의 동맹 65주년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의 전쟁기념관입니다.
전쟁기념관은 지난 65년의 한-미 동맹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국민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이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특별기획전을 담당하는 장현석 학예사입니다.
[녹취: 장현석 학예사] “처음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될 때의 상황과 원래 목적인 북한에 대한 견제, 한반도 평화의 상황이 지금 이 시점에서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65년 간 이어온 한-미 동맹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고 앞으로는 어떤 모습이 되어 갈지 조건이 이렇게 변하는 상황이 됐으니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가 있고요.”
동맹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외부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맺는 군사연대 관계입니다.
기획전은 이런 동맹의 정의에서부터 전 세계 동맹 상황, 미-한 동맹이 체결된 배경을 시간 순서대로 바닥에 표기하고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담은 대형 사진들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국가방위를 자국의 의지와 힘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그러나 강대국일지라도 자기만의 힘으로 자국의 방위를 구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동맹을 통해 안보 위협에 대비하고 국가 간 상호관계를 증진시켜왔다.”
이런 문구와 함께 1953년 미-한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과 이승만 전 한국 대통령의 얼굴이 보입니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됐지만, 북한의 남침 의도, 중국과 소련의 위협에 놓였던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공산화 확산을 막고자 하는 세계 최강국 미국을 어렵게 설득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성립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조약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번영을 누릴 것이다”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장 학예사는 두 나라 동맹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도 기획전을 마련한 목적의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장현석 학예사] “처음 동맹이 체결될 때부터 지금까지 갈등도 있었고 서로 두 나라 사이에 여러 어려움도 있었고 또 도움도 발전도 있었는데 그런 다양한 모습이 있었던 한-미 동맹의 여러 측면을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고 너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이 있어서 그런 다양한 면들을 국민들이 보시고 잘 이해한 다음에 앞으로 동맹이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드리고 싶어서 마련했습니다.”
이런 목적 때문에 기획전은 동맹의 토대 위에 발전한 한국의 경제와 긍정적 측면뿐 아니라 미군 장갑차 사고로 압사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과 박정희-카터 전 대통령 사이의 갈등 등 다양한 사건들을 자세히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 미-한 동맹이 군사적 관계와 더불어 교육·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교류로 발전한 역사, 한국의 민주 정부 수립을 지지했던 미 의회 결의안 등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시장 중앙에는 “미국 국민이 기증한 것”이란 글씨가 쓰인 낡은 밀가루 포대들도 볼 수 있습니다. 6·25 한국전쟁 때 기아 상태에 처한 한국인들에게 미국인들이 보내준 구호물자들입니다.
행사장 마지막 공간에는 기획전을 찾은 미국과 한국의 군 고위 지휘관에서부터 일반 시민들이 남겨 놓은 동맹을 응원하는 메시지들이 벽에 걸려 있습니다.
기획전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대학생 장지영 씨는 한-미 동맹이 한국에 기여한 게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장지영 씨] “(한-미 동맹이) 정말 꼭 필요했다고 생각해서 체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희가 많이 못살았잖아요. 전쟁 때문에 기아도 많고 정말 최빈곤국인데…”
서울의 한 대학 명예교수인 박창길 씨는 “한국과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같은 정신과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동맹으로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창길 교수] “체계적으로 잘 돼 있네요. 사실 미국에 대해서 정말 고맙고 진짜 빚을 많이 졌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동맹은 계속 유지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미국을 위해서도 한국이 이제 필요합니다. 중국, 러시아에 대응하려면 한국이 함께 막아줘야 하고 또 한국은 정말 선택받은 민족입니다. 미국도 그렇지만. 그래서 한-미 동맹은 미국을 위해서도 그렇고 한국을 위해서도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생 김동한 씨는 미국도 국익을 위해 과거보다 훨씬 발전한 한국이 필요하기 때문에 좀 더 대등한 동맹관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한 씨] “한-미동맹은 일단 한국으로서는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미국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건데. 제일 처음 시작될 때는 우리의 필요가 더 컸지만, 지금은 우리가 경제도 성장하고 국력도 세지면서 미국도 우리를 필요로하는 측면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에 서로 상호 평등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시장 출구 벽에는 “군사적 동맹과 포괄적 동맹을 뛰어넘어 위대한 동맹으로”란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미-한 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싹텄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 발언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최근 일부 예비역 장성들과 안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미-한 동맹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은 최근 예비역 장성 400여 명이 공동 주최한 국민대토론회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장기간 실시되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동맹 관계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이상훈 전 장관] “저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냈지만, 한미연합사는 전시에는 작전을 지휘하지만, 평시에는 훈련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으면 뭐하러 한미연합사가 있습니까? 이것은 반드시 한미연합사 해체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동맹관계가 두 정부의 말과 달리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김태우 전 원장] “지금 한-미 동맹은 겉으로는 외교적 이유로 표면화되지 않고 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세 방면에서 오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동맹도 (미군 주둔과 작전에) 돈을 더 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 한국 정부의 수정주의 조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 약화, 핵 능력 강화와 미 본토 타격 위협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노리는 북한 정권의 핵심 전략에 따라 미-한 동맹에 균열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로버트 브라운 미 태평양 육군사령관은 26일 미 언론 인터뷰에서 “미-한 동맹은 바위처럼 견고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사령관] “I have never seen in my 30-plus years working with (South) Korea, with the ROK, I’ve never seen the alliance more rock solid because..”
북한의 도전이 오히려 미-한 동맹을 더욱 강화했으며 지난 30년 간 한국과 일하면서 동맹이 지금보다 더 굳건했던 때는 없었다는 겁니다.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도 27일 한미동맹재단 기조연설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변화가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것은 한-미 동맹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라며 동맹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미 양국은 남북 군사 분야 합의 과정에서 보여준 긴밀한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맹의 길에서 만나는 평화’란 제목의 한-미 동맹 65주년 특별기획전은 내년 2월 17일까지 계속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