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됩니다. 김 위원장은 복원된 중국과의 `혈맹’ 관계를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불과 석 달 사이에 세 번째입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기자) 네, 과거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전례가 없었던 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지난 3월 첫 중국 방문 때까지 5년 넘게 북한 밖을 나간 적이 없고, 또 어느 나라 정상과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올 들어 보이고 있는 정상외교 행보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진행자) 상황이 이처럼 극적으로 바뀐 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계기가 된 것이지요?
기자) 맞습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처음 전격 방문한 지난 3월25일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당시 방문은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는데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후원자로 두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뤄진 김 위원장의 세 차례 중국 방문에서 특징은, 모두 미국과의 핵 협상과 긴밀히 연관돼 있는 점입니다.
진행자) 핵 협상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 건가요?
기자) 우선, 지난 3월과 5월의 중국 방문은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직전에 이뤄졌습니다. 세 번째인 이번 방문 역시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위한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앞둔 시점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회담이 있은 지 일주일 만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문제가 의제로 다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왜 대미 협상을 전후한 시점에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건가요?
기자) 중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대미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쟁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문제에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중국을 배려하면서, 동시에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세 차례 중국 방문 때마다 핵심 관심사는 다를 텐데요, 이번 방문은 중국으로부터 제재 완화와 경제협력을 얻어내는 게 주된 목적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 아닌가요?
기자) 중국은 북한과의 공고한 관계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게 일차적인 관심사입니다. 아울러 남중국해와 무역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북한을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습니다. “국제와 지역 형세 변화와 무관하게 북-중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킨다는 굳은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중국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과 중국의 밀착관계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요?
기자) 북한과 중국 모두 대미 협상이나 관계에서의 지렛대 확보를 목표로 하는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비핵화의 속도나 방식을 놓고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비핵화 협상이 좀더 복잡해지거나 장기화 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두 번째 만난 뒤에 태도가 좀 변했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사태를 빚은 바 있습니다.
진행자) 미-북 간 핵 협상이 아예 깨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까요?
기자) 그런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은 북한의 비핵화에 제동을 걸기 위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시 주석은 미-북 간 비핵화 합의를 평가하고 있고, 김 위원장도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새로운 중대한 국면이 열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 모두 비핵화에 국가이익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뒤로 돌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