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정부의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 중단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한 신뢰 구축 조치로 평가됩니다. 북한의 상응 조치가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한 두 나라가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중단하는 것과 신뢰 구축 조치가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기자) 이에 대한 답은 지난 12일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에 담겨 있습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훈련 중단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 나온 미국의 선제적인 신뢰 구축 조치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까요?
기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보도하면서, 동시적인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 측이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해 나간다면 그에 상응하게 계속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들을 취해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신뢰 구축을 강조하는 건 지금까지 미국의 입장과는 다른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적대행위 해소와 평화협정 등 북한의 요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은 상호 적대행위 해소와 이를 통한 신뢰 구축이 비핵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이 과거에도 중단된 적이 있나요?
기자) 지난 1990년에 미군의 걸프전 참전으로 이 훈련의 전신인 `을지 포커스렌즈’ 훈련이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중단 결정은 28년 만에 처음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키 리졸브’ 훈련의 전신인 `팀스피리트 훈련’도 1992년에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을 수용하고, 남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했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 구축 외에 `엄청난 비용’을 훈련 중단의 이유로 설명했는데요. 상당한 비판이 제기됐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미-한 연합훈련을 비용 문제로 접근하는 건 잘못이라는 비판입니다.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겠지만, 미군의 대비태세와 아시아 지역 내 전투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한 연합훈련의 비용이 크기는 하지만 군사적 대비태세가 부실하거나, 전쟁에서 패배했을 때의 비용은 더 크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미-한 연합훈련이 `도발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특히 큰 비판이 제기됐지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줄곧 미-한 연합훈련이 투명하게 실시되는 방어적 성격의 정례 훈련임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런 마당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오랫동안 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제기했던 내용이어서 뜻밖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 훈련을 도발로 간주하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훈련에 핵 추진 항공모함과 B-52 폭격기 등 전략자산이 동원되고, 북한 수뇌부에 대한 참수작전도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키 리졸브’ 훈련을 연기할 때도 이 훈련이 도발적이라고 밝혔었지요?
기자) 미-한 연합훈련이 도발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확고해 보입니다.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수 백만 명이 올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북한도 올림픽에 가는데 우리가 바로 그 해안에서 훈련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훈련 연기의 배경을 설명했었습니다.
진행자) 끝으로, 을지 프리덤가디언이 어떤 훈련인가요?
기자) 매년 8월 하순에 실시되는 이 훈련은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을 가정한 `워게임’ 형식의 지휘소 훈련입니다. 훈련은 유사시에 대비한 정부 연습인 을지 훈련과 미군과 한국군의 연합훈련인 프리덤가디언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는데요, 지난해의 경우 미군 1만7천500명, 한국군 5만명이 참가했습니다. 매년 3월에 실시되는 `키 리졸브’ 와 `독수리’ 훈련과 함께 미-한 동맹의 3대 합동군사훈련으로 꼽힙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