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소식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말 경주는 서양에서 오래 전 귀족 스포츠였는데요. 그 전통을 간직한 ‘켄터키 더비’ 경마 대회가 오는 주말 미국 중부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진행됩니다. 올해로 144회째를 맞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연례 스포츠 행사인데요. 켄터키 더비 이야기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세계적인 말 경주대회인 켄터키 더비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2분’으로 불립니다. 경주마 20마리가 약 2km 주로를 도는 순서를 가리는 데 불과 2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요. 짧은 시간에 펼쳐지는 경기지만,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주요 경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흥행합니다. 관련 매출과 텔레비전 중계방송 시청률이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다음으로 높은데요. 지난해 대회에서는 관람석 위치와 부대 서비스에 따라 입장권 값이 수천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관중 15만8천여 명이 몰렸고요. 최근 10년 평균은 16만1천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켄터키 더비가 열리는 처칠다운스 경마장 입장료 등으로 모이는 직접 매출을 포함해 방송중계료, 관광객 유치까지 포함한 경제효과가 수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미국 중부 켄터키주 시골 마을 루이빌에서 치르는 대회가 이렇게 주목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포츠 행사일 뿐 아니라, 전통문화 축제 성격을 함께 가졌기 때문인데요.
경마 종주국인 영국의 ‘더비’ 형식을 따라 지난 1875년에 시작된 켄터키 더비는, 20여 년 후 지금의 경주로 형태를 갖췄습니다. 그 뒤로 경기장 모양은 물론이고, 관중의 옷차림을 포함해 전체적인 대회 형식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데요. 다른 스포츠 행사와 달리, 편안한 일상복으로 경기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남자는 격식을 갖춘 신사복에 나비 넥타이, 여자는 화려한 드레스에 큰 모자를 쓰고 경기를 보는데요. 특히 유명인들이 켄터키 더비 귀빈석에 모이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어떤 복장으로 나오는지도 매년 언론이 주목합니다. 미국인들의 오랜 추억을 간직한 이 축제를 현장에서 즐기기 위해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립니다.
올해 ‘켄터키 더비’는 오는 주말인 다음 달 5일에 열립니다. 20마리가 함께 뛰기 때문에 모래주로 경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말이 참가하는 경주이고요, 잔디주로까지 포함하면 24마리가 나서는 호주 멜버른컵 다음으로 경기 규모가 큽니다. 올해 대회에서 주목할 점 가운데 하나는, 외국산 말이 우승할지 여부입니다. 미국 밖에서 태어난 경주마가 켄터키 더비에서 우승한 경우는 지난 1983년 이후 30년이 훨씬 넘도록 없었는데요. 올해는 캐나다 태생 ‘플레임어웨이(Flameaway)’가 이 기록을 바꾸기 위해 도전합니다. ‘플레임어웨이’와 함께 ‘저스티파이(Justify)’와 ‘매그넘문(Magnum Moon)’, ‘굿매직(Good Magic)’ 등 인기마들이 우승을 다툴 전망입니다.
경마에선 관중이 각자 우승 예상마에 돈을 걸어 배당금을 타는데요. 이번 대회 ‘저스티파이’의 배당률이 9대5로 가장 낮습니다.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뜻인데요. 건 돈의 두 배에 못미치는 액수를 배당 받는 겁니다. ‘매그넘문’의 배당률은 4대 1, 우승하면 건 돈의 4배를 받는 거고요. ‘굿매직’의 배당률은 7대 1입니다. 이밖에 예상치 못한 말이 우승했을 경우, 그 말에 돈을 건 사람은 그만큼 큰 액수를 받게 됩니다.
켄터키 더비를 시작으로, 미국에선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와 ‘벨몬트 스테이크스’ 경마대회가 2~3주 간격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모두 우승하면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이라고 하는, 삼관마가 되는데요. 매년 4만 마리 경주마가 나오는 미국에서 말 한 마리가 이 3개 대회를 한꺼번에 석권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1978년을 마지막으로 삼관마가 나타나지 않다가, 지난 2015년 ‘아메리칸파로아(American Pharoah)’라는 말이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자 경마 팬들은 열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큰 대회에서 우승한 경주마는 바로 은퇴하는 게 관례입니다. 좋은 혈통을 물려주는 씨수말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건데요. ‘아메리칸파로아’는 트리플 크라운 이후에도 은퇴하지 않고 그 해 남은 대회들을 치렀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나온 삼관마이기 때문에, 아메리칸파로아의 교배료는 20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미국 CNN방송이 전했는데요. 씨수말들이 한해 100차례 정도 교배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메리칸파로아가 2016년 올린 소득은 2천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됩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오늘은 ‘다크호스’란 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올해 켄터키 더비 우승 예상마들을 앞서 소개해드렸는데요. 다크호스(dark horse)는 원래, 경마에서 예상치 못한 우승마를 가리키는 표현이었습니다. 영어로 ‘짙은 색 말’이라는 뜻인데요. 경마 외 스포츠에서도 두루 쓰이는 용어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았지만, 예상 외의 성과를 낼 선수나 팀’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요. 이런 뜻으로 스포츠 밖의 일반 사회 현상에서도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144회 켄터키 더비 소식 전해드렸고요. ‘다크호스’가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다음주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 가지고 오겠습니다.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힘차게 말 달리는 소리와 함께 전주가 시작됐는데요. Michael W. Smith의 ‘Go West Young Man’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