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연일 내부결속을 강조하며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미국령 괌을 겨냥한 포위사격을 위협하는 등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이를 강력한 주민통제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연일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전민 총결사전’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조선을 당할 자 세상에 없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정론에서 결전은 시작됐다며 천만군민 모두를 전민 총결사전으로 부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어 승리를 위해 온 넋을 불태울 신념의 강자가 되자며 최고영도자 주위에 더욱 굳게 뭉치자고 충성을 독려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371호에 대응해 평양에서 잇달아 군중집회를 열었습니다.
`노동신문'은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주민 10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군중집회 소식을 10일자 1면부터 4개 면을 할애해 30여 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 2371호를 채택한 지 하루 만인 지난 7일 안보리 결의를 전면배격하고 미국에 천백 배 결산하겠다고 밝힌 ‘공화국 정부 성명’에 대한 지지 행사였습니다.
아울러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4발로 미국령 괌 포위사격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북한관영 `조선중앙TV'는 10일 싸움준비에 총력을 다할 것을 결의하는 인민무력성 군인집회가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집회에는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리명수 북한군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등 군 수뇌부가 총출동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또 청소년들과 학생들이 군 자원입대를 탄원하고 있다며 9일 함경남도와 평안북도 황해북도에서 탄원 모임들이 각각 진행됐다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연일 ‘결사전’을 언급하며 체제수호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유엔 안보리의 초강력 제재와 미국의 대북 압박을 주민결속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충성 차원에서 군중대회를 하면서 수령 결사옹위라는 관점에서 의지를 다지고 또 지도부 입장에선 외부의 위협을 계기로 내부를 결속시키는 그런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죠.”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안보리 결의 2371호가 북한 장마당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북한 정권으로선 민생 악화에 대비해 주민 결속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2371호 발효 이후에 북한 방송이 최근 항일무장투쟁 시기나 김일성 시기를 연상시키는 프로그램을 많이 내보내고 있거든요. 고난의 행군을 헤쳐나가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다시 말해서 상당한 정도의 압박과 위기를 내성화시키기 위한 사전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죠.”
고도화된 핵무기 완성에 전념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당분간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주민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미국과의 ‘강 대 강 대치’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이를 상당 기간 감내해야 한다고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시장 활동도 아무래도 위축될 수 밖에 없죠. 시장 활동하는 주민들도 동원에 참여해야 하니까. 쉽게 말해서 몇 개월 동안의 어려움은 감내해라, 결국 미국과 문제 해결을 안 하면 어차피 계속 경제 제재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내부적으로 선전할 가능성도 있죠.”
임 교수는 북한이 현재의 미국과의 긴장을 핵무기 완성의 마지막 고비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미국에 대한 추가 도발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주민들을 향한 대미 결사항전 선전전이 강력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