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이 미국령인 괌을 겨냥한 ‘포위사격’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한 데 대해 북한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도발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9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태평양의 괌 미군기지에 대한 탄도미사일 포위사격 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위협한 북한 전략군 대변인 성명에 대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백태현 대변인 / 한국 통일부]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백 대변인은 또 북한의 이런 언급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북 간 화해협력을 위해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9일 새벽 전략군 대변인 성명에서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단하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군 총참모부도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이 감행하려는 ‘예방전쟁’ 징조가 나타나면 미국 본토를 핵전쟁 마당으로 만들어버릴 것임을 잊지 말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현지 시간으로 5일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 행동을 협박카드로 들고 나온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강한 반발로 풀이했습니다.
특히 과거 미국에 대한 규탄 성명과는 달리 괌 미군기지를 겨냥한 포위사격이라는 구체적인 군사 행동을 언급한 것은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운용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괌 미군기지는 미국이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하는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전략무기의 발진기지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입니다.
[녹취: 신범철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자기들이 전술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실질적으로 그런 능력을 갖췄는지는 아직 의문스러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핵 보유국으로서 그런 전술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괌을 언급한 것 같아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이런 전술을 꺼내 든 것은 지금으로선 미국을 압박할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북한은 다섯 차례 핵실험과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발사로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어느 정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엔 포위사격을 통해 실전 운용능력을 과시해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괌을 표적으로 한 포위사격을 실행할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분류되는 ‘화성-12형’의 사거리가 4천500 km∼5천km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괌을 겨냥한 사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겁니다.
북한이 언급한 포위사격은 괌을 직접 타격하는 게 아니라 괌을 포위하듯 주변 해역에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괌 인근으로 쏘더라도 이는 사실상 전쟁행위이기 때문에 북한이 실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괌을 겨냥하기보다는 괌과 비슷한 거리의, 다른 표적을 향해 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괌쪽으로 바로 발사하는 게 아니라 괌을 피해서 또 일본열도를 피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평북 방향에서 과거 광명성이라는 소위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 발사를 한 방향인 정남쪽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방향으로 보면 필리핀 지역을 통과하게 되는데요. 이 해역으로 날아갔을 때 3천에서 3천500km 거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북한이 이처럼 한반도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안보리 새 제재로 닥칠 경제적 어려움에 맞서 주민들을 결속시키려는 계산이라며, 북한에선 미-한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 가디언 훈련이 진행되는 이달 내내 미국을 규탄하는 주민동원 궐기대회 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