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의 10% 밖에 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Rights Groups Decry Plight of North Korean Laborers Overseas'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가 12일 한국의 대북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와 함께 북한 해외 노동자 현황과 인권 실태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이승주 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 정권이 외화벌이를 위해 세계 16개 나라에 5-6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에서 사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해외로 나가지만,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심각한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이승주 연구원] “ 현장에서 상해를 입거나 죽음을 당한 노동자는 부지기수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적극적인 북한 당국의 조치나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원은 특히 북한 노동자들은 사실상 휴일이 주어지지 않는데다 하루 최고 18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임금의 최고 90%를 당국에 빼앗기고 실제로 받는 액수는 10%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승주 연구원] “(북한)노동자들은 해외에서 강제된 노동과 임금 착취, 노예 수준의 노동을 강요 받게 되는데요, 이런 행위는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사라 맨델슨 연구원은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이 인신매매에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맨델슨 연구원] "What I see described in the report is workers are told maybe one thing……"
북한 노동자들이 당초 얘기와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여권을 빼앗기는가 하면 이동의 자유도 없는데다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상황은 인신매매에 해당된다는 겁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은 국가 주도의 인신매매라고 비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부소장은 적어도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시장경제를 경험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일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놀란드 부소장] "My sense is that these workers are so regimented that their actual contact with outside world…"
북한 노동자들은 엄격한 통제로 인해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극도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 결과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파견을 통해 기대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놀란드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윤여상 소장은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된 해외현장은 세계에서 가장 통제되고 폐쇄적인 사회인 북한의 축소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북한 사람들이 북한에서와 똑 같은 방식으로 똑 같은 방식의 일을 하고 똑 같은 통제를 받고 똑 같은 인권 침해를 받고 어쩌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은 북한사회가 전세계에 적어도 20 곳 넘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윤 소장은 국제사회가 노력하면 북한 노동자들이 나와 있는 작은 북한사회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베르타 코헨 연구원은 북한이 인권 침해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코헨 연구원은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카타르의 건설회사가 북한 노동자를 대량해고한 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로베르타 연구원] "Because that is a quite important event and could be some kind of basis…"
카타르 회사의 이번 조치는 매우 중요하며, 다른 회사들이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미국지부의 T.쿠마르 국장은 국제사회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쿠마르 국장] "One issue that missed in COI report was the plight of the North Korean workers…."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 실태가 빠졌다는 겁니다.
쿠마르 국장은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응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를 만든 국제사회가 의미 있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