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69년 기념일인 오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통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싼 과도한 억측을 경계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 당 창건 69돌을 맞아 당과 정, 군 간부들이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참배 소식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 첫해인 2012년과 지난해 당 창건일 새벽에 군 간부들을 대동한 채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이를 북한의 관영매체가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북한은 다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당 창건일을 맞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유일 영도체계를 강조하며,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습니다.
또 올해의 경우 꺾어지는 해, 즉 정주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보고대회나 열병식과 같은 대규모 행사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 창건 기념일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에 따라 그의 건강 이상설에 무게가 더욱 실리는 모습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 이후 빠짐없이 당 창건 기념일을 챙겨왔다는 점에서 올해 불참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7월초부터 공개행사에서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인 뒤,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음악회 관람을 마지막으로 40일 가까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에서도 다리를 심하게 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불편한 몸’이라고 언급해 거동에 문제가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평양 북쪽 모처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의 통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건강 이상을 둘러싼 지나친 억측을 경계했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의 10일 정례 브리핑입니다.
[녹취: 임병철 대변인] “김정은이 37일째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는 있지만 지난 북측 고위 대표단 방문 시 김정은이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통해 대통령님께 인사말을 전달하였고, 그리고 북한 내부에서도 김정일 리더십 관련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김정은의 통치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최근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한 당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김정은 제1위원장의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최고 지도자의 모습을 주민들에게 계속 보여줄 경우 불안감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어, 건강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건강 이상이 장기화될 경우 북한 지도부 내의 불안감을 키워 대외적으로 강경한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북 전단 살포 자제 등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대북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