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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나토 성명 대북 강경 메시지… 전문가들 "북한 반발 가능성"


14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렸다.
14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렸다.

주요 7개국, G7 정상회담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북한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가 담기면서 그동안 대외 메시지를 자제해왔던 북한이 반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재개 보다는 긴장 고조에 이은 군사 도발의 수순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열린 주요 7개국, G7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며 민감하게 반응해 온 표현들이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제재의 완전한 이행”과 “인권 존중 촉구”가 직접 거론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불법적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 즉 CVIA를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북한에 대해 핵 전력과 탄도미사일 폐기를 종용하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를 위한 대미 협상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협상 재개를 놓고 대외 메시지를 삼가면서 기싸움을 벌여 온 북한이 서방국가들의 일치된 강경 메시지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G7이나 나토 정상회담 성명 내용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조종한 결과물로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으로선 대북 적대시 정책을 미국이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죠. 특히 북한이 그렇게 민감하게 생각하는 그리고 가장 꺼리는 단어들인 CVID, CVIA가 G7과 나토 공동성명에 같이 나왔다는 것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북한이 반발할 여지가 큰 상황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이번 G7과 나토 정상들의 공동성명은 유럽 사회가 북 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해 그동안 보여왔던 원칙적이고 강경한 태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미-한 정상회담이나 미국의 최근 독자적 대북 메시지와는 결이 다른 강한 톤의 이번 성명들에 대해 북한이 미국이 주도한 결과로 판단할지 또 그런 판단에 따라 당장 미국과의 대결국면으로 치달을지에 대해선 북한 스스로도 고민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홍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어떤 판단을 하든 반발에 나설 가능성은 커졌다며 미국과의 대화 여지를 남겨뒀던 그동안의 어중간한 태도에서 보다 강경한 방향으로 메시지를 내보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이런 식의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다면 북한이 당분간 나오기는 매우 어려워지고 강경한 모드 소위 말해서 국방력 강화, 국방공업 강화라는 모드를 통해서 자신의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강경 자세, 소위 도발은 하지 않지만 자신의 전략무기 개발은 지속된다는 강경 자세를 당분간 취할 가능성은 높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반발 메시지를 내보낸다면 이미 예고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발신하거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고위 인사나 관련 부처의 담화 형식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들 공동성명들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확인한 계기로 판단하고 도발로 긴장수위를 높인 뒤 대화에 복귀하는, 과거 패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최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언급하며 고도의 격동태세를 유지할 것을 지시한 것도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놓고 북한 지도부가 내린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지금 북-미간 대화가 곧바로 재개되기 보다는 군사적 긴장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계기로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분위기를 선도할 가능성이 있고 그 시기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8월 연합군사훈련 시기엔 북한이 나름대로 그것을 명분으로 전략도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한편 이번 G7과 나토 정상회의 성명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중 견제가 본격화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미-중 갈등 격화 과정에서 향후 북한의 대응도 주목됩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전병곤 통일연구원 박사는 이번 공동성명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의 대중 전면 압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 박사는 중국이 이처럼 수세에 몰리는 상황을 북한이 활용해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경제난을 완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지금 남북관계 막혀 있고 미국과의 협상도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제재가 전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의 경제적 곤란을 해소하는데 중국으로부터 얻어내는 그런 것들을 모색을 할 가능성이 높고요. 그런 것들을 통해서 향후 중국의 대북 지원이나 그런 것들이 이뤄지지 않을까 이렇게 보여집니다.”

홍민 박사는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이 강화될수록 북한의 중국 동조화 현상도 강해지곤 했다며, 북한으로선 대미 장기전에 대비해 중국을 안전판으로 삼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병곤 박사는 중국도 북한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미국과의 갈등 과정에서 북 핵 협력 문제를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데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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