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가 원자력 발전 수요를 평가하는 국가 원전 프로그램 개정안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확인했습니다. 한국과의 원전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에 대해선, 현재 관련 기업 간의 논의가 진행 중이며, 정부 차원의 개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폴란드의 원자력 발전과 에너지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부는 5일, 정부 차원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필요성과 전력 수요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폴란드 산업부 대변인] “The strategic government document Polish Nuclear Power Program (PNPP) which serves as a "roadmap" for the construction of the Polish nuclear power plants is currently in the final stages of preparation for an update. The revised program will, among others, address questions regarding the demand for power generated from nuclear sources.”
폴란드 산업부 대변인은 ‘폴란드가 한국과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VOA의 질의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로드맵’ 역할을 하는 전략적 정부 문서인 ‘폴란드 원자력 발전 프로그램(PNPP)’이 현재 개정을 위한 최종 준비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전 프로그램 개정 준비 중…전력 수요 검토”
이어 개정된 원전 프로그램이 원자력 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의 수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원전 전력 수요를 면밀히 분석한 후, 이를 향후 원전 건설 계획에 반영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PNPP는 폴란드가 석탄 의존도를 줄이고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립한 국가 전략으로, 2033년 첫 원전을 가동하고 2043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5%를 원자력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폴란드는 2023년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2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수주 협력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는 등 원전 건설을 적극 추진해 왔습니다.
폴란드 새 정부, 신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정책 전환
그러나 폴란드 정부는 2023년 12월 도날드 투스크 총리 취임 이후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신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했습니다.
특히, 2024년 9월 발표된 ‘국가 에너지 기후 계획(NECP)’ 초안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 생산의 56%를 차지하도록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앞서 한국 언론들은 최근 원자력 업계를 인용해 폴란드 정부가 최소 40조원 규모 한국과의 원전 수주 계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업계 관계자는 "2022년 10월 협력의향서(LOI) 체결 이후 발주사와 타당성 조사 수행 협의를 진행하고 현지 주재 인력을 파견했지만 2023년 12월 폴란드 신정부 수립 후 동사업에 대한 재검토 입장을 표명한 상태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전 수주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한국 내에서 확산됐습니다.
“한국과 원전 프로젝트, 민간 차원서 검토 중”
이에 대해 폴란드 산업부 대변인은 VOA에 한국과의 원전 사업이 현재 관련 기업 간 논의 단계에 있으며, 정부 차원의 개입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폴란드 산업부 대변인] “As far as the PGE and ZE PAK nuclear power project is concerned, its assumptions are being analyzed among the involved parties. The government has not undertaken any actions regarding the revision or reassessment of the initiated project.”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개발 계획 수립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 폴란드 최대 국영 전력회사 PGE와 민간 전력회사 ZE PAK의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해당 프로젝트의 기본 전제들이 관련 당사자들 간에 분석되고 있으며 정부는 이미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수정 또는 재평가와 관련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폴란드 산업부 대변인은 한국과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한 PGE와 ZE PAK이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폴란드 산업부 대변인] “Please also note that PGE and ZE PAK are in discussions regarding the potential acquisition by PGE of shares in PAK CCGT Sp. z o.o. and PGE PAK Energia Jądrowa S.A.”
“PGE가 ZE PAK이 보유한 가스 및 원전 관련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임을 유의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과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두 회사의 소유 구조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폴란드 원전, 계획대로 가동 어려워…신재생 에너지가 우세”
폴란드 정부의 ‘전력 정책 분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블라디스와프 미엘차르스키 폴란드 우치 공과대 교수는 5일 VOA에 폴란드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으며, 기존 원전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유럽 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와 원전의 경제성 논란이 더해지면서, 폴란드 언론에서도 원전 사업을 비판하는 보도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폴란드의 원자력 개발 프로그램은 2009년 시작됐지만,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질적인 성과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원전 건설에 대한 국가 지원을 허용한다는 전제하에, 폴란드 원전의 실제 가동 시점은 204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현재 폴란드 내 현실적인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미엘차르스키 교수] “Some realistic opinions in Poland indicate the year 2040 plus as the possible time of nuclear unit commissioning provided the European Commission allows for state aid to the nuclear unit construction as without such aid the project has little chance of going ahead. EU acceptance for state aid is possible only on condition of the Green Deal policy. Coming to the question relating to the impact of the Polish nuclear program on the other parties, we should first answer the question, what are chances to build the nuclear plants in Poland. Considering the “achievement” of 16-year since the program was established, the chances to construct the nuclear plants in Poland seems to be very small, at least in the predictable time period.”
미엘차르스키 교수는 EU의 지원 없이는 폴란드의 원전 건설이 진행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그마저도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가 원전 가동에 따른 발전량보다 우선순위를 가져야 한다는 ‘그린 딜’ 정책을 충족할 때만 가능하다면서, 폴란드의 원전은 건설되더라도 재생 에너지를 보완하는 역할에 머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또한 “이 원자력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이루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가시적인 미래에 폴란드에서 원전이 실제로 건설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럽의 원전 재평가 움직임…미·한에 도전 요인 될 수도”
미국과 한국의 원전 협력 문제를 연구해 온 케일라 오타 윌슨센터 한국 공공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의 원전 정책 재평가가 미국과 한국 등 원전 수출 국가들에게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오타 선임연구원] “Unfortunately we have seen this in other countries. I think in recent years we're seeing a more kind of pro nuclear engagement. But of course we can look at other European countries that have reassessed their nuclear policy, especially after Fukushima especially think Germany for example you know, when it comes to national security interests and when it comes to energy interests,
I think nuclear energy can play such an important role in domestic energy plans. But at the end of the day it will be, we'll kind of have to wait to see what the kind of the proclamation and opinion comes out of their own domestic calculus. So I think it would be a bit of a mistake to move away from nuclear energy at this time but I think we'll have to kind of see how this affects things long term."
오타 연구원은 “최근 몇몇 국가들이 친원전 정책으로 전환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원자력 정책을 재평가하고 있다”며 폴란드 역시 이와 유사한 정책적 변화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럴 경우 아직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한국뿐만 아니라, 이미 계약을 체결한 미국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오타 연구원은 국가 안보와 에너지 이익 측면에서 원자력 에너지가 각국의 에너지 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배제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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