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3%인 국방비를 2027년까지 2.5%로 늘리겠다고 키어 스타머 총리가 25일 밝혔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이 같이 밝히고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지속적 국방비 증액을 시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임 보수당 정부가 내세웠던 계획은 2030년까지 2.5%에 도달하는 것이었는데, 3년 앞당기는 것입니다.
스타머 총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2028년에는 2.6%까지 늘리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동당 대표인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7월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보수당 정부의 GDP 2.5% 방위비 구상을 승계하겠다고 밝혔으나 목표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었습니다.
결국 속도를 더 높이는 쪽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 “모든 것 바뀐 세상”
국방비 증액 속도를 높이는 이유에 대해, 스타머 총리는 3년 전에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와 관련, 스타머 총리는 “만약 당신이 내 생애 동안 러시아 탱크가 다시 유럽 도시로 진군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 3년 전에 정확히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강조했습니다.
◾️ 해외 원조 축소
국방비 증액 재원 가운데 일부는 해외 원조 자금을 줄여 마련합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25일) 의회 발언에서 “국제 개발 지출은 앞으로 몇 년간 GDP의 0.5%에서 0.3%로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쁘게 발표할 내용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방위비 증액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여야 비판 이어져
이 같은 계획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강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는 내용입니다.
집권 노동당 소속인 세라 챔피언 하원 국제개발위원장은 이날(25일) “총리가 오늘의 발표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며 “방위 지출 자금을 대기 위해 국제 지원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세계를 덜 안전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약 파기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해외 원조 예산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노동당 소속인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영국이 국제 인도주의 사업과 개발의 리더로서 쌓아온 명성에 큰 타격을 주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 “미국 따라하기” 비난
집권 노동당의 한 의원은 이날(25일) CNN과 익명으로 인터뷰하면서, “(스타머 총리가)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여러 면에서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직후 해외 원조 전면 중단 조치를 단행하고 국제개발처(USAID) 폐지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USAID는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대규모 인도적 지원, 개발·안보 원조 등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정부 기관입니다.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USAID 폐지에 동의했다고 지난 3일 밝혔습니다.
◾️ 27일 미-영 정상회담
스타머 총리의 이번 방위비 증액 일정 발표는 방미 시점을 앞두고 나와 주목됩니다.
스타머 총리는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 국가들을 지켜줄 수는 없다며, 방위 지출을 GDP 5%로 높이라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게 요구해왔습니다.
현재 나토의 방위비 가이드라인은 국가별 GDP 2%입니다.
◾️ 미 국방 “오랜 동맹의 강력 조치”
미국에서는 스타머 총리의 발표에 환영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5일 스타머 총리 발언 직후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오랜 동맹국의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미-영 국방장관 간의 이번 통화는 공식 일정이 아니고 사적으로 이뤄진 것(a private call moments)이어서, 미국 정부의 반응은 기다려봐야 할 것으로 폴리티코 유럽판이 26일 해설했습니다.
◾️ ‘트럼프 환심 살 수 있을까?’
영국 공영방송 BBC는 25일 ‘스타머 방위비 증액, 트럼프 환심 살 수 있을까’ 제하의 기사에서, 미-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했습니다.
이 방송은 “스타머는 영국이 트럼프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길 원할 것”이라며,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방위비 증액) 요청을 들었고 행동에 옮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이 방송은 또한,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긍정적 언급을 근거로 “스타머의 이번 발표는 백악관에서 환영받을 가능성이 크며, (트럼프) 대통령에서도 그것(환영 목소리)을 들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방송은 그러면서,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는 안보 우선순위를 중국으로 설정했다”고 짚고 “유럽은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라고 강조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핵심 의제
27일 진행될 미-영 정상회담의 의제는 크게 두 가지로 전망됩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다른 하나는 관세 문제를 비롯한 경제·통상 현안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최근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종전 협상에 들어간 뒤 유럽에서 ‘협상 배제’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주요 국가 지도자들과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계자 등을 파리로 초대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두 차례나 열었습니다.
◾️ 유럽 정상 런던 회동 예정
스타머 영국 총리도 다음달 2일 런던으로 유럽 정상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보도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런던에서 우리의 영국 친구들, 지도자들과 방위에 대한 공동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이 매체에 밝혔습니다.
◾️ 종전 협상과 평화유지군
이 같은 일정에 따라, 스타머 총리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유럽의 종전 협상 참여를 요구하고 전후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평화유지군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뒤, 다음달 2일 런던 회의에서 그 결과를 유럽 정상들에게 설명할 것으로 영국 매체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앞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우리는 군대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평화유지군 파병 의사를 재확인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유럽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협상 쟁점 해소를 자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앞으로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
한편 스타머 총리는 25일 의회 발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변화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특히 “대서양의 양쪽에서 어떤 잘못된 선택도 거부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양자 동맹으로 핵기술부터 나토, 파이브아이즈(Five Eyes), 오커스(AUKUS) 등 모든 것을 아우른다”고 강조했습니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의 정보 공유 동맹이고, 오커스는 미국과 영국·호주 등 3개국 안보 동맹입니다.
또한 스타머 총리는 27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강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하겠다”고 의원들에게 밝혔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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